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의 표본이 된 신성리 갈대밭
난개발의 표본이 된 신성리 갈대밭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3.11 15:59
  • 호수 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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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보전은 뒷전, 계속되는 ‘공사판’
주민과 연계한 소득창출사업 절실
▲ 최근 육지식물의 풀씨를 태워 없앤다며 불을 지른 신성리 갈대밭

금강 하류지역에서 갈대는 대표적인 지표식물이자 많은 물고기와 철새를 불러들이는 1차 생산자이다. 또한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갈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갈대는 토사를 움켜쥐고 있어 강 안의 침식을 막고 여러 생활 용구의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하굿둑이 막히면서 금강하류는 호수로 변했고 수생식물인 갈대밭은 사라져갔다. 신성리에 이러한 갈대밭이 남아있다. 면적은 무려 22ha에 이른다. 방치돼 있던 갈대밭이 2000년도에 개봉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군은 신성리 갈대밭을 개발하는 데 많은 비용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갈대밭의 원형은 심하게 훼손되었고 갈수록 육지식물이 침투해 억새밭으로 변하고 있다. 군은 또다시 거액을 들여 갈대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본다.

원형 보존위해 습지 복원해야

여러해살이 풀인 갈대는 수생식물이다. 물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는 습지와 육상의 점이지대에 군락을 이루며 자생한다. 그러나 조수에 따라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던 금강 하류지역은  금강하굿둑이 생기며 호수로 변했고 신성리갈대밭은 항상 육지로 드러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원생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심미적 기능을 발휘했다.


서천군이 이러한 점에 눈길을 돌려 관광지로 부상시키며 신성리갈대밭은 서천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자연 경관이 가져다 주는 이같은 관광자원은 자연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때 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은 그동안 자연 경관의 보존보다는 그 안에 돈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하며 지속적인 ‘공사판’을 벌여왔다.


총사업비 31억원(국고 14억2500만원, 지방비 14억2500만원, 민자 2억5000만원)을 들여 2007년 12월에 착공에 들어가 연안유실방지 공사, 연못 및 습지조성, 신성리 나루터 탐방로, 휴게시설, 조형안내판, 조형물, 공원설치, 관광데크시설, 하늘산책로, 부교·목교 설치, 농경문화체험관, 마을주차장 등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원형 보존을 위한 시도는 번번히 빗나간 채 또 다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수생식물을 보존하는 일은 습지로 유지시켜야 하는 원리를 무시하고 올해에도 갈대밭에 불을 놓아 태웠다. 군 담당자는 육상식물의 풀씨를 없애기 위해 해마다 해온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둑이나 밭둑을 태우면 그 자리에 풀이 안나는가? 참으로 어이없는 설명이다. 또한 매년 육상식물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다량의 소금물을 뿌려온 것이 원형 보존을 위한 노력의 전부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시도는 오히려 육지화를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한다. 본래 수생식물임을 감안해 습지로 복원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자 급선무이다. 이 밖의 어떤 방법을 써도 효과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군은 갈대밭 안에 육지화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시설물을 해놓았다. 오두막집 휴게실이 있는가 하면 미로찾기 놀이 시설마저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공사판 자체를 위한 ‘토건적 발상’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지역주민 연계한 소득창출사업

인구 5만의 전남 담양군은 내륙에 위치해 있어 몇 가지 문화유적을 빼고는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자원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인공으로 조성된 메타세콰이어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본래 자동차 도로의 가로수였지만 옆으로 새로 도로를 내고 1km 남짓한 메타세콰이어길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걷는 길로 만들었다. 주말이면 인근 주차장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마을 사람들은 당번을 정해 이들 관광객들로부터 1000원씩 요금을 받고 있다. 신성리갈대밭도 주말이면 독특한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겨우 지역특산물 판매만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연봉리 폐교를 활용한 ‘갈숲체험마을’이 문을 열었지만 현재 신성리 갈대밭과는 아무 연계가 없는 별도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은 지난 달 22일 ‘금강녹색바이오관광지대 조성사업’의 계획을 발표하고 15억원을 들여 기존 체험관 앞에 지상 2층, 연면적 219㎡ 규모의 ‘갈대농경문화체험 센터’를 신축하기로 하고 5월 중에 착공 예정이라 한다. 기존의 체험관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또 다른 체험관을 신축하는 것은 단기적 효과를 노린 전시행정일 뿐이며 원칙도 없는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체험관의 운영이나 내부 시설 구축에 주민들의 참여는 없다. 또 한번의 시행착오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 안목 갖춘 전문가 필요

신성리갈대밭이 관광지로 떠오르자 순천만을 잠식해 들어가는 갈대밭으로 골치를 앓던 순천시가 서천군을 방문하여 신성리갈대밭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이후 순천시는 순천만의 갈대를 잘 보존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가을에는 갈대 축제까지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가에 준하는 인력을 키우려는 순천시의 노력이 크게 역할을 했다는 세간의 평이다.


그러나 서천군은 갯벌, 철새 등 우수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인력 양성에 실패했다. 무슨 일을 벌일 때마다 지역 정서나 생태적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업체에 용역을 주어 일을 처리하곤 했다. 담당자가 있더라도 얼마 안돼 인사 때 전보 발령되기 일쑤이다.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갈 인력 양성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순천만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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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일 2013-03-17 22:59:44
신성리 갈대밭 관광지 개발 아이디어를 12년전에 나소열군수후보시절
처음으로 제공한 사람으로써 난개발에 무척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를 촬영 할 수 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파 해치고 마구 닦아 놓으면 거기에 갈대게가 오갰습니까?
개구리나 뱀이 살겠습니까 !
다시 복원하여 영화를 촬영 할수 있게 만드는것이
그곳의 관광지 개발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