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 최현옥
  • 승인 2003.03.20 00:00
  • 호수 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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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독거노인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김씨는 이들에게 오랜 벗이되고 있다.
“어휴∼ 이렇게 머리를 맡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요”
섬세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으로 노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김정숙(55·화양면 화촌리)씨는 “오히려 노인들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 감사하다”며 미소를 짓는다.
헤어커트, 발 마사지를 비롯해 수지침과 간병인 관리 등 좀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기능으로 무장돼 있는 김씨는 4강 신화의 히딩크가 강조한 ‘멀티플레이어’ 봉사요원이다.
김씨의 경우 시간적, 경제적인 지출이 불가피해 한가지 봉사활동만으로도 사실 힘이 들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기술이 외롭고 도움을 원하는 노인들에게 힘이 되기에 그녀의 마음은 한 없이 행복하다.
김씨의 이같은 전천후 봉사활동은 화촌교회로 5년 전 서울지역의 어느 선교단체에서 미용봉사활동을 찾아온데서 비롯됐다.
그들의 미용봉사를 받은 노인들은 너무나 좋아했고 김씨는 그곳에서 굳은 결심을 했다. 전문적으로 미용기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동안 시아버지와 남편 이발을 담당하며 틈틈이 익힌 손재주로 교회 신도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기로 한 것.
처음 미용봉사를 시작할 때에는 아마추어 수준의 실력 때문에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에 어려움이 따랐지만 그녀의 솜씨는 소문을 타고 인근 지역에 퍼져나가 노인들이 오히려 이발을 요청해 왔다.
또 미용봉사는 마을 노인들 이외 금매복지원에서 자신을 비롯, 2명의 봉사자와 함께 진행되는데 그녀가 한달 동안 이발하는 노인은 평균 35명 정도다.
김씨의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은 서천YWCA에서 헤어커트 자원봉사자 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는데 단체활동을 통해 배움의 기회와 봉사활동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게 됐고 지난해에는 군청에서 여성사회 교육일환으로 진행한 발관리 프로그램을 이수, 또 하나의 봉사활동 항목을 업그레이드 했다.
“발을 마사지하면 손목이 많이 아파 오지만 노인들이 피로와 건강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손목에 힘이 더욱 솟는다는 김씨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어 기쁘다.
구수한 김씨의 입담과 함께 진행되는 발 마사지는 단순한 육체피로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피로까지 풀어주고 있다.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아팠다”는 김씨는 지역의 노인들에게 좀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주며 못다한 효도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천YWCA가 밑반찬지원사업을 맡으며 반찬을 만들 장소가 협소, 어려움을 겪게돼 그녀가 음식마련을 전담했다.
재료구입부터 배달까지 담당하는 그녀는 마산, 시초, 문산 지역의 25명의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김씨는 단순한 배달원이 아닌, 외로움에 지친 독거노인들의 다정한 벗이 되고 싶지만 배달거리가 너무 멀어 5∼6시간이 소요돼 단순 배달만도 벅찬 일이어서 못내 아쉬움이 따른다고 전한다.
“몸이 연약하고 시간이 부족해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는 그녀는 “작은 실천으로 큰 기쁨을 얻는다”며 봉사는 자신을 희생해서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기쁨의 원천이 돼는 것이다”고 전한다.
최근엔 좀더 차별화된 자원 봉사를 위해 수지침과 간병인 교육을 받고 있는 김씨는 “관계기관에서 전문적인 봉사자를 양성, 다각적 봉사의 길을 열어주고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봉사를 묶어주길 희망한다”며 “자신이 하는 것은 봉사에도 들지 못한다”며 인터뷰를 마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노인들을 대할 때 나는 없고 그들은 나이고 나는 곧 나를 돌보는 것이다”는 김씨는 노인들과 웃고 울며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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