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전령사
봄을 알리는 전령사
  • 김관석 시민기자
  • 승인 2013.02.25 11:16
  • 호수 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변산바람꽃

너, 거기 피어 있었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
봄바람은
내 작은 꽃 속에서 불고,
가난해도 꽃을 피우는 마음
너 아니면
누가 또 보여주겠느냐
이 세상천지
어느 마음이

부안 출신 김형영 시인의 시 ‘변산바람꽃’ 전문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말이나 3월초 변산바람꽃은 계곡 주변 언 땅속에서 실낱같은 줄기가 솟아올라 가녀린 꽃을 피운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나 노루귀와 함께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 전령사이다. 이렇듯 강인한 생명력으로 환희에 찬 봄을 알리지만, 그 만남은 너무 짧다. 1주일 정도면 져버린다. 그리고는 주위의 덩치 큰 나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결실까지를 마무리 한다. 이들은 왜 이렇게 일찍 살다 죽는 것일까.


이유는 빛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식물들에게는 공통으로 요구되는 선택압력이었다. 숲의 상층을 차지하는 나무보다 키가 작은 식물들은 완전하게 자랄 때까지 충분한 빛을 이용하기 위해 키큰 나무들보다 일찍 꽃을 피우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일찍 개화하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하는 방법을 통해 지금껏 그들은 자연의 일부로 살아왔다.
숲 바닥에서 가장 먼저 키 작은 식물들이 피어나고, 그 다음으로 중간 높이를 차지하는 식물들이, 그리고 최후에는 숲의 덮개를 이루는 큰 나무들이 잎을 틔우며, 이러한 식물의 질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식물의 질서 속에서 봄의 야생화는 그 누구보다도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자연생태계에 또 다시 봄이 왔음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변산바람꽃은 1993년 선병륜 교수(전북대)가 부안 변산에서 채집하여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한 인연으로 얻은 이름이다. 그러나 설악산, 내장산, 마이산, 지리산, 한라산 등 전국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서천에서도 어느 고라당에 변산바람꽃이 피어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