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넘게 고샅길 걷기 이어온
서천걷기 모임 ‘걸음아 나 살려’
100회 넘게 고샅길 걷기 이어온
서천걷기 모임 ‘걸음아 나 살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3.03.11 16:34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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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회를 돌파한 기념으로 청산도로 나들이한 ‘걸음아 나 살려’

“2011년 2월 19일 서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태산을 오르며 걷기를 시작한 이래 명절날을 빼고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서천의 고샅길 걷기를 이어왔습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서 바라보는 산천은 건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를 버리고 믿음직한 내 두 다리에 의지하여 걷는 순간부터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다가 바짓가랭이를 부여잡는 야생초와도 눈맞춤을 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일상을 내던져 버리고 서천의 고샅길을 누비는 사람들 ‘서천사람 걷기 모임-걸음아 나 살려’ 회원들은 지난 2년 동안 104차의 서천의 고샅길 걷기를 이어왔다. 100회차 기념으로 서천을 탈출하여 전남 청산도에 가려했으나 그날은 악천후로 실행을 못하고 지난 3월 1일 104회차에 실행했다.
100회를 넘는 동안 이들이 누빈 마을길은 거의 다 섭렵했다. 거쳐간 마을만도 450여 마을이 넘는다.


이들이 걸으며 느낀 서천의 산수에서 느끼는 기(氣)는 한 마디로 ‘물’이라는 것이다. 천방산에서 남으로 흘러내린 주맥이 서천읍 오석산에서 멈추었고 주맥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아무렇게나 지맥이 뻗어 나와 수많은 골짜기를 이룬 것이 마치 소 천엽과도 같다. 그러나 산들은 하나같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나직나직 물처럼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자락에 의지하여 마을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데 바닷가나 강가에서 모진 바람을 맞으며 들어선 동네가 있는가 하면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싸 무릉도원처럼 꼭꼭 숨어있는 마을도 있다. 마을마다 최소한 이백년은 넘어 보이는 노거수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이 그늘 아래는 이들 걷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이 땅에서 먼저 살다간 사람들과의 대화 통로이다.


“재를 넘어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들은 우리 조상들이 발이 닳도록 걸었던 길들입니다. 길을 걸으며 지게를 지고 머리에 짐을 이고 걸었을 우리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김용빈씨의 말이다.


특별히 누가 회장이랄 것도 없고 으레 무슨 모임이 만들어지면 있기 마련인 정관이나 회칙 따위도 없다. 그저 내 고향 서천 땅을 ‘사뿐히 즈려밟고 걸어보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50여명의 회원들이 있지만 대체로 10여명 안팎의 회원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여한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카페(cafe.daum.net/wmfuqkfqrh)를 방문해 가입하면 된다.


회원들 중 상당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동반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꼭 참석하다는 최아무개씨는 이제 한창 자라는 아이와 함께 자연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천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고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화두에 답하며 걷는 길은 무엇보다도 건강에 최고입니다.”
서천에서 나고 자란 회원 이 아무개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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