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항 활력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③예술의 섬으로 변모된 일본 나오시마
■기획/장항 활력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③예술의 섬으로 변모된 일본 나오시마
  • <일본 나오시마=글 고종만/사진 김장환 기자
  • 승인 2014.09.01 09:46
  • 호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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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뒤덮인 나오시마
공익적 자본주의 추구하는 기업들이 일궈
장항에서도 기업 차원의 적극 참여 잇어야…

*이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섬 전체가 예술 작품으로 뒤덮인 일본 시코쿠 나오시마 섬과, 주민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유리공예를 택해 쇠락한 마을을 되살린 나가하마는 일본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모델이다. 나오시마는 한 기업인의 열정에 의해 재탄생됐다면, 나가하마는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민관협력형 모델로 특징지을 수 있다. 뉴스서천은 장항읍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도시재생 선도사례로 꼽히는  두 곳을 다녀왔다. 2회로 나눠 소개한다.<편집자 주>

▲ 쿠오시마 야요이의 노란호박
세토내해(瀨戶內海)에 위치해 있는 시코쿠 가가와현 나오시마는 섬 둘레가 16km, 면적이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섬이다.
나오시마를 찾기 위해서는 페리호를 이용해야 한다. 시코쿠 가가와현의 항구도시인 다카마츠(高松)항에서 타거나 혼슈의 우노항에서 배편을 이용하면 된다. 한 시간에 1대꼴로 운항돼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취재진은 다카마츠 항에서 카페리호를 타고 이동했는데 약 1시간 가량 소요됐다.
카페리호를 타고 나오시마 섬의 항구인 미야노우라 항이 다가오면서 맨 먼저 취재진의 시선을 끈 것은 항구 옆에 설치된 일본 미술가 쿠오시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가이드에 의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야노우라 항 건물은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을 건축한 세지마 가즈요와 나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작품으로, ‘바다의 역 나오시마’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터미널 건너편에는 자전거 대여점 두 곳이 눈에 띈다. 섬 전체 둘레가 16km로 좁은 섬이기 때문에 예술작품으로 도배된 섬 곳곳을 둘러보기에는 자전거만한 것도 없을 듯 해보였다.

여행잡지에 7대관광지로 선정

나오시마에는 3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불과 20~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버려진 섬으로 치부됐던 이 섬에 한해 1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여행 전문지로 잘 알려진 ‘콘드 나스트 트레블러’로부터 나오시마가 파리 등과 함께 세계 7대 관광지로 선정된 이면에는 섬 전체가 예술작품으로 뒤덮여 있기때문.
나오시마가 전세계 관광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기까지는 ‘공익적 자본주의’ 이념을 실천에 옮긴 이 고장 출신인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의 집념과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타타오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의기 투합이 만들어낸 복합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은 ‘예술의 섬 나오시마’ 서문에서 공익적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를 ‘기업이 문화나 지역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해, 그 재단이 그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되고, 배당금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활동의 목적은 문화로,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단이 목적화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의 공익적 자본주의가 나오시마 섬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하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구리 제련소로 황폐해진 섬

과거 30년전만해도 이 섬은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는 등 버려진 섬에 불과했다. 1917년 나오시마 북쪽에 미쯔비시사가 중공업 단지를 세운 뒤 70여년간 구리 제련소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으로 섬은 황폐해졌다. 이 때문에 60년대 후반 7800명이었던 인구는 19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3900여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희망이 없던 섬의 운명이 180도 바뀐 것은 나오시마 출신인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홀딩스(전 후쿠다케 서점)이사장 및 후쿠다케 재단 이사장이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어린이를 위한 캠프장을 건립을 착수하면서다. 그는 1987년 섬 남쪽의 땅을 매입, 건축에 들어가 1989년 안토타타오가 감수한 ‘나오시마 국제캠프장’을 열었다.
하지만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 이전 예술의 섬의 기초를 닦은 사람은 초대 동장인 미야케 카카츠구씨이다. 36년간 9기에 걸쳐 동장으로 활동해온 그는 1960년대 후반 미야노우라 항 인근 중심권역을 생활과 교육영역으로, 남부의 혼무라와 고단지 마을은 문화예술리조트 영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일본의 유명건축가인 이시이 가즈히로시의 설계로 예술성이 높은 나오시마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재탄생됐다.

주민들 참여로 섬 전체 재구성

취재진은 나오시마가 왜 예술의 섬으로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기로 했다.

