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이후에도 안심할 해산물
후쿠시마 이후에도 안심할 해산물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2.05.29 10:56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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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수입하는 해산물 중에서 냉장 고등어와 냉장 명태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식품 허용 기준치에 미달하므로 안심해도 좋다면서 일본 해산물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할 생각이 없음을 관계당국은 천명했는데, 어떤가. 우리의 당국자는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시킨 국가의 시민보다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리의 저항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확보했을 리 없다. “의학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없다”고 항변하는 환경단체의 한 담당자는 “식품 허용 기준치를 밑돌더라도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되기 전까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방사능의 위험성은 거리의 3제곱에 반비례한다. 적어도 음식에 섞여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인접 세포에 방사능을 내뿜을 테고,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받은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과 같은 질환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30년인 세슘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감기가 10차례 지나도 안심을 할 수 없는 방사능은 세슘이 몸에서 배출되지 않는 한 계속 주변 세포를 피복할 것이다.


사망 이후에도, 심지어 화장을 해도 마찬가지다. 매장된 지역의 땅과 생태계를 오염시키거나 화장장의 굴뚝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 반감기가 수 십 차례 이어지도록 방사능을 배출할 것이다.
육식 중에서 가축의 살코기를 마다하는 이들은 혼란스럽다. 유전자 조작 사료를 주어 공장식으로 고통스럽게 기르는 가축을 외면하는 대신 바다에서 나오는 어패류를 선택해왔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꺼려지는 탓이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이후 공장식 축사에서 생산하는 우유를 외면했던 유럽인들도 당시 당혹스러웠다. 방목한 젖소가 뜯은 목초가 방사능 낙진에 오염되었기 때문이었는데, 요즘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묵 먹기 꺼림칙하다. 어묵을 생산하는 식품회사와 감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묵 재료로 일본 어육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수입할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다지만, 소비자는 시장에 나온 오만가지의 어묵을 전부 신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기업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해 경주의 한 환경단체가 앞장섰다. 해산물의 방사성 물질 함유를 소비자와 직접 검사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모금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그 환경단체를 끌어가는 학자의 호소로 구입한 장비는 방사성 물질의 함유 정도를 실시간으로 발표할 테니 우리는 그 자료를 참조해야 할 텐데, 우리 해역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방사성 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본의 해역을 지나는 방어와 같은 회유성 해산물만이 아니다.


이미 일본과 우리 해역을 지나가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바다를 표류하는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우리 해역으로 확산되었을 터. 비록 낮을지언정 우리 어선이 잡은 연근해와 원양의 물고기도, 해안에서 맨손으로 채취한 어패류도 안전하다 확신하기 어렵다. 먹이사슬의 단계가 높을수록 방사성물질 농축 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


후쿠시마에서 1년 전 폭발한 핵발전소 때문에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도 긴장을 멈출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할까. 정부의 주장처럼 일본과 방식이 다르고 철저히 관리하므로 안전을 믿어도 될까. 흔히 핵발전소의 안전을 장담하는 이들은 ‘5중 안전장치’를 들먹인다. 하지만 얼마 전 관리가 허술한 5중 안전장치보다 투명한 안전관리가 안전을 보장한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석연치 않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운영 기간을 연장했고,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흔히 핵발전소의 안전반경을 반경 30킬로미터로 정한다. 고리 핵발전소 안전반경 안의 인구는 300만 명을 훌쩍 넘긴다. 고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면 300만 명은 살던 지역을 탈출해야 하는데, 그들은 자신의 부동산은 처분할 수 없다. 재산 가치가 폭발과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가졌던 직장의 재산가치도 바로 없어진다.


화려한 초고층 건물도 거대한 선박을 수출하던 조선소도 그 순간 폐기된다. 그뿐인가. 그 일원의 해산물도 폐기물이 된다. 고리 앞바다와 연결된 해역의 해산물도 버림받게 될 것이다. 아니 우리나라 해역에서 잡히는 해산물이 모두 불신될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에서 채취되는 어패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해산물을 경계하지만 이제 안전한 해산물을 찾아야 하는 우리는 우리의 핵발전소를 경계해야 한다. 추가 계획의 철회와 더불어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가동을 막아야 하며 낡은 핵발전소는 즉각 멈추게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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