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다문화 정책의 미래와 지역사회 동화 대책/ ④ 다문화가정 현지화는 우리가 먼저(세종시·예산군)
■ 기획취재/다문화 정책의 미래와 지역사회 동화 대책/ ④ 다문화가정 현지화는 우리가 먼저(세종시·예산군)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2.10.15 15:44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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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다문화 가정 지원책 만족 크다
장학금 지원 양보다는 질, 실질적 도움 줘야
다문화 가정 위상 제고 입법 서둘러야

세종시(전 연기군)와 예산군은 서천군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농촌도시로 결혼이주 여성의 비율이 충남 도내에서 비교적 높다. 지난 7월 1일자로 공주군 장기면과 청원군 부강면 일부가 편입된 세종시에는 445명이, 예산군은 431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현지화를 위해 ‘1사1다문화' 결연을 추진하는 세종시나 원어민 강사활용 사업 추진으로 대표되는 예산군 모두 지역실정에 맞는 ‘맞춤형 다문화가정’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두 지자체가 펼치고 있는 다문화 가족지원책과 함께 결혼이주여성의 눈에 비친 다문화사회 속 한국에 대한 평가를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적은 비용 효과 만점
친정부모 초청 및 모국방문사업

세종시의 올해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은 맞춤형 다문화가족 지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의 다문화가족지원 예산규모는 3억8000여 만원이다.
국·시비 주요 사업으로는 한국어 교육 등 다문화 가족 방문교육사업에 1억730만원, 다문화 가족자녀 언어발달 지원 사업에 2946만원, 통·번역지원 서비스 사업에 2424만4000원 등 모두 5개 사업이다.
전액 시비로 추진되는 어울림 특색사업 예산규모는 8000만원에 불과하지만 3개 필수사업과 7개 선택사업 등 10개 사업이 추진된다. 한국어 입문반 운영과 이주여성 자격증 취득지원, 친정부모 초청 및 모국방문 지원 등이 필수사업으로 추진된다.
600만원이 투입되는 친정부모 초청 및 모국방문 지원 사업에는 4가정이 지원된다. 친정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해 자녀의 결혼생활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제사정 등으로 고국 방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3가정을 선정, 방문토록 하고 있다.
한 이주여성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친정 방문 엄두조차 못냈는데 시의 도움을 얻어 다녀올 수 있게 돼 너무 좋았다”면서 “고국방문 수혜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예산규모를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받는 기쁨, 나누는 즐거
‘1사1다문화 어울림 사업’

선택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1사1다문화 어울림 사업’과 ‘초등 영어 지도사업’이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1사1다문화 사업은 지역 내 기관과 기업체가 다문화가정 자녀와 결연을 맺고 월정액으로 후원하는 것.
대상 가정은 각 읍·면사무소와 초·중·고등학교에서 조손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재능우수 아동, 차상위 계층의 아동을 추천 받아 선정하는 방식으로 10명이 지원받는다.
올해 기관과 기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나눔 봉사단’을 결성, 지난 6월부터 매달 1회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후원금을 받고 있는 한 학생은 후원금 일부를 쪼개 기아 등에 허덕이고 있는 제3세계 아동 돕기에 나서는 등 나눔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는 게 하미용 세종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의 귀뜸이다.
그는 “1사1다문화사업을 계기로 다문화 대상 가정과 자녀 모두 받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봉사활동과 일정액 후원 등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사업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1사1다문화결연식 모습.

영어 원어민 강사제 도입
내년부터 대상 확대

세종시도 서천군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영어를 구사하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초등영어 지도에 투입,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 모두 만족스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충북대 평생교육원과 연계해 필리핀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지도할 수 있는 ‘초등영어지도사 1·2급 과정’자격증 취득을 지원했다. 이들은 복지 대상 아동과 지역아동센터 대상 영어교육을 담당한다.
센터 관계자는 “대동초등학교 영어캠프에 강사로 파견했는데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면서 “내년부터는 복지 대상 아동 등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강의도 진행토록 하는 등 대상층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천군도 지난 6월 28회 130여 시간의 결혼이주여성 양성과정을 통해 선발한 필리핀, 중국, 일본 출신 이주여성 12명에 대한 수료식을 지난달 12일 가진 바 있다. 필리핀 출신 6명과 중국과 일본출신 6명은 앞으로 관내 어린이집에 원어민 강사로 파견돼 아동을 지도하게 된다. 세종시나 예산군, 서천군 모두 결혼이주 여성 가운데 고학력 소지자를 중심으로 통·번역 지원서비스 제공을 비롯한 원어민 강사 활용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함필주 서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원어민 강사 운영 결과를 토대로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주여성들이 다양한 곳에서 일 할 수 있도록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예산군, 초중고 대학생에 입학금 지원

431명의 결혼이주여성과 307명의 자녀 등이 거주하는 예산군의 올해 다문화 정책의 기조 역시 다문화가정 자녀 입학금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있다.
지난 2010년 2억7000여만 원이었던 다문화가족지원예산은 지난해 3억5000만원, 올해 3억6000만원으로 예산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세종시와 비슷한 규모이다. 특색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307명에 달하는 군내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각급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에게 매년 2월말 지원한다.
초등학생에게는 10만원, 중학생 20만원, 고등학교 30만원, 대학생에겐 100만원이 각각 지원된다.
한 학부모는 “4년제 대학 등록금 규모가 보통 500~6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군에서 입학금을 지원해준다 해도 등록금 마련에 여전히 힘이 든다”면서 “지원대상 확대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해줘여 한다”고 말했다.

