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서천갯벌과 도요새 (6)호주 헌터강 하구 재자연화②
■기획취재/서천갯벌과 도요새 (6)호주 헌터강 하구 재자연화②
  • 허정균/고종만 기자
  • 승인 2016.12.07 10:56
  • 호수 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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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주로 되돌리는 ‘쿠라갱 습지 복원사업’
도요새 위해 망그로브 숲 제거, 염습지 조성
주 정부, 개인소유 목초지 매입 습지로 복원

▲ 헌터강 하구 지도
갯벌은 생산력이 풍부한 지역이다. 각종 무척추동물과 어류, 조류의 서식지이고 갯벌로 내려온 육지의 유기물들을 미생물들이 먹고 살기 때문에 정화 작용을 한다. 또한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갯벌은 강물이 바닷물과 만나기 전에 강물을 여과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빗물이 바다로 흘러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은 과잉의 영양염류나 오염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수로를 막고, 어류나 기타 해양생물의 산란에 영향을 미치는 부유퇴적물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부유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강을 통해 습지로 유입될 때 습지의 가장자리에 발생하는 염습지는 최대 95% 정도의 수중 부유물질을 제거한다고 한다.
호주 헌터강 하구갯벌의 이같은 기능을 되살리려는 사업이 ‘쿠라갱 습지 복원 사업(The Kooragang Wetlands Rehabilitation Project)이다. 이 사업은 뉴사우스웨일즈 주 환경국에서 주관하고 있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지난 11월 11~12일 호주 뉴캐슬 헌터강 하구의 복원 현장을 살펴보았다.

◇쿠라갱 섬의 습지 복원

‘헌터강 탐조클럽’(Hunter Bird Observers Club)의 알렌 스튜어트씨는 철강산업에 종사하며 엔지니어로 일했으나 퇴임한 이후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안내로 쿠라갱 섬으로 들어갔다.

헌터강 하구 삼각주는 본래 4개의 섬(애쉬섬, 모스퀴토섬, 뎀프시섬, 월시섬)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960년대에 이곳을 개발하면서 섬들을 나누는 물길을 매립하고 땅을 넓혀 ‘쿠라갱 섬’이라 이름을 붙이고 섬의 남쪽 부분, 즉 헌터강 하구 남쪽 지류 주변을 산업단지로 개발했다. 철로가 섬 안에 개설돼 있다. 이곳에 항구가 있고 주로 석탄과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섬의 북측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 애쉬섬
스튜어트씨는 “항로 유지를 위해 강 하구를 준설하는 것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산업단지와 공존해야 하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이를 최대한 수용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헌터강 탐조클럽’에서 발간한 책자는 ‘뉴캐슬 석탄사업’이라는 기업체의 후원으로 발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헌터강 탐조클럽’이 발행한 책자에 ‘뉴캐슬 석탄사업’이 재정지원을 했다고 쓰여 있다.
삼각주의 상류에 있는 애쉬섬은 낙엽활엽수림으로 가득 차 있다. 1955년 대범람 이후 55세대의 민가는 모두 섬 밖으로 나왔다. 당시 학교 건물이 유일한 건물이다. 이곳은 뉴사우스웨일주 지방토지관리국 헌터지소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헌터강 하구의 역사 기록물을 관리하며 습지의 변화 과정을 모니터링해 보고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수역 관리 및 습지 복원 사업이 추진된다.

▲ 쿠라갱 섬 습지복원 현장. 육상부의 키 큰 나무와 습지의 수생식물이 보인다.

◇골치 아픈 망그로브 숲

▲ 망그로브 숲을 베어낸 흔적
쿠라갱섬을 복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 매립한 곳을 다시 파내 과거의 삼각주 모양으로 되돌리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금도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기수역의 물이 복원된 수로를 따라 들어오자 망그로브 숲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헌터강 어귀를 따라 물이 닿는 곳이면 망그로브 숲이 빽빽하게 수면을 덮고 있다.

망그로브는 호흡뿌리를 진흙 위로 내어 뿌리 겉에 있는 작은 피목을 통해 공기를 호흡한 뒤 진흙 속의 뿌리로 공기를 전달하는데 씨앗이 강을 따라 이동하며 놀라운 번식력으로 염습지를 망그로브 숲이 뒤덮는다.

