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는 정치가 아닌가?
지방정치는 정치가 아닌가?
  • 심재옥 칼럼위원
  • 승인 2014.01.27 10:55
  • 호수 6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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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4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뽑고 95년부터는 단체장까지 뽑게 된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방자치제도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시각이 더 많은 상황이다.


  기초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가 틈만 나면 거론되는 것도 기초단위 지방자치의 허약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광역단위 기초의회 폐지와 기초선거에 정당공천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가 최근 새누리당이 위헌을 이유로 존치 쪽으로 입장을 바꿔서 더 시끄러운 쟁점이 되었다.


 65세 노인에 기초연금 지급 공약에서부터 4대 중증질환 의료비 국가부담,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 50만원 등 복지공약을 줄줄이 파기한 박근혜 정부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공약까지 파기하고 나섰으니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 공약을 만들 때부터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민께 엎드려 사과해야할 문제다. 같은 문제로 여전히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측은 새누리당의 공약파기에 대해 공격만 할 게 아니라 정당공천의 위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당공천을 기초단위 선거에서만 정당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성에 위배된다. 또한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의 정당 표현을 제한하는 것도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더욱이나 정당공천제도가 폐지된다면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진출해왔던 긍정적 효과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국회 정치개혁특위에는 각계 전문가들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반대의견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와 광역단위에는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면서 유독 기초단위 선거에 정당공천을 배제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기초단위 지역을 정치의 기본단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를 행정의 말단으로만 이해하거나 기초의회는 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치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허구한 날 당파적 싸움만 벌이는 것이 정치라는 인식이 강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논리에 공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적 자원의 분배를 둘러싼 갈등과 타협의 과정이 정치라 한다면 주민 생활에 밀접한 기초단위야말로 보다 분명한 책임정치가 강화되어야 할 영역이다. 자원도 인력도 부족한 지역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삶은 정치의 근간이며 바닥이다.


  만일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이 폐지된다면 이제는 지역 유지들과 토호세력들이 득세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나마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물을 정당조차 없어지면 더욱 힘있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사로운 정치만 커질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이 지방의원과 단체장 공천권을 쥐고 중앙정치에 지역을 예속시키는 것이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라면 그건 정당 민주주의 강화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일반 당원들이 후보자를 선출하게 하고 정당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와 개입력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해보지도 않은 정당들이, 정당 스스로의 잘못을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격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지방정치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이다. 정당공천의 존폐문제가 마치 지방정치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인양 여기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단체장의 독주와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지방의회 문제는 정당공천 폐지로도 해결될 수 없다. 집행부, 의회, 주민이라는 지방정치의 핵심 3주체 중에서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이 배제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지방정치가 강화될 수 없다.


행정력을 가진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주민참여제도의 개선과 강화가 필요할 것이고 지방의원의 전문성 강화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보좌인력과 특권과 비교하면 지방의원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는 꼴 아닌가. 국가사무와 예산의 지방이양 확대도 지역정치 발전에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다.
  지방정치가 강화될 발판은 마련하지 않은 채 지방의회 무용론이나 지역정치 수준만 개탄하는 건 주민들에게나 지역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단체장의 독주와 전횡이 나오는 것이고 게으르고 무능한 지방의회가 생겨나는 것이다. 지방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당공천 폐지도, 지방의회 폐지도 답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자각된 주민들의 실천적인 힘, 그것이 지역정치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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