▲ 현재 목욕탕으로 이용되고 있는 목욕탕이 아티스트에 의해 새롭게 바뀐 ‘아이♡場’
항에서 나오자마자 불과 1분 거리에 이에(집)프로젝트 일환으로 재탄생된 ‘‘아이♡장(場)’을 찾았다. 이 목욕탕은 현재 목욕탕으로 영업중인 곳이지만 취재진이 찾은 7월23일은 휴무여서 목욕하면서 내부를 둘러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목욕탕은 아티스트인 오오타케 신로가 후쿠다케 소이치 이사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꾸민 것으로, 목욕탕 내에는 거대한 코키리상이 설치됐고 탈의실 벽은 영화 포스터와 옆서 콜라주로 장식돼 있고, 수도꼭지는 우와지마 산(産)진주나 단추 모양의 배지 등으로 부착돼 있다.
나오시마 이에(집) 프로젝트는 1997년 혼무라 지구의 한 주민이 나오시마초 주민센터에 가옥 기증 의사를 밝혀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혼무라는 나오시마 내 가장 오래된 마을로 성터나 절, 신사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에 프로젝트로 재탄생 된 집은 총 7개소이다.
▲ 이에(집)프로젝트 1호인 카도야(모서리집)에는 시간의 바다 98 등 3작품이 작가와 주민들의 협업으로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도쿄 서민문화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저지대 주거지역 시타마치 태생인 미아지마 타츠오의 작품 카도야(모서리집)다. 이 카도야에는 3점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안방에 설치된 ‘시간의 바다 98’이란 작품은 집 안에 풀장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물을 채운뒤 엘이디로 발광하는 숫자판인 카운터를 물속에 배치하고 1에서부터 9까지의 숫자를 세는 구조로 돼 있다. 토방 벽에는 ‘나오시마즈 카운터 윈도우’와 창고에 설치된 산수화 위에 채색된 ‘첸징 풍경’이 설치돼 있다.
이에 프로젝트 7점 모두 예술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작품 구상 및 설치까지 전 과정을 주민들이 참여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도시재생의 주체인 주민을 배제한 도시재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땅속에 있는 지추(地中)미술관

나오시마의 또다른 명물은 안도 타타오가 설계해 2004년 개관한 지추(地中)미술관이다. 땅 속에 있는 미술관이란 뜻의 지추 미술관은 건물 전체가 땅속에 묻여 있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지추미술관은 원래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정신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의 의미를 확장하겠다는 착상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추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 등 수련시리즈와 빛의 작가로 잘 알려진 제임스 터렐의 ‘에이프럼, 패일블루’와 월터 드 마리아의 ‘시간/영원/시간 없음’(Time/Timeless/No Time) 등 다섯 작품만이 전시돼 있다.
지추미술관은 안도 타타오의 여러 작품 중 상당히 예리하고 멋진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것으로,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모네의 수련 연못 등을 인공 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이용해 작품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추미술관은 예술가 뿐 아니라 건축학도 등이 즐겨 찾는 명소라는 게 지추미술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나오시마의 또다른 볼거리는 안도타타오가 설계한 베네세하우스로 1992년 완공됐다. 베네세하우스는 미술관과 호텔을 일체화한 종합공간으로 공중에서 보면 지추미술관처럼 겔러리 공간 대부분이 지하에 배치됐다.
베네세하우수 뮤지엄의 특징은 단지 작품을 구입해 전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작가를 나오시마로 초청해 전시 공간을 보여준 다음 현지에서 작품을 제작하도록 해왔다.

▲ 세토내해 국립공원으로 떠내려온 나무 등을 소재로 구리로 돌돌말아 만든 아니스 쿠렐리스 작 ‘무제’
이곳에 전시된 작품중 아니스 쿠넬리스의 작품명 무제는 세토내해에 떠내려온 나무나 컵 등을 납으로 돌돌 말아서 제작한 것으로, 작가가 직접 나오시마 현지에 와서 만든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리처드 롱 역시 새토내해로 떠내려온 나무로 만든 원과 에이븐 강 진흙으로 그린 원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런가 하면 부루스 나우먼의 ‘100개의 삶과 죽음’이란 작품은 큰 원통형의 어슴푸레 빛이 비치는 공간에서 각각의 주제를 담은 문구들이 네온으로 제작돼 점멸되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아나기 유키노리, 데이비드 호크, 아스다 칸, 잭슨 풀록 등 쟁쟁한 거장의 작품들이 다수 소장돼 있다.
베네세하우스에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작품제작에 마을 주민과 학생이 조수로 참여해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지추미술관과 베네세 하우스 중간 지점 골짜기에는 이우환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우환은 한국 미술가로, 일본의 획기적 미술 운동인 모노파의 창시자이며,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후쿠다케소이치로 이사장은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목표에 가장 근접한 아티스트가 이우환으로, 자신이 나오시마 섬의 최후 공간으로 소중히 아껴온 곳에 이우환 미술관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추미술관이 서양 미술의 성지라면 이우환 미술관은 서양 미술의 성지에 대응하는 동양적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에너지로 냉난방, 자연친화적 건축

후쿠다케 이사장은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든 뒤 세토 내해의 다른 섬인 이누지마에 이누지마 아트프로젝트인 ‘세이렌쇼’를 지난 2008년 완성했다. 그는 이 고장 출신의 작가 야나기 유키노리로 하여금 미시마 저택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자연친화적 건축을 지향하는 산부이치로 히로시로 하여금 건축을 맡겨, 자연에너지로 냉난방을 하면서 현대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세이렌쇼를 완성시켰다.
그는 2010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 맞춰 이누지마 이에프로젝트도 공개했고, 테시마 미술관도 개관했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세토내해의 섬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해줬으면 한다”면서 “각각의 섬들이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와 개성을 살려 서로 연대하고 제휴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적극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항의 도시재생에도 관내 기업들이 쇠락일로를 걷고 있는 장항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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