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러한 것이 진정한 농업이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 진정한 농업이다”
  • 최현옥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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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을 개척한 인간승리의 정신이 엿보이는 서석두씨.
마산 이사리에 위치한 봉선저수지 앞에는 금방 이발을 끝낸 감나무가 즐비하다. 단장을 끝내고 풍성한 가을을 기약하는 감나무, 소담스런 모습으로 가나안 농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산의 오솔길을 오르다보면 전지(剪枝)작업을 하고있는 농장주인 서석두(70)씨를 만날 수 있다.
“틱! 탁”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그의 손놀림은 섬세하다. 30여 년 농사일에 베테랑이 돼버린 그이지만 유실수 앞에서는 수줍은 많은 새색시에 불과하며 모성을 간직한 어머니다. 3만평 규모의 산. 지금도 곳곳에 돌이 많아 과거 돌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 농사가 편리하도록 길을 닦고 감나무·밤나무·은행나무 등을 심었을 서씨를 생각하며 자연과의 싸움 앞에 승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저는 한번도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농사를 지은 적이 없습니다”
돌산을 개척한 인간승리의 정신이 엿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오히려 순리에 맞춰 농사를 지었다는 서씨의 대답은 거짓말 같다. 그러나 돌산에서 금산으로 탈바꿈된 농장 안에는 그 위대한 진리가 숨쉬고 있다.
사실 서씨에게 자연이 투쟁의 대상이었을 때가 있었다. 지난 76년 농사를 짓겠다고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천에 첫발을 디디며 그는 노력 앞에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가 진정한 농사꾼으로 거듭나면서 자연의 뜻과 합을 이루며 농사짓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대부분 자연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매년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서씨는 서천에 단감을 전래한 목회자다. 과거 충남은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감 농사가 안 되는 지역으로 산림청에서 확정 돼있는 상태. 그러나 서씨는 토양의 기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장·단점을 적절하게 이용, 나무에게 다양한 조건을 제공하며 그 결과를 기록해 비교·분석하는 농사를 지었다. 서씨의 이런 노력은 2천 그루의 감나무에서 15kg짜리 5천 포대의 감 수확이라는 결실을 제공했다. 자연에 순응하며 농사를 짓는 서씨이지만 종종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자연재해, 처음 그의 노고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재해 앞에 절망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자연 이치로 받아들인단다.
서씨의 감 농사 성공은 지역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감 농사를 짓겠다며 기술을 배우길 자청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해에도 공주, 해남, 완주 등 2천 여명이 견학을 다녀갔으며 지금도 종종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또 지난 95년에는 그의 농장에서 단감축제를 열어 성공사례 발표와 교육, 품평회를 하는 등 지역에 단감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유실수 농업부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간 서씨는 지역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알려지며 자랑스런충남인상을 비롯,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농촌도 변해야 산다는 말처럼 다양한 농업의 시도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서씨. 몇 일전 지난해까지 재배한 밤나무를 잘라내고 5년 전부터 키워온 은행나무와 매실수를 식재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유실수 재배를 통해 타 농업인에게 기술을 보급하고 싶은 것.
“나 자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농사를 짓고 싶다”는 서씨는 끈기를 가지고 오늘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몸이 쇠약해지며 농업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는 서씨는 “다행이 아들이 자신의 후계자로 일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대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서씨, 그가 있어 서천의 농업은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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