이는 영양염류를 흡수하여 정화작용을 수행하지만 생물종의 다양성을 해치고 특히 도요물떼새의 활동 영역을 침범한다. 그래서 망그로브 숲의 번창을 막고 도요물떼새를 비롯한 조류의 서식지를 조성해주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망그로브 씨앗이 수로를 타고 복원한 습지로 유입되지 않도록 이중으로 여과 장치를 설치한 시설을 보았다.

▲ 망그로브씨의 유입을 막기 위한 시설
수로를 내자 칠면초나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이 자라며 옛모습을 되찾고 있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월동을 하는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 복원한 습지에 조성된 퉁퉁마디 군락지

◇역간척 현장

▲ 쿠라갱섬 동쪽 해안의 역간척지 지도. 강 건너 맞은편이 도요새들이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장소인 스톡턴.
쿠라갱 섬에서 방조제를 막아 땅을 넓힌 곳이 있다. 이 방조제를 헐어 기수역으로 되돌리는 현장을 가보았다.
둑을 모두 뜯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중간중간을 터서 천천히 방조제 안쪽의 수위가 서서히 높아졌다가 서서히 낮아지도록 했다. 이는 도요물떼새가 머무는 시간이 많게 하려는 배려라고 알랜 스튜어트씨가 말했다.

만조 무렵 섬을 나와 도요새들이 몰려있는 스톡턴이란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취재진은 헌터강 습지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일하는 공무원 조 에르스킨씨를 만났다. 담당 공무원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스튜어트씨로부터 전해듣고 달려온 것이다.

▲ 쿠라갱 섬 동부 역간척 현장. 제방을 헐어 물길을 냈다.
그는 헌터강 하구갯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복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 자리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다. 에르스킨씨는 “헌터강 탐조 클럽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수천마리의 큰뒷부리도요와 뒷부리도요, 붉은가슴도요, 흑꼬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주에 비가 많이 내려 이들 대부분이 내륙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 습지로 복원하자 게들이 서식하고 있다.

▲헌터강습지국립공원관리소 에르스킨씨와 취재진을 안내한 ‘헌터강 탐조클럽’(Hunter Bird Observers Club)의 알렌 스튜어트씨

◇목초지를 습지로 복원

▲ 목초지를 습지로 되돌리는 사업이 진행중인 헥샘지역

헌터강 남쪽 하류 헥샘 지역은 과거에 헌터강 하구가 범람하면 물에 잠기던 지역이었다. 이곳을 '헥샘 습지(Hexam Swamp)'라 부른다. 이곳에 간척사업을 벌여 드넓은 초원이 형성됐다. 이곳에 소떼를 방목했었다. 그러나 주 정부는 이 지역의 개인 소유 목초지는 매입을 해서 10㎢ 정도를 헌터강 습지 국립공원에 포함시키고 습지로 복원하고 있다.
땅 소유주들이 항의의 표시로 물에 잠기기 전에 폐타이어를 방치했는데 아직 치우지 않아 곳곳에서 폐타이어들이 쌓인 모습이 보였다. 물길을 복원하자 망그로브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 숲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이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주된 일 하운데 하나다. 습지로 복원된 곳은 새들의 천국이다. 펠리컨 한 쌍이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복원된 헥샘 습지

▲ 헥샘 습지 펠리컨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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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를 끝내며

헌터강 하구에서 금강을 본다

금강 하구갯벌을 낀 서천은 복 받은 땅이다. 금강을 배후로 한 바다의 서해어장의 중심이었다. 부여까지 이어지는 긴 기수역은 생물종이 다양한 생태계의 보고였다. 이곳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주변 사람들을 넉넉히 먹여 살렸다. 온갖 철새들이 날아왔다.  큰고니들이 떼를 지어 날아왔다.

그러나 금강하굿둑으로 강과 바다가 남남이 되었고 동진강과 만경강마저 새만금방조제로 막혀 인근 연안의 어촌 마을은 유령마을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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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연안에 아직 갯벌이 조금 남아있어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도요새들의 생명줄이 되고 있다. 유부도와 인근 갯벌은 이들 도요새들의 최후의 보루이다. 이에 따라 “유부도 폐염전지를 매입해 도요물떼새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며 새들과 주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환경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호주 헌터강 하구 복원사업은 ‘사람도 결국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에 의지해 살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에서 비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복원 사업이 금강하구에서도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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