석유 향한 지푸라기의 반격
석유 향한 지푸라기의 반격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1.28 14:08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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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짚공예품 용도도 다양
친환경 제품으로 도시에서도 인기

▲ 화양면 와초리 어르신들의 짚공예품. 2009년 대보름에 마을 축제를 열며 전시 판매를 하고 있다.

 

석유제품인 나일론과 플라스틱이 나오면서부터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짚, 지금은 대부분 축산 농가의 조사료로 쓰인다. 요즈음 전국 어디에서나 들판에 짚을 말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짚은 공예품의 재료로 간신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옛날에는 우리 생활 전반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이러한 짚공예품이 친환경제품으로 인기를 끌며 농가의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짚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아보고 오늘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본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굴비 가공을 하는 김병수씨가 있다. 김씨는 시일이 오래 걸려도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굴비를 엮을 때 반드시 짚을 사용한다. 짚에 있는 이로운 균을 활용하고자 함이다. 메주를 묶어 매달아 놓을 때에도 짚을 사용하는 이유와 같다. 논바닥에 깔아놓은 볏짚이 철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는 것도 짚에 유용한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짚 한오라기는 미생물의 숙주로서 생명의 창고 역할을 했다.
짚은 우선 초가지붕을 이는 재료로 쓰였다. 겨울철 농한기에 새끼를 꼬고 나래를 엮어 지붕을 일 준비를 하는 것은 농가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짚은 땔감으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산지가 없는 평야지대에서 그 비중은 더욱 컸다. 타고 남은 재는 다시 거름으로 사용되어 대지로 다시 환원되었다.
농가에서 겨울철 사랑방에 모여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치고, 망태기를 엮어 짜는 일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이 시절 논에 가면 거미, 붕어, 참게, 미꾸라지, 개구리, 뱀 등이 쑥쑥 자라는 벼포기 언저리에서 살아갔다.
1960년대에 나일론이 나오고 70년대 들어 경운기가 나왔다. 이어 들판에 화학비료와 농약이 뿌려졌다. 이러한 석유를 이용한 제품이 짚의 활용을 대체해 나갔다. 논을 가는 일도 트랙터가 맡아 하고 있고 탈곡과 이의 운반도 이제 석유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지푸라기는 석유에게 고스란히 자리를 내준 것이다.
그러나 석유는 지속가능한 물건이 아니다. 언젠가는 파국을 초래하고야 말 것이다. 유기농을 다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고민이 점점 확산돼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 동안 지어왔던 자연농법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지푸라기가 다시 석유를 대체할 반격 준비를 하고 있다.
석유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의 범람 속에서 그동안 명맥을 이어왔던 짚공예품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물건을 담는 도구, 신발, 깔개 등 그 용도도 매우 다양하다. 모두 친환경제품으로 도시생활에서도 가정에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어 농가의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였던 짚공예품들을 알아본다.

 

▲ 짚으로 만든 강아지집.

가마니

짚으로 만들어 곡식을 담는 용기로 1900년대 초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가마니란 이름도 일본말인 가마스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마니가 들어오기전에 주로 섬을 썼다. 섬은 날 사이가 성기어서 도정된 쌀이나 낟알이 작은 곡식을 담기에는 불편했다.

도롱이

비올 때 어깨에 걸쳐입었던 우장이다. 우산이나 비옷이 나오기 전에 도롱이는 농가의 필수품이었다. 지역에 따라 부들, 보릿짚으로 만들기도 한다.


멍석

짚으로 만든 깔개로 짚으로 새끼날을 사서 두껍게 엮었다. 주로 곡식을 널어 말리는 데 사용하였으며 잔치 때 마당에 깔고 손님을 모셨다. 최근 토속 주점의 바닥에 깔 때 쓰이고 있다.

씨오쟁이

씨앗을 담아 보관하는 씨앗주머니이다. 섬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손에 간단히 들 수 있고 걸어놓을 수 있게 끈이 달려 있다. 씨오쟁이는 씨앗을 담은 후 위를 짚으로 덮어 바람이 잘 통하는 마루 기둥이나 들보에 높이 매달아놓았다.

삼태기

아궁이의 재를 담아서 잿간에 버리거나 흙, 쓰레기 등을 담아 나르는 도구로 쓰였다. 탈곡한 곡식을 퍼담아 운반하거나 퇴비를 담아 뿌릴 때에도 사용했다.

멱서리

곡식을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위해 담는 도구로 피나무 껍질을 꼬아 씨줄로 하고 새끼를 꼬아 날줄로 하여 엮어 짰다. 가마니나 섬보다 틈새가 촘촘하여 낟알이 작은 곡식을 담아두는 데 쓰였다.

둥구미

멱서리보다 크기가 작으며 둥근 모양으로 곡식이나 채소를 담는 데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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