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공부에는 롤 모델이 있어야한다
■ 송우영의 고전 산책/공부에는 롤 모델이 있어야한다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4.11 15:19
  • 호수 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는 제나라 직하궁 철인 순자荀子 문하에서 공부한 후 진나라에 와서 진시황秦始皇을 도와 중국천하를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추방법령인 축객령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진나라 시황제에게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 인간인가를 증명하는 자기소개서 한 통을 쓰는데 상소문上疏文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가 그것이다. 흔히 ‘간축객서諫逐客書’라 불리는 이 글은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권일卷一 제3장에 실린 문장으로 벌문伐門의 가家에서는 숨겨두고 읽는 이권일서二卷一書 중에서 일서一書이기도 하다.

한때 중국의 영원한 2인자 주은래가 모택동 이하 동지들과 점심 식사 후 차 마시면서 모택동이 백거이의 시詩 장문長文의 장한가長恨歌를 성조에 맞춰 읊으니 주은래도 이에 맞는 문장을 아니 외울 수 없는지라 그 대구對句로 장문의 705자로 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외워 답하니 좌중이 크게 놀랐다한다.

주은래는 진 목공이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축객서 23째 자字에서 동쪽 완 땅에서 백리해를 얻었다<동득백리해어완東得百里奚於宛>라는 문장을 예로 들면서 “순풍에 돛단배는 사람은 단련시키지 못한다<일범풍순불능마련人一帆風順不能磨練人>”라는 명언을 남긴다.
주은래가 말한 백리해란 인물은 그야말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백리해는 날 때부터 가난했고 장장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노예로 살았으며 10년이 넘는 세월을 인생의 바닥에서 몸부림쳐야했던 인물이다. 지독한 가난과 노예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강태공처럼 책 읽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맹자는 악조건 속에서 성공한 인물 몇 사람을 후학의 본보기로 기록해 놓았다.

“농부 출신인 순임금은 밭에서 손톱이 빠질 정도로 김매다가 등용되었고<순발어견무지중舜發於畎畝之中>, 부열傅說은 집짓고 담 쌓는 막노동하다 등용되었고<부열거어판축지간傅說舉於版築之閒/부열傅說의 열說은 설, 세, 열, 탈. 로 읽는데 說이 상나라 고종 때의 인명으로 사용되면 즉 열로 읽는다<欲雪切.音閱.與悅通-康熙字典>, 교격은 염전 노예로 살다가 등용되었으며<교격거어어염지중膠鬲舉於魚鹽之中>, 관중은 사형수로 옥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다 벗 추천으로 등용되었고<관이오거어사管夷吾舉於士>,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어부로 살다가 등용되었고<손숙오거어해孫叔敖舉於海>, 백리해는 저잣거리에서 노예로 살다가 등용되었다<백리해거어시百里奚舉於市>.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큰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길 때는<고천장강대임어시인야故天將降大任於是人也>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그 근육과 뼈를 고달프게 하고<로기근골勞其筋骨>, 그 몸과 살을 주리게 하고<아기체부餓其體膚>, 그 몸을 궁핍하도록 하며<공핍기신空乏其身>, 그가 하는 일을 어긋나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데<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 모두 그의 마음을 연단시켜 고난을 견디는 성품으로 만들어<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초인적인 의지를 키우기 위함이다<증익기소불능曾益其所不能><孟子告子章句下15-16文章>.”

여기서 더 지독한 것은 맹자의 공부이력이다. 맹자는 유복자였다.<태중선망부독자胎中先亡父獨子> 어머니 장씨 부인은 어린 아들을 맹모삼천지교로 키웠고 15세에 이르자 맹자 스스로 공부에 뜻을 두고 제나라 직하궁에 찾아가 강호제현 문하에서 익혔고 이십대 후반부터는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 공급孔伋의 문인들에게서 글을 배우는데 훗날 공자처럼 철환천하轍環天下하면서 제나라 직하궁에 이르러 어린 시절 공부하던 일을 회상하면서 왈, “나는 공자의 문도는 되지 못했지만 나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숙했다<여미득위공자도야予未得爲孔子徒也 여사숙제인야予私淑諸人也. 孟子集註 離婁章句下>”

여기서 공부의 한 방법인 ‘사숙私淑’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다. 맹자의 사숙 공부법은 훗날 역사의 거물 셋을 낳는데 모택동과 시진핑과 탄핵 대통령 박근혜의 아버지 고 중수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모택동은 25세에 맹자를 롤모델로 삼았고 시진핑은 약관 20세에 맹자를 거울삼았고 중수는 사범학교 재학시절 맹자를 모델로 공부했다고 했다. 다만 그들 셋 모두 천하를 거머쥔 것은 분명하나 맹자는 출패공행왕도黜覇公行王道<무력으로 왕 되는 패도覇道를 축출하고 정도正道로서 왕이 되는 왕도王道를 따름> 인데 비해 이들 셋은 출왕공행패도黜王公行覇道라는 점이 다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