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금강, 큰빗이끼벌레도 못산다
썩은 금강, 큰빗이끼벌레도 못산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07.27 16:33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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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뻘층, 악취 진동…붕어까지 폐사
오염지표종 붉은깔따구 유충 득시글

▲ 공주보에서 폐사한 자라. 예전에는 자라 서식지였다.
7월 14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교와 신공주대교 중간에 있는 새들목(모래섬, 14만㎡)을 찾았다. 새들목은 2008년까지 공주시민들의 식수를 채수하던 지점.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전 모니터링에서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18종이 확인된 곳이다. 4대강 사업 당시 모니터링에서는 자라 집단 서식지로도 확인됐다.

수위가 내려간 이곳은 들머리부터 바닥이 드러나 자갈과 펄들이 뒤섞여 있었다. 바지장화를 입고 걷기가 힘들 정도로 펄층이 두꺼웠다. 펄에서는 시궁창에서나 맡아봄직한 악취가 진동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조개들이 무더기로 죽어 있었다.

새들목 상류인 신공주대교 쪽 펄층만 깊이가 35㎝를 넘었다. 물이 빠진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 했으나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렁처럼 발목이 잡혔다. 인근 혈저천(지류하천)에서 유입되는 자갈과 모래 등 토사가 쌓이고 있었다. 펄에는 새들과 야생동물이 지나간 흔적만이 남았다.

버드나무와 모래가 무성했던 새들목은 지난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렸다. 물이 빠지면서 생겨난 작은 웅덩이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 치어들이 죽어 있었다. 본류 쪽에 드러난 모래톱은 온통 10~30cm 깊이의 펄밭이다. 이곳에서도 물이 빠지면서 햇볕에 말라죽은 조개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도로와 만나는 작은 수로는 더욱 심각했다. 바위나 자갈이 드러난 이곳에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인 ‘마름’이 잔디처럼 뒤덮고 있었다. 쌓인 펄층에 마름까지 발목에 걸리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7월15일부터는 공주보 주변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고 있다. 손바닥 크기부터 수박만한 자라들까지 죽기 시작했다. 오염에 강하다고 알려진 잉어·붕어까지 폐사가 시작됐다. 수상공연장·쌍신공원 등에서 잠깐 확인한 물고기 폐사 수만 해도 붕어 7마리, 잉어 5마리, 자라 6마리 등 총 18마리다.

▲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 유충
현재로서는 세종보 기름 유출과 물고기 집단 폐사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인 어류학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붕어·잉어가 죽는다는 것은 오염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며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5~30㎝로) 펄층이 깊다는 것은 유기물이 많다는 것이며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산소 고갈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2014년 4대강을 뜨겁게 달구었던 큰빗이끼벌레도 올해는 금강 본류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라졌다. 2~3급수 수질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진 자리엔 환경부 수생태 최하등급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만 득시글하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공주 시민의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맑은 물이었다”라며 “4대강 사업 후 불과 4년 만에 이끼벌레도 서식하지 못할 정도로 썩어버렸다, 깔따구가 서식하는 4급수는 만지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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