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넘는 건축물 짓고싶어…
천년을 넘는 건축물 짓고싶어…
  • 최현옥
  • 승인 2003.06.06 00:00
  • 호수 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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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손길이 베어나는 고건축, 홍씨는 한국의 멋과 전통을 잇고있다.
여행이나 산행, 고궁에 나들이를 하는 경우 사찰이나 양반 집, 궁궐 같은 고건축물과 만나게 되는 일이 많다. 우리 건축물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 건물들의 구조나 특징, 건축 원리는 다양하고 섬세하다. 또 건축물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손길이 베어있으며 생활이 숨쉬고 있다. 이에 고건축을 하는 목수들에게는 기둥하나를 세우고 보 하나를 얹더라도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고건축물을 복원하고 신축하는 홍사구씨(마산면 이사리·68), 그 역시 고집스런 장인정신이 자랑이다.
“천년이 지나도 견고함을 자랑하는 건축물을 짓고 싶습니다”
평생 전국의 고건축 현장을 찾아다니며 톱, 대패, 망치와 함께 살아온 목수 홍씨. 그는 다시 태어나도 나무밖에 모를 것 같다.
“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견고함으로 지금보다 후손들에게 진정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홍씨는 천년을 견디어낼 건축을 목표로 일 하고있다.
큰 한옥을 짓는 일에는 나무, 돌, 기와, 미장 등을 다루는 열두 개의 분야가 필요하다. 각 분야의 우두머리를 편수라 하고 하는데 홍씨는 그 역할을 하고있다.
그의 솜씨는 이제 눈짐작으로 대강의 길이와 기초의 수평정도는 알아 맞출 정도가 되었지만 새로운 사찰 복원과 신축공사 등이 주어질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가끔 설계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나올 수 있고 기초가 튼튼해야 건축물이 오랜 세월 견딜 수 있기 때문.
홍씨가 고건축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34살. 문산면 금복리에 거주하는 대목장 정영진씨를 따라다니며 고건축을 배우기 시작했다. 늦은 나이였지만 꼼꼼한 성격과 피나는 노력은 교육을 받은 지 5년 만에 자립이라는 영광이 주어졌고 해인사 삼선암, 어름골 현장법당 포집 신축, 홍산 동원보수·신축 등 1년에 4∼5개 건축을 맡으며 전국을 누볐다. 30여년 동안 건축을 하며 그의 손을 거쳐간 고건축만도 약 1백50여 개에 이르고 있다.
목수 생활에서 홍씨의 기억에 남는 고건축물은 전주 완주군에 위치한 위봉사로 4백여년된 건물을 보수하며 그는 역사의 유구함과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는 것 같았다.
“건축당시 과거 모습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다”는 홍씨. 고된 육체노동에서도 그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것은 일종의 사명의식 같은 것이다.
홍씨의 업무는 터를 다지는 기초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집을 지면으로부터 높여 습기를 피하고 밝은 빛을 받아들여 쾌적하게 하는 기단과 초석, 기둥 세우기 순서다. 기둥은 수직력을 받는 부분이므로 중요하고 나무가 원래 자라던 방향과 일치하도록 해야 비틀림이나 갈라짐이 없다. 이외에 기둥 위에 놓여 지붕의 하중을 원활하게 전달하는 공포와 집을 만드는 뼈대 얽기인 가구 등이다.
공사현장에서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해 손가락 다치는 것은 예사이며 서울 시청 팔각정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쳤던 홍씨는 최근 다리 수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뒤를 이어 아들이 고건축을 하고 있어 든든하다. 가끔 공사현장에서 동료로 만나는 아들은 그의 또 다른 자랑거리. 기계가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작업이 수월해 졌지만 홍씨는 아들에게 기둥하나 보 하나에 정성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 전쟁과 건축물 관리 소홀로 훼손되고 사라져간 건축물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홍씨는 고건축을 통해 현대인에게 한국의 멋과 정신을 깃들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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