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서천/(12)도토리묵
■맛의 고장 서천/(12)도토리묵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2.25 11:13
  • 호수 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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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의 ‘메카’ 판교, 경동시장 70~80% 차지
중금속 해독·성인병 예방·다이어트 식품으로

▲ 상수리
◇우리나라 대표하는 참나무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지을 때나 선박을 건조할 때 소나무를 상목(上木)으로 여겨 아끼고 사랑한 데 비해 참나무는 땔감이나 도토리를 얻는 잡목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참나무라 할 만하다. 식물의 천이 단계상 극상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성장이 느릴 뿐만 아니라 모래땅이나 지력이 좋지 못한 건조한 곳에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토양이 기름진 곳에서는 참나무가 소나무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극상을 이룬다.
소나무숲에서의 낙엽 총생산량과 분해량을 참나무숲과 비교하면 참나무숲이 훨씬 낙엽량도 많고 낙엽 분해량도 훨씬 높아 토양이 빠르게 비옥해진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면 모든 산이 참나무숲 등으로 된다.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또는 상록교목의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을 총칭하여 참나무라 부르는데 그 중간 잡종도 매우 많다. 이들을 서로 구별해내기란 전문가도 어렵다고 한다.

◇수라상에 올랐던 상수리

이러한 참나무에서 열리는 견과류의 열매를 도토리라고 부르는데 이 가운데 상수리나무에서 열리는 상수리가 크기가 가장 크다. 상수리나무는 지역에 따라 꿀밤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상수리’란 한자의 ‘상실(橡實)’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란간 선조의 수라상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도토리묵을 자주 올렸다. 맛을 들인 선조는 환궁하여서도 도토리묵을 좋아하였으므로 늘 수라상에 올랐다 하여 ‘상수라’라 하였는데 나중에 상수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참나무라면 우리처럼 참나무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상수리나무를 일컫는다고 한다.


도토리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다람쥐가 가을이 되면 각시를 여럿 두어 밤과 도토리를 거두어 들여 굴 속에 쌓아놓고 겨울이 되면 눈 먼 각시만 남겨놓고 다 쫓아낸 다음 저는 밤을 먹으면서 ‘달콩달콩’ 하고 눈먼 각시는 도토리만 주는데 ‘쓸콩쓸콩’ 하며 먹는다는 것이다.

▲ 서천농협에서 판매하는 도토리묵 가루
◇인류최초의 식량

도토리는 인류가 농사를 짓기 이전부터 이미 식량으로 사용되어 왔다. 선사시대의 유적에서 식용으로 저장된 도토리가 발굴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예로부터 도토리는 가루를 내어 묵을 쑤었는데 구황식이나 별식으로 이용되어 왔다.
도토리의 씁쓸한 맛은 타닌 성분 때문이다. 타닌은 도토리를 묵으로 만드는 과정 중 많이 없어지게 되는데, 남아있는 타닌의 양이 알맞으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토리는 뜨거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동의보감>에는 늘 배가 부글거리고 끓는 사람, 불규칙적으로 또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대변을 보는 사람,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 몸이 자주 붓는 사람은 도토리묵을 먹으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도토리묵을 먹으면 심한 설사도 멈춘다고 하였는데 이 또한 타닌 성분 때문이다.


도토리 속에 들어 있는 아콘산은 중금속 해독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도토리묵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성인병 예방과 피로회복 및 숙취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등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특히 요즈음에는 다이어트식품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도토리묵은 수분함량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는 낮고, 타닌 성분이 지방흡수를 억제해 주기 때문이다.

▲ 뜨거운 성질을 지닌 도토리묵
◇도토리묵의 메카 판교

우리 고장 판교면은 이러한 도토리묵의 메카였다. 토질이 비옥한 판교면의 산들은 각종 참나무가 자라기에 유리해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많았다.


도토리묵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식품’의 김영근 사장은 “도토리묵의 원조는 이곳 판교였습니다. 한때 60~70가호에서 도토리묵을 만들었는데 하루에 8톤 트럭 5~6대가 묵을 실어내갔습니다. 서울 경동시장의 70~80%가 판교 도토리묵이었습니다.”
그러다 값싼 옥수수 전분이 들어오며 값싼 도토리묵이 범람, ‘보석’은 돌틈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서천군은 판교 도토리묵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대규모 도토리 생산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2010년 12월 서천군은 국립산림과학원과 협약을 체결, 1만5000그루의 대립 품종의 상수리나무를 심었다. 2015년이면 첫 수확이 가능해 양산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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