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취재 / ‘물 산업 육성 전략’의 진실
■ 심층취재 / ‘물 산업 육성 전략’의 진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2.12 10:50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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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민간위탁은 ‘물 사유화’로 가는 길
공공재 물 기업논리에 맡기면 ‘가격인상’ 뿐

정부는 관계부처(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국토해양부) 합동으로 2010년 10월 ‘물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3조 4000억원을 투입하여 2020년까지 최소 8개의 세계적 물기업을 육성하고 3만 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물산업 육성 전략’이란 지방 상하수도 운영을 민간 기업에 위탁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충남에서도 이미 민간위탁을 실시하고 있는 서산, 금산, 논산 외에 청양, 홍성, 예산, 공주, 부여, 연기 등 자치단체에서 신규 위탁을 하였으며 보령, 당진, 태안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천안, 아산, 계룡 그리고 서천군만 아직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의 진실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지방상수도 운영 효율화 사업 추진 계획

  

 

 

◆ ‘물산업 육성 전략’ 내용

“정부의 재정지원 계획에 다르면 환경부에서 2010년까지 통합위탁 운영하는 지자체에 한하여 유수율 제고사업비의 40%를 지원(2012년부터 국비 70%지원 추진)하고 위탁운영 거부 시군에 대하여 상수도 및 하수도 사업 국비지원 대폭 축소 방침”

어느 지자체의 통합위탁 계획서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 지자체에 재정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내용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있다.
물산업이란 ‘생활·공업용수의 생산과 공급, 하수와 폐수의 이송 처리 및 이와 연관된 산업’을 총칭하는 개념이며 먹는 샘물사업과, 해수 담수화 사업도 이에 포함된다.
대통령, 국무총리 등 주요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0년 10월13일 COEX에서 열린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물산업 육성전략’은 2020년까지 8개의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37,000개를 만들어 세계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원천기술개발 등 4개 핵심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IT기반의 지능형 물 생산·공급시스템을 개발하여 세계 상하수도 기술을 선도하고, 향후 고도 수처리에 필요한 첨단소재 막 공정 및 운영관리 기술 등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략으로 토털 솔루션 능력을 보유한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군별로 운영되는 지방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하여 공공부문 사업자에게 위탁하여 전문성을 확보하되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하여 수도사업에 대한 운영 역량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하수처리장별로 민간기업에 위탁관리하고 있는 하수도사업을 유역단위로 통합하여 전문 민간기업이 위탁 운영케 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전문 물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먹는샘물 산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샘물자원을 발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먹는샘물의 홍보와 수출을 적극 지원하며, 물 재이용산업 육성을 위해 하·폐수 처리수 재이용업 등을 신설하고, 재정투자 확충과 물 재이용 의무화대상 건물을 확대하여 물재이용 내수시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산업 육성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까지 원천기술개발에 6,871억원 등 총 3조 4,60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수율:정수장에서 보낸 물이 각 가정에 도달한 비율)

 

▲ 2008년 남원시 상수도 민간위탁저지 결의대회 모습.

 

 

◆ 민간위탁(민영화) 사례

◇논산시의 경우
논산시는 2004년부터 수자원공사에 상수도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위탁 직전인 2003년도 관련 예산은 67억 6595만원이었으나 2010년에는 120억 2185만원으로 7년만에 178%로 증가하였으며 위탁 비용도 2004년 첫해에는 33억 3451만원이었으나 2010년에는 93억 9052만원으로 281%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수도요금은 톤당 709원에서 883원으로 25% 올랐다.
이처럼 수도요금을 올렸음에도 위탁비가 대폭 증가하여 2010년 영업손실이 36억 900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실시계약서 상에 물가인상율 반영에 대해 논산시는 기준 시점에서 5% 인상시 총 계약기간 중 단 한번만 올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수자원공사측은 누적 5% 인상시마다 인상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5% 인상시마다 위탁비에 반영한다는 것은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수자원공사의 이익을 이중으로 보장해주고 있는 것과 같다. 만약 수자원공사의 주장대로 결정되면 논산시는 수자원공사에 연평균 60억원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어 수도요금을 현재보다 4~5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인 1일 평균 176리터의 물을 소비하는 것을 적용하여 4인가족 1개월 수도요금이 18,700원 정도인 것이 7~8만원이 된다.
논산시는 2003년 송배수관 연장이 총 200km에서 2009년 330km로 6년동안 지자체의 예산으로 130km를 신규 매설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 따른 수익은 아무런 투자도 없이 수자원공사가 가져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논산시에는 예전에 자체의 취수장과 정수장이 있었다. 그러나 수공으로 위탁 후 이를 폐쇄하고 원수와 정수를 수자원공사에서 구입함으로써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정수장은 불과 2~3년만에 폐쇄함으로써 예산낭비가 발생했다.
위탁기간은 대체로 20~30년으로 장기계약이다. 민간위탁의 폐해가 나타나는 것은 5~10년 후이며 이미 이 때는 상수도 관련 인적, 물적 재원의 고갈로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사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시는 초국적 물기업인 온데오와 RWE-템즈에 상수도 사업을 위탁하면서 요금이 2001년에 35%, 2003년에 40%, 2004년에 30% 인상되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손실을 주장하자 자카르타 주지사는 2005년부터 6개월마다 자동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것에 동의했다. 향후 남아있는 계약기간 18년동안 36번이나 인상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상수도 민영화 우수 사례로 꼽은 이탈리아의 아프릴리아 시를 문화방송(MBC)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민영화 후 수도요금이 월 20만원으로 폭등하여 주민들이 수도요금 납부를 거부하고 계량기를 쇠사슬로 봉인하여 사용량 측정과 단수조치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1985년 상수도를 민영화했던 프랑스는 상수도 공금을 2011년 다시 국가관리체제로 환원했다.

 

◆ ‘물산업 육성 전략’=물 사유화

상수도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재로,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재화이다. 그러나 정부는 ‘물’을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재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물산업 육성’이란 상수도 운영을 기업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이는 ‘물의 사유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하는 것이지 민영화가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정부가 발표한 ‘물 산업 육성 전략’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수도사업 위탁은 공기업(환경공단, 수공)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교두보를 확보한 후 점진적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민영화 논란 때문에 직접적인 민간기업 참여는 곤란하며 상수관망 관리 등 단순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움을 통한 운영경험을 확보한 다음 장기적으로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충남 어느 지자체의 ‘지방상수도 통합위탁운영 계획’에도 ‘해외 다국적 물기업 국내 진출에 대비 수도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한 후 국내 기업의 육성과 해외 물 시장 진출’이라며 통합 위탁의 목적과 정부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 ‘물산업 육성 전략’의 문제점

전기나 상수도는 배선 또는 관로에 따라 지역 독점 체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 서비스나 가격인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인상을 통해서만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요금 인상을 통해서만 영업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초기 위탁을 맡게 될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자하여 부채가 급증했고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이다. 수공의 부채는 2007년 1조 5700억원에서 2011년 6월 10조 88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정부의 계획대로 물 기업이 육성된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기업 하나를 키울 뿐이다. 우리가 세계 물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세계적 물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물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은 한미FTA 체결을 전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미 여러 나라 등 해외 사례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부분 가격 인상을 통해 이윤을 내려다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철수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영주시의회는 2011년 8월 상수도 수공 위탁에 대해 ‘요금 인상 요인이 많고 독소조항이 많아’ 최종적으로 부결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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