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 /가장 오래된 인문학 고전
■고전산책 /가장 오래된 인문학 고전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7.11.09 05:37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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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라 문공이 묻는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랍니다. 제나라와 초나라 틈에 끼어있는데 제齊나라를 섬겨야 살겠습니까. 아니면 초楚나라를 섬겨야 살겠습니까.<滕文公問曰. 滕 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
맹자가 답한다. 이 문제는 내 능력 밖입니다. 그래도 말해 보라 하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孟子對曰 是謀 非吾所能及也. 無已 則有一焉> 연못을 파고 성을 쌓아서 백성과 더불어 죽기를 각오하고 백성들을 흩어지지 않게만 할 수 있다면 덤벼 볼만은 하지요.<鑿斯池也 築斯城也 與民守之 效死而民弗去 則是可爲也. 孟子梁惠王下13文章>

여기서 그 유명한 양다리 걸친다는 중립균형외교라 불리는 등거리 외교等距離外交인 사제사초事齊事楚라는 말이 나온다. 제齊나라도 섬기고 초楚나라도 섬긴다는 말이다. 일찍이 이순신 장군은 임진년 조국전쟁이라는 임진왜란壬辰倭亂 임전훈臨戰訓에서 밝히길 살려고 싸우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고 덤비면 산다.<生則死 死則生> 이 말의 출전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행생즉사幸生則死로 필사적으로 싸우면 살 길이 열리지만 요행수로 살기를 바란다면 죽게 된다는 오자吳子병서 치병治兵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원전原典은 살생자불사殺生者不死 생생자불생生生者不生으로 장자내편 제6편 대종사에서 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는 남백자규문호녀우왈南伯子葵問乎女偊曰에 나오는 말로 “목숨을 내놓는 자는 살고 살려하는 자는 죽는다”이다.

이 말들은 처세훈이다. 현대사회는 칼 들고 싸우는 폭暴의 시대가 아니다. 말과 지식의 함량에 따라 결판나는 진검승부 사회다. 내가 어려서부터 읽어온 책에서 얻어진 지식을 가지고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가와 개인의 흥망성쇠가 달렸다.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한다. 수 천년동안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검증과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책. 인류는 그것을 고전이라 부른다.

그러한 고전을 읽고 모르면 물어야한다. 순자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묻지 않아서다” 라고 갈파했다.<迷惑者不問路. 荀子大略> 공자의 사위 공야장은 공야장公冶長14 문장에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기록한다. 아랫사람에게라도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앞에 민이호학敏而好學이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몸이 부지런하다는 말이다. 증자는 말한다. 능할수록 능하지 못한 이에게도 묻고<以能問於不能> 학식이 많을수록 적은 이에게도 묻는다<以多問於寡> 그래서 있어도 없는 듯해야 하고 가득 하지만 텅 빈 듯해야 한다.<有若無 實若虛. 論語泰伯5文章>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입이 천리라 했다. 농사일은 마땅히 머슴에게 물어야 하고 베 짜는 일은 당연히 아낙에게 물어야 한다<耕當問奴 織當問婢 宋書沈慶之傳>

지금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공자 맹자 하느냐며 목에 핏대 올리고 따질 수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공자와 맹자를 능가할 만한 스승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간의 진리가 고전 속에 숨어 있어서다. 더군다나 대중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것은 고전 뿐 이라는 것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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