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 / 강아지풀
■ 우리풀 이야기 / 강아지풀
  • 김관석 시민기자
  • 승인 2012.11.26 13:52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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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먹었던 구황식물, 조의 원조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씨앗을 퍼뜨린 풀들은 까맣게 말라버렸고 키 큰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휑뎅그레 서 있다.


곤충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변온동물인 곤충들도 겨울이면 체온이 내려가 활동을 하지 못하고 겨울잠을 잔다. 개미는 더운 여름 부지런히 일해 땅 속 창고에 먹을 것을 쌓아놓고 한겨울을 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다.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우화에서처럼 먹이를 모아놓는 개미가 있기는 하다. 짱구개미란 이름의 개미이다. 짱구개미는 10월 말쯤 막아놓은 입구를 열고 나와 주변에 흩어진 풀씨들을 느릿느릿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제 구멍 속으로 끌어 들인다.


이 때 모아놓은 먹이로 겨울을 나는가. 아니다. 추운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가을까지 이를 먹으며 사는 것이다. 한 달 일하고 일 년을 놀고 먹는 셈이다.
이 짱구개미가 즐겨먹는 먹이가 강아지풀 씨앗이다. 강아지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은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다. 어린 시절 강아지 꼬리처럼 보드라운 강아지풀 이삭을 꺾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손바닥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놀이를 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 강아지풀은 흉년이 들었을 때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었던 구황식물(救荒植物)로 알려져 있다. 가을에 여문 이삭을 말렸다가 손바닥으로 비벼 떨어지는 작은 씨앗을 쌀이나 보리에 섞어 밥을 짓거나 죽을 쑤어 먹었던 것이다.
민간에서는 오줌이 잘 나오게 할 때 달여 마셨고 구미초(狗尾草) 또는 낭미초(狼尾草)라고도 부르는 강아지풀을 9월에 뿌리를 캐어 말려서 촌충을 없애는 데 쓰기도 했다 한다.


강아지풀과 비슷한 식물로 금강아지풀이 있는데 이는 이삭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뻣뻣이 서있다. 밭에 심는 작물인 조는 이러한 강아지풀을 오랜 세월 동안 선별한 끝에 나왔다고 한다. 조의 원조인 셈이다. 논둑 밭가장자리 어디에서나 군락을 형성하며 사는 강아지풀 씨앗을 채집하여 밥을 한번 지어 볼까. 닭 모이로도 훌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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