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풀 이야기/(149)바랭이풀
■ 우리풀 이야기/(149)바랭이풀
  • 김관석 시민기자
  • 승인 2014.11.03 17:35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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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몰랐던 잡초의 최고봉

땅 위를 기며 번져가는 바랭이풀
시멘트로 덮이지 않은 길 어디에서나 이 풀을 볼 수 있다. 전국의 논길, 밭길, 마실길, 오솔길, 둘레길, 고샅길, 빈터 등지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볼 수 있다.

농부들을 가장 귀찮게 하는 풀이다. 어쩌면 농부의 한 해는 ‘바랭이풀과의 한 판 승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제초제를 뒤집어 쓰고 누렇게 죽어가기도 하지만 금세 다시 자라난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름은 모르고 산다. 바랭이풀이다. 바래기라고도 불린다.

바랭이풀은 한국이 원산지로 열대지방과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벼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땅 위를 기면서 줄기 밑 부분의 마디에서 새 뿌리가 나와 아주 빠르게 퍼져 나간다. 줄기의 윗 부분은 곧게 서는데 키는 30~70cm 정도이다. 줄기 아래에 나는 잎은 길이 8~20cm, 너비 5~15mm 정도이며 털이 있다. 꽃차례의 길이는 4~8mm 정도로 아주 가늘고 곧은데 줄기에서 3~8개의 가지로 갈라진다.

꽃차례는 불그스레하거나 자줏빛을 띤다. 작은 이삭은 연녹색으로 흰털이 있고, 10월에 익어 엄청난 양의 열매를 땅 속에 묻어놓는다. 이듬해 봄이면 순차적으로 발아를 한다. 1진이 뽑히고 나면 2진이 발아를 한다. 한번 번식하고 나면 다른 풀은 접근을 불허한다.

봄에 호박과 같은 덩굴식물을 심으면 호박이 바랭이풀보다 키가 더 클 때까지 바랭이풀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그대로 두면 호박덩굴은 힘도 못써보고 바랭이풀 숲 사이에서 일찌감치 생을 마감한다.

옛날 우리 어머님들 허리 휘도록 밭을 매게 한 잡초가 바로 바로 이 바랭이풀이다. 줄기를 옆으로 뻗으면서 뿌리도 함께 내리니 미리 뽑지 못하면 결국 뽑는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바랭이풀이 독하고 질기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이보다 더 독하고 질긴 삶을 살았다.

독하고 억센 생명력과는 달리 바랭이는 단맛이 나는 풀이다. 그래서 소나 염소 등 초식동물들이 각별히 좋아한다. 60, 70년대에 소를 풀밭으로 몰고 가 풀을 뜯게 해 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풀밭에서 소는 바랭이풀부터 찾고 염소나 소를 매어둘 때에도 바랭이풀이 가장 많이 번진 곳에다 매어둔다.

▲ 왕바랭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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