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 / 돼지풀
■ 우리풀 이야기 / 돼지풀
  • 김관석 시민기자
  • 승인 2012.12.17 12:02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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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풀은 없다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 이 풀은 영어 이름이 ‘Hog-Weed’인데 게걸스런 돼지처럼 잘 자란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번역해서 돼지풀이라 부르고 있다. 이 식물은 원산지도 불분명하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코카서스산맥이라 주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이 풀이 만주지방에서도 자생하지만 원산지는 ‘북미원산’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 풀이 처음 정착한 곳은 비무장지대라 한다. 6.25전쟁 중 외국인 병사들에 의해 건너온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병사들은 사람 키보다 더 커 시야를 가리는 이 풀들을 박살냈다. 꽃가루가 비명처럼 흩날렸다. 그날 밤 풀밭을 짓밟은 병사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겨드랑이와 팔에 두드러기가 났다. 병사들은 이 풀이 복수를 하는 풀이라는 것을 알았고 쑥을 닮은 이 풀을 ‘두드러기쑥’이라 이름지었다.


환경부는 근래에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사진)을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 18호의 규정에 의하여 생태계위해외래식물로 지정하였으며 이러한 식물을 제거하여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자고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해마다 예산이 수억원씩 들어가고 민군관이 합동작전을 펼친다. 제거할 때는 반드시 뿌리째 뽑아 햇빛에 건조한 후 폐기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른다. 그러나 이미 비무장지대를 장악하고 무서운 기세로 남하하고 있다.


어느 생물학자의 말을 빌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존재가치가 있다고 한다. 돼지풀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대개 국화과 식물은 곤충을 끌어들여 가루받이를 한다. 그러나 돼지풀은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다. 풍매화에 속하는 식물은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이같은 돼지풀은 정말 쓸모없는 풀일까.


돼지풀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쉽게 정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돼지풀이 널리 확산된 것은 경제발전을 이룩한다며 국토를 파헤치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이로 보아 돼지풀은 폐허가 된 땅을 가장 먼저 점령하여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개량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해로운 존재 같지만 자연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첨병인 것이다.


더구나 소는 돼지풀류 식물을 즐겨 먹고 새들도 그 씨앗을 받아 먹는다. 천적도 생겨났다. 돼지풀잎을 먹는 돼지풀잎벌레다. 쓸모없는 풀이 어디 있겠는가. 돼지풀은 침략자가 아니라 죽어가는 땅을 살리고 퇴비가 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며 가축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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