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 인류의 문명 건설과 파괴
불(火), 인류의 문명 건설과 파괴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3.09.28 14:37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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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준 첫 번째 요소이다. 우리 인간은 불과 도구를 유의미하게 사용하면서 문명을 창출하였고, 오늘날과 같은 우주시대, 정보화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마만큼 불은 인류의 발전에 초석이 된 것이다.


불의 발전사를 간략하여 보면, 약 10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직립 인간)가 처음 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분파된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포함-지혜로운 인간)가 40만 년 전부터 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 그 후부터 인간은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되면서 문명의 세계를 지피게 되었다. 불은 밤을 밝혀줌으로써 인간의 활동시간을 확대시켜 주었고, 난방용, 조리용, 방어용, 산업용, 과학기술용 등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인간은 불을 더욱 발전시켜 신탄(땔감나무) 사용에서 석탄, 석유로 확산시켜 나갔다. 그 후로는 원자력과 신소재 동력원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급속한 변화를 초래하는 현대 과학 기술의 원동력인 에너지가 되고 있다. 이로써 우리 인간은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띄우게 되고,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하여 4차원 세계로 진입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불은 우리 인류의 발전사에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모든 면에서 우리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도구의 발달은 한 순간에 수십 내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괴물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탱크, 전투기와 폭격기,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이 괴물이었으며, 대전 말기에는 원자폭탄이라는 더 무서운 괴물이 등장하였다. 지금도 강대국들과 북한까지 더, 더 무서운 괴물을 감추어두고 있다.


지난 9월 4일, 저녁 뉴스에 우리의 고향인 서면 마량리에 있는 서천해양박물관의 화재 소식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어떤 여행 전문가는 해양박물관 그 자체만으로 전국에서 가볼만한 곳 50위 권 안에 지정한 바도 있다. 불은 박물관 내부 1900여㎡ 가운데 1500여㎡와 전시물 대부분을 태운 뒤 3시간여 만에 진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박물관에서 10여m 떨어진 숲에서 오모(56)씨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출동한 구급대원이 발견하여 병원으로 수송하였으나 위독한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서천해양박물관에는 희귀한 바다 생물 15만 점이 산호관, 생태체험관, 패류관, 화석관, 갑각류관, 어류관과 2층에 공룡체험관, 3D입체영상관, 일출과 일몰 전망대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명소였다. 15만 점에 이르는 바다 생물들은 모형물이 아니라 박제된 것과 실물 그 자체였기 때문에 훨씬 더 현장감과 신비감을 줄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박물관이 서천에 있었기에 외지의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서천군 학생들은 해양의 신비와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문화재원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 서천을 명품 고장으로 만들 수 있을 터인데,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 누가 있어 또 다시 그런 문화재원을 만들 수 있겠는가? 우리는 수 년 전에 숭례문(남대문)의 소실로 인한 상실감을 맛보았다. 역사적으로도 외침을 많이 받은 우리는 석조에 비해 목조 건축물이 상대적으로 왜소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서천만의 고유한 문화재원을 한 순간의 불길 속에 잃어버린 상실감은 두고두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서천 군민과 출향인들이 더욱 노력하여 새로운 문화재원을 만들어가는 한 편, 기존의 문화재원들을 잘 지키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서천해양박물관의 화재로 인한 상처를 거울삼아 다시금 불의 재난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홍주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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