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장애인 인권운동가 사랑나눔터 이승원 원장
■ 인터뷰/장애인 인권운동가 사랑나눔터 이승원 원장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4.07.23 17:08
  • 호수 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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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서천에 장애인 미술관 건립이 꿈”

▲ 사랑나눔터 이승원 원장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사랑나눔터재활원은 이승원 원장이 청각장애인들을 처음 만나면서 설립한 기관이 장애인과 출소자들의 재활을 돕는 복지단체이다. 1997년 설립된 이후 사랑나눔터는 청각장애인들이 일반인들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개인문제를 비롯한 가정, 직장, 결혼문제 등을 상담하고 그들의 필요를 지원하는 한편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승원 원장은 서천읍 화금리에서 5남5녀의 아홉째로 태어났다. 서천초, 서천중을 거쳐 고등학교는 대천해양과학고를 졸업했고 서울 과학기술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그러나 이 일이 적성에 맞지도 않지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철없는 생각임을 자각하고 감리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공부에 몰두했다고 한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서천을 찾은 그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이 원장이 청각장애인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특별하다.
“전도사 생활을 하는 도중에 하루는 구청에 갔다가 우연히 수화하는 민원인을 보게 됐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이 사무실을 구하던 중 도와주던 수화통역사가 보증금 삼천만원을 가지고 도망갔다는 것입니다. 그 일로 도움을 청하러 왔더군요. 그 때는 제가 레크레이션 강사도 병행하며 인기가 좋았을 무렵이라 수입이 많았습니다. 구청이 못한다면 나라도 도와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명함을 건넸고 그 인연으로 오늘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수화도 배우고 선뜻 돈도 쾌척했을 정도이니 그의 사랑과 봉사정신을 가늠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돕다 보니 정말 참혹한 인권유린 현장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는 광주 도가니 사건과 관련해 청각장애인들의 대변인을 맡아 그들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사람들은 광주 도가니 사건이나 에바다 사건 등의 일회성 보도로 문제를 접하고 새삼스레 놀라지만 장애인 보호시설 성폭행은 어제 오늘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에 만연된 왜곡된 성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가장 약자인 장애인에게는 언제 어디서 터져도 터질 수 있는 사건입니다.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며 내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만 이젠 단연코 내 가족과 이웃의 문제라 여기고 제도적 보완을 철저히 하며 사회 인식 개선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보호시설에 관심을 가져 준 것은 고맙지만 자극적인 보도와 마녀사냥식의 관련자 처벌에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행태에 실망과 분노가 배어 있다. 그가 이 사건과 관련해 대변인을 맡게 된 계기를 물어봤다.

“하루는 농아인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광주 인화학교 피해자들인데 수화로 하는 증언에 통역 할 사람조차 없다는 겁니다. 도가니 사건 보도 이후 호들갑스럽게 열린 진상조사 회의에 참석해보니 여기서도 청각장애인들을 불러 놓고는 수화통역자 한명 없더군요. 누구를 위한, 무엇을 대비하고자 하는 모임인지 깊은 회의가 밀려왔습니다. 심지어 지역사회가 가해자들과 이해관계로 얽매여서 사건 수사에 간섭하거나 장애인을 돕는 단체마저 서로의 이권을 지키고자 제 역할 이외에는 몸을 사리더군요. 제가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지적한다고 갖은 오해와 협박을 당했으니 그동안 장애인들이 받았을 고통은 정말 헤아릴 수 없습니다.”

봉사 자체에 대한 노력과 연구에 매진해도 시간이 모자랄 활동가들인데 도움은커녕 협회간의 알력과 지역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받고 있으니 정말 통탄할 일이었다.

청각장애인들과 무연고 출소자들이 이 사회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관심과 일이 터진 뒤의 뒷정리가 아니라 평소에 늘 자연스럽게 같이 고민하고 지속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랑나눔터에서는 ‘사랑의 빵 나누기’ 행사와 청각장애인들이 출연하는 수화뮤지컬 ‘용서받은 여인’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 역시 예술 공연과 봉사 활동도 하는 너무나 평범한 이들임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사랑나눔터에 소속되어 있는 청각장애인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교도소, 군부대, 복지시설 등을 찾아 ‘사랑의 빵(호떡)’을 직접 구워서 나눠주고, ‘용서받은 여인’이라는 수화뮤지컬을 공연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삶의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20여분에 불과하지만, 그 열정이나 감동은 전문배우들이 나오는 일반 뮤지컬 못지 않다.
▲ 사랑나눔터의 수화 뮤지컬팀

그의 봉사활동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에는 한국의 청각장애인들이 중국의 청각장애인들과 만나 문화교류 행사를 열었다. 중국 북경에 있는 21세기 문화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중국 북경 장애인예술단의 화려한 전통 공연에 이어, 한국 사랑나눔터 청각장애인들은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수화 뮤지컬을 공연했다.장애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마찬가지, 장애인 수당 제도가 없어 더욱 형편이 어려운 중국의 장애인들을 위해 한국의 장애인들은 중국의 청각장애인학교(북경시 제3농인학교)를 방문해 축구공과 학용품을 전달했고 호떡 판매로 생계를 이어온 한국의 장애인들이 중국 장애인을 위해 호떡 굽는 시연을 펼쳤다.

이러한 이승원 원장의 봉사정신은 (사)한민족평화통일단체총연합UN평화대회 사회봉사대상 장애인부문 대상, (재)기독대한감리회 서울연합회 장애인봉사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요즈음 고향 서천을 가끔 방문하며 또 하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미술관을 서천에 건립하겠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있고 예술적 감성이 있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미술대회를 서천에서 열고 서천에 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천을 찾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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