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도 투혼의 정신으로
우리 정치도 투혼의 정신으로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2.08.13 10:55
  • 호수 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의 여름은 열기가 가득하다. 한반도는 유례없을 정도의 폭염에 방방곡곡이 달구어졌고, 8000㎞ 너머 런던 올림픽은 지구촌 전체를 불사르고 있다. 우리와는 시차가 9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런던에서 개최되는 오후 빅게임들은 우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새벽녘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폭염과 올림픽 열기로 연일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 집계로 중간 순위 4위에 우뚝 서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자신의 불면을 짜증낼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스포츠는 한 때 정치의 이용물로 희생당한 3S(Sex, Screen, Sports)산업 중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요즘도 이전투구에 빠진 정치 현실을 관심 밖으로 빼돌리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제19대 국회는 출항부터 방향타를 상실하고, 더러운 진흙탕에서 또 다른 ‘머드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나마 런던 올림픽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폭염과 정치 혐오증에 빠져 아직도 한참 남은 한여름 밤을 불면의 나날로 지새워야 할 지 모를 뻔하였다. 아니, 런던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게 끝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림픽 경기들을 보면, 어느 하나 손쉽게 관람이 안 된다. 매 경기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손바닥에 땀이 그득 고인다. 88서울 올림픽 때만 하여도, 시원한 한판 승부의 유도경기를 보거나 태권도 경기 등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경기를 보면, 매 경기마다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만큼 모든 종목이 세계 평준화가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메달 권에서 밀린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가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죽기 살기로 하였더니 은메달을 땄다. 그래서 이번에는 죽기로 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그 말처럼 ‘투혼의 정신’을 보여주는 말이 더 있을까!


그럼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자. 지난 19대 국회 공천비리와 제18대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와 인맥과 학맥 등의 무리 짓기와 이전투구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장 먼저 혐오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우리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짜고 노는 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비토적 심리가 만연하는 현실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생각뿐이다. 이러한 현실이 끊임없이 자행되는 대표적인 요인은 대한민국 정치인의 프로 정신이 부족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프로라면 ‘일거수일투족이 나의 생명이요, 정신이다.’ 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재범 선수의 말처럼 ‘죽기로 대한민국 시민을 위해 뛰는 금메달 정치인’이 될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불면의 밤에 환호성을 지르게 하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처럼 이 땅에 사는 즐거움으로 환호성을 지르게 해 줄 수는 없을까? 로마 공화정처럼 로마는 로마 시민의 것처럼 현혹시키고, 일부 상류층의 배만 불리면서 공화정을 물 말아먹은 역사를 우리들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건 노파심이 아니다. 정치·경제계를 위시하여 상당 부분이 닮아가고 있음이 충분히 감지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말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오늘밤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이열치열의 심정으로 불면의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투혼을 다할 것이다. 이제 정말 ‘그 놈이 그 놈’ 인 정치인이 아니라, 프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진정한 투혼을 발휘하기 바란다. 우리 정치도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는 기쁨 못지않게 살 맛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권기복/홍주중 교사 kwon-108@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