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온갖 철새들로 붐비던 서천의 강과 연안습지가 예년과 같지 않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월동을 하던 금강호는 텅 비어 있고 논바닥을 시커멓게 뒤덮던 큰기러기도 볼 수 없다. 지난 10월 하순 90여 마리가 찾아와 월동을 하던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도 송림리 갯벌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가창오리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 낙동강에 많이 찾아와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주로 동부 시베리아 레나강 유역 평원지대에서 번식한다. 10월이면 남하하여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큰 무리를 이루어 행동하며 일몰 직후 밤에 먹이를 찾아 전체의 무리가 비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 서산의 천수만과 금강호, 전남 해남의 고남호를 오르내리며 월동을 하는데 올해에는 어느 곳에서도 가창오리를 볼 수 없다. 서천군 갯벌생태안내인으로 활동하는 여길욱씨는 “새들은 먹이와 안전이 확보돼야 찾아온다”며 “4대강사업으로 인한 금강하구의 훼손이 안전을 위협하고 볏짚 존치 등이 줄어 먹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것이 이들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없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하순경에 장항읍 송림리 갯벌에 찾아온 천연기념물 325호 개리는 최근까지 솔리천 하구 갯벌 등지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어디론가 떠났다. 이 마을에 사는 정해은씨는 “사람들의 간섭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갯벌에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썰물 때면 더러 자동차를 이용해 장암리 쪽으로 이동했지만 지금은 해양생물자원관 앞으로 길이 나 갯벌에 드나들 일 이 없다”며 “당국에서 원천 봉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탐조를 위해서라면 바닷가를 따라 솔밭에 산책로가 나 있어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갯벌을 자동차로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며 도삼리 들판을 뒤덮던 큰기러기들도 볼 수 없다. 29번 국도 확장공사가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양면 옥포리 금강호 하중도 부근에서 겨울이면 볼 수 있었던 큰고니도 올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4대강사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장항 솔리천에서 월동을 하던 모습이 관찰되었다. 금강호에서 위협을 느껴 이곳으로 온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솔리천 역시 사람의 간섭이 심한 곳이어서 이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