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엄마(5)
늙은 엄마(5)
  • 뉴스서천
  • 승인 2002.03.21 00:00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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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 이민지! 선생님이 너 데려오라고 하셔.”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온 새인이가 숨을 헐떡이며 근심스럽게 말했다.
“…….”
“선생님 화나신 것 같애. 빨리 가자.”
“안 들어가고 싶어.”
“너, 자꾸 이럴래? 남호 자식이 뭐라 떠들든 무슨 상관이야? 너 정말 니네 엄마가 부끄러운 거니? 또 네가 준영이 고모인 것이 부끄러운 거야?”
“뭐라구? 네가 뭘 알아? 네가 내 맘 알아? 알리가 없지. 만약 니네 엄마도 우리 엄마처럼 검은얼굴에늙고 주름이 가득하다면어떻겠니? 매일 입고 또 입어서 낡을대로 낡은 고무줄 바지를 입고 학교에 오는 엄마가 니네 엄마라면 좋겠어? “
“그렇다고, 니네 엄마가 젊고 예쁜 사람으로 변할 순 없잖아.”
“알아. 안다고. 엄마를 보면 가슴이 아픈데도, 이상하게 엄마가 부끄러워. 내가 나쁜거야.”
“민지야, 그러지마. “
나는 처음으로 새인이에게 내 마음을 털어놨다. 그런데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엄마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민지야, 울지마. 응?”
새인이의 어쩔줄 몰라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교실로 향했다.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어느 반에선가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준영이와 내 앞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해주던 큰오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준영아. 미안해. 고모가 미안해.’ 눈물은 계속 넘쳐 흘렀고 우린 어느덧 교실 앞에 와 있었다.

공부가 끝나고 난 특별 청소당번이 되어 화장실을 청소했다.
혼자서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두들 집에 갔겠지하며 교실문을 드르륵 여니 뜻밖에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선생님, 청소 다 했어요.”
“깨끗하게 했어?”
“네.”
“민지야, 잠깐 여기 좀 앉을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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