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는 어떻게 농업위기를 극복했는가(2)
■ 쿠바는 어떻게 농업위기를 극복했는가(2)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2.10.15 15:55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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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확보 위해 ‘자원봉사’ 동원
도시텃밭 석유소비 감소에 큰 역할
▲ 해질무렵 말레콘에 나와 맥주와 함께 잡담을 즐기는 하바나 사람들

1989년 소련의 붕괴 이후 경제위기에 처한 쿠바는 관행농업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하여 이를 극복했다. 유기농에 따르는 많은 노동력을 어떻게 해결했으며 도시텃밭이 한 역할에 대해 알아본다.이 글은 <녹색평론 선집2>에 실린 미국의 농업생태학자 피터 로세트의 논문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편집자주>

◇노동력의 동원

새로운 농법에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통 농사기술에 관한 농민들의 지식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부는 농민과 과학자로 구성되는 워크숍을 후원했다. 쿠바는 남미 전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과학자는 11%를 차지한다.


정부는 지식집약적인 기술 혁신을 위해 인간자원의 건설을 강조했고 이미 1982년에 ‘대안적인 농업’은 쿠바의 연구자들 속에 자리 잡았다. 쿠바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위해 재빨리 방향전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쿠바사회는 고도로 도시화 되었고 유기농은 관행농업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도시노동자들의 단기 내지 중기적인 자원봉사가 있고 도덕적,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다. 장기적인 노력은 도시에서보다 더 좋은 주택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이는 적어도 농촌 인구를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촌지역 전체에 걸쳐서 임시적인 캠프가 2주 내지 2년 동안 ‘자원봉사 행사’에 참여하는 도시 노동자들을 위해 세워졌다. 단기적인 자원봉사자들은 한번에 15일간 봉사하기 위해 도시의 일자리와 학업을 중단하고 농촌 캠프에 있는 기숙사에서 산다. 이러한 두 주일의 동원이 이루어진 첫해에 하바나 주민 14만 6000명이 참여했다.


2년 동안 계속되는 자원자들은 ‘콘틴젠테스’라는 작업대로 조직되어 하루 12시간 긴 노동시간 동안 일했다. 이들에게는 평균보다 높은 급료와 주거조건이 부여된다. 2년의 할당기간이  끝나면 계속 머무르도록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시설과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갖춘 농업공동체를 국영농장주변에 세우고 있다. 이로써 노동력 전체 농업 순환기간 동안 같은 곳에 있도록 유도했다.


증가된 노동력 수요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은 군복무를 마쳐야 하는 청년들에게 농업 일을 의무적으로 하게 하는 일이다. 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의무 연한이 지난 뒤에 농촌에 영주하고 싶을 만큼 농촌생활에서 매력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 이 계획의 취지이다.

◇도시 텃밭

쿠바 정부가 1989년에 야심찬 ‘국가 식량 계획’을 내놓았다. 주 목표는 식품과 과일 생산을 신속히 증가시키려는 것이다. 또 다른 우선적인 목표는 하바나 수도인 주변지역을 가능한 한 자급자족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바나와 그 주변지역은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식량 조달을 타지역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농촌에 대한 의존은 복잡한 냉장, 수송, 저장, 분배체계를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모든 단계에서 석유를 소비한다. 도시텃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역화된 생산은 수송과 수확 후 저장문제를 줄이고 소규모 생산은 무거운 기계나 기타 에너지 다소비 방식과는 달리 인간 자원 의존도가 높다. 또한 개인들은 텃밭을 통하여 국가나 암시장에 기대는 대신 식량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도시 텃밭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개인이나 가족이 자기들의 사유 토지에서 가꾸는 텃밭이다. 둘째 유형은 개인들이 공공토지에서 집단으로 조직한 텃밭이다. 이러한 텃밭에서 생산된 것은 이 경우 토지는 정부 기관이나 조직과의 접촉을 통해 얻으며 토지사용권을 획득하면 텃밭을 가꾸는 그룹은 스스로 무엇을 언제 심을지 결정한다. 세 번째는 학교, 공장, 도는 대중조직과 같은 기관들이 조직한 것으로 조직에서 작업 일정 등을 정한다. 생산물은 그 기관을 위해 쓰여지거나 탁아소, 재활원, 병원 등지에 분배된다. 어떤 경우에는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각자 가정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도시 거주자들은 비교적 농업 지식에 밝은 편인데 이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쓰는 물품의 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쿠바의 민족 영웅 호세 마르티의 철학으로부터 연유한다.


1989년 이후 쿠바가 겪은 대량 기아와 같은 사태에 맞설 수 있는 나라는 드물 것이다. 쿠바에서는 열량섭취가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불룩 튀어나온 배를 가진 아이들도 없고 기타 건강 지표들이 여전히 좋은 상태로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쿠바의 계획 경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신속하게 시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쿠바인들이 엄혹한 시기에 실행한 대담한 시도가 궁극적으로 성공할지의 여부는 쉽게 말할 수 없으나 이미 그들이 성취한 것들은 놀라운 것이다. 쿠바의 실험은 현대의 관행농법으로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대규모의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경우에도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실험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고 우리는 이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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