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도 밥쌀용쌀 수입
쌀값 폭락에도 밥쌀용쌀 수입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10.12 16:53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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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투쟁’ 결의 다지는 서천군농민회

▲ 군청 앞 고 백남기씨 합동분향소 앞에 선 조용주 서천군농민회 회장
서천군의 면적 358㎢ 가운데 38%가 농경지로 매우 높은 경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논이다. 그 논에 벼가 익어 온 들판은 황금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쌀값이 대폭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쌀값 21만원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했다. 이 때 전남 보성의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직사살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지난 9월25일 결국 타계했다. 서울대 병원은 사인을 병사라 하며 부검을 하려 하고 있다.

농민들은 고 백남기씨 분향소를 차려놓고 고인을 추모하며 분을 삭이고 있다. 지난 10일 서천군청 앞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 분향소를 찾아 조용주 서천군농민회 회장을 만나보았다.
“현재 kg당 쌀값 16만원은 1995년도 쌀값입니다. 올해는 더 떨어질 겁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올해 동서천농협에서는 나락 40kg당 3만원을 우선지급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4만원이었다. 현재 나락을 kg당 900원에 출하하고 있다. 작년에는 1130원이었다. 쌀값이 80kg 1가마에 12만원대로 주저앉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쌀값을 지키는 방법은 대북지원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시장 격리를 말하지만 창고마다 다 차있는데 무슨 수로 격리를 합니까?”

정부는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우리 농업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밀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5.16 이후 박정희 정권은 밀의 관세율을 2%로 했다. 밀에 관한 한 일찌감치 FTA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땅에서 밀 재배 면적은 줄기 시작했고 밀은 20년 만에 아예 멸종 위기에 몰려 종자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198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의 노력으로 되살아나 현재 밀 자급률은 1% 정도이다. 대신 나머지 대부분은 농약이 범벅이 된 미국산 밀을 사다먹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벼농사도 밀농사처럼 파산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쌀값을 떨어뜨리는 밥쌀용 쌀을 수입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산입니다.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습니다.” 조 회장의 말이다.
현재 국회에서 GMO완전표시제 입법화가 추진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찾을 테니 농촌의 형편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농경지가 태양광단지로 둔갑하고 있고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고 있습니다. 사다 먹을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있겠어요?”

참혹한 현실이다. 무너져가는 농촌과 함께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농촌진흥청은 전북 완주 이서면에 유전자 조작 벼를 시험재배하고 있다. 주식인 쌀마저 유전자조작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의 쌀시장을 점령하겠다는 몬산토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다음달 12일에 전국농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분향소를 지키는 서천군농민회 회원들은 앞으로 있을 ‘나락투쟁’에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고 백남기씨 등 전국의 농민들이 요구한 사항은 △밥쌀용 쌀 수입 중단 및 수입쌀(TRQ) 시장 격리 △쌀값 보장 △대북쌀 지원 △기초 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한중 FTA 국회비준 및 TPP 가입 중단 △농가부채 해결 및 정책금리 1%로 인하 △친환경농업 생산비 보장과 환경․생태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 제도 △GM작물 상용화 추진 중단 △여성농업인 법적지위 보장 등 11가지이다.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민들은 서천군 농정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 벼농사에 대한 지원이 서래야쌀 친환경농업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의 비중은 서천에서 9.8% 정도이다. 나머지 90% 이상은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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