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오지 않는 텅빈 금강
가창오리 오지 않는 텅빈 금강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2.12.10 11:25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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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리 갯벌 개리도 떠났다
“자동차 갯벌 출입 금해야”

▲ 개리의 월동지인 장항 송림리 갯벌을 드나드는 자동차

 

겨울이면 온갖 철새들로 붐비던 서천의 강과 연안습지가 예년과 같지 않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월동을 하던 금강호는 텅 비어 있고 논바닥을 시커멓게 뒤덮던 큰기러기도 볼 수 없다. 지난 10월 하순 90여 마리가 찾아와 월동을 하던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도 송림리 갯벌에서 찾아볼 수 없다.

▲ 금강호를 뒤덮은 가창오리. 2009년 12월 모습

 


가창오리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낙동강에 많이 찾아와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주로 동부 시베리아 레나강 유역 평원지대에서 번식한다. 10월이면 남하하여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큰 무리를 이루어 행동하며 일몰 직후 밤에 먹이를 찾아 전체의 무리가 비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 마서면 도삼리 논을 뒤덮은 큰기러기.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겨울에 서산의 천수만과 금강호, 전남 해남의 고남호를 오르내리며 월동을 하는데 올해에는 어느 곳에서도 가창오리를 볼 수 없다. 서천군 갯벌생태안내인으로 활동하는 여길욱씨는 “새들은 먹이와 안전이 확보돼야 찾아온다”며 “4대강사업으로 인한 금강하구의 훼손이 안전을 위협하고 볏짚 존치 등이 줄어 먹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것이 이들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없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 큰고니 등 수면성 조류의 은신처이자 먹이 공급원을 없앤 4대강사업 생태공원. 화양면 와초리

 


지난 10월 하순경에 장항읍 송림리 갯벌에 찾아온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는 최근까지 솔리천 하구 갯벌 등지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어디론가 떠났다. 이 마을에 사는 정해은씨는 “사람들의 간섭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갯벌에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썰물 때면 더러 자동차를 이용해 장암리 쪽으로 이동했지만 지금은 해양생물자원관 앞으로 길이 나 갯벌에 드나들 일 이 없다”며 “당국에서 원천 봉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탐조를 위해서라면 바닷가를 따라 솔밭에 산책로가 나 있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갯벌을 자동차로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 장항솔리천 큰고니. 2012년 2월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며 도삼리 들판을 뒤덮던 큰기러기들도 볼 수 없다. 29번 국도 확장공사가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양면 옥포리 금강호 하중도 부근에서 겨울이면 볼 수 있었던 큰고니도 올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4대강사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장항 솔리천에서 월동을 하던 모습이 관찰되었다. 금강호에서 위협을 느껴 이곳으로 온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솔리천 역시 사람의 간섭이 심한 곳이어서 이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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