어울림 한마당 통해
다문화 가정과 화합 유도

예산군은 또 올해 처음으로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문화 가정과 예산군민이 함께 하는 어울림 한마당’을 예산공설운동장 내 생활체육관에서 개최했다.
문화적 다양성 존중과 상생환경 조성을 주제로 예산군다문화가조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예산군이 후원한 ‘다문화가정 어울림 한마당’은 베트남과 몽골의 민속춤 공연과 나라별 전통의상 및 놀이 체험을 비롯해 다문화가족과 일반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다채로운 이벤트행사가 펼쳐졌다.
군 관계자는 “어울림 행사를 통해 군민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공감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데 있었다”면서 계속사업으로 매년 5월 중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군 고덕면 새마을 부녀회도 최근 다문화 문화 여성의 한국생활 조기 정착 등을 위한 멘토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고덕면 새마을 부녀회 임순복 부녀회장 등 새마을 부녀회원들은 최근 관내 7명의 결혼이주여성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부녀회는 결혼이주여성을 상대로 한국문화와 생활방식, 자녀교육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예산읍과 광시면 등 12개 읍.면도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지원과 애로사항 청취 등을 듣는 간담회를 개최해 다문화가정의 지역사회 조기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예산읍과 덕산면 등은 올 들어 다문화 가정 가족 등을 대상으로 군내 주요 사적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점심식사와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다문화 가정 만남의 날 행사도 가졌다.
한편 예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지난 9월1일 센터 회의실에서 사단법인 21세기교육문화포럼과 ‘기아자동차와 함께하는 다문화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21세기 교육문화포럼은 지난 6월 다문화 가정과 노인,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문화 사업을 전담할 부설기관으로 ‘즐거운 마을학교’를 설립했다.
두 기관은 결연을 계기로 취학 전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인성리더십 교실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다문화.일반가정 초중생에게는 다문화커뮤니티 교실을, 다문화.일반주민에게는 사진리더십 교실을 각각 운영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 다울림 배우자 모임 발족
활동상 관심 집중

한편 예산군에는 지난 7월 17일 전국 최초로 다문화 가정의 인권과 복지증진,사회적 위상제고를 목적으로 한 다문화 가족 남편들의 모임인 다울림 배우자 모임이 발족됐다. 40여명이 참여한다.
지난 2000년 필리핀 여성 제니스나놀라(31·약사)씨와 결혼해 슬하에 1녀를 둔 임재호 총무는 “모임체 발족을 계기로 다문화 가정의 일자리 창출과 어려운 가정을 도울 수 있는 공동체 사업을 군에 제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문화 가족의 위상 제고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자스민 국회의원을 상대로 외국인 등록증 갱신시 문자 알림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국적 신청 시 받는 10만원 상당의 인지세 감액을 요구했다.
임 총무는 “현재 외국인들은 2~3년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외국인등록증을 갱신해야 하는데 등록 시기를 놓친 경우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면서 문자알림 서비스를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국적을 신청할 때 납부하는 인지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 가운데 심사에서 떨어지는 예가 많은데 심사 신청할 때마다 10만원의 인지세를 납부해야 하는 등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인지세 감액 조치나 두 번째 심사 때부터는 면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터뷰/결혼 13년차 조선족 김순남씨

“다문화사회 편견 해소는 다름 인정에서 출발”

▲ 김순남씨
올해로 결혼 13년차인 중국국적의 조선족 김순남<사진>씨는 지난 8월1일부터 12월까지 계약직으로 세종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품앗이 공동육아 나눔 사업’담당자로 근무 중이다.
결혼 직후 김씨의 당면 문제는 생경한 한국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중국에는 아침과 저녁을 콩죽이나 튀김류로 간단하게 먹는 데 비해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먹고, 식사준비가 전적으로 여성 몫이라는게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남자의 직업이 무엇이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부인과 함께 식사 준비 등 가사일을 돕는데 한국남자들은 주방에 들어오면 큰일 나는 것처럼 여기고, 시부모 역시 남편을 주방에 들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김씨는 “문화적 차이가 엄연하게 상존하고 있으나 한국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맹목적인 한국사회 동화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가정에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을때 화목한 다문화가정과 가족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결혼 3년 만에 국적을 취득한 김씨는 자녀 취학초기 알림장 내용을 잘 알지 못해 그때마다 담임선생과 전화 통화를 통해 과제물 준비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이에 따라 김씨와 함께 하미용 센터장은 “이주여성들이 제대로 된 자녀 지도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국가별 언어로 제작된 표준 알림장을 제작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부적응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중국 허난성 소재 대학에서 한의학과 2학년 재학 중 결혼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비공식적으로 통번역도, 중국어 강사로도 활동하면서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엔 사회복지사 시험 응시에 이은 실습교육도 마쳤다.
김씨는 “주변에 고학력 이주여성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취업의 문이 좁아 사실상 능력이 사장돼 안타깝다며 센터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취업 가능한 영역을 시와 협의해 민간단체나 기업체들이 채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엄마가 즐거워야 가족 모두 화목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김씨는 꼼꼼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한 아들은 의사, 활달한 딸은 교사나 간호사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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