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영의 고전산책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5.31 10:58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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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되어 스승에게서 완성된다

조선 27대 왕 중에서 대왕 칭호를 받은 이는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 유일이다. 둘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지독한 ‘공부꾼’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공부하게 된 동기는 간단하다 생존을 위해서다. 요즘 자녀들이야 공부 좀 하라고 하면 눈 부라리며 들이댄다지만 그 시대에는 공부를 하지 말라 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만 했다.

어느 시대에나 공부라는 것은 신분을 바꿀 수 있는 통로다. 가난하든 아니면 사는 게 그냥 그렇든, 그러거나 말거나 핑계치 말고 굶으면 굶는 대로 밥 먹으면 밥 먹는 대로 그냥 ‘나죽었소’ 하고 공부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공부가 나를 세상에 세울 날이 온다.

세종이나 정조는 어린 시절부터 애시당초 왕이 될 수 있는 순번이 아니었다. 세종은 알다시피 양녕대군을 큰형으로 둔 셋째였고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의 정신병보다 더한 이상한 성격파탄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처넣어서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눈도 꿈적하지 않은 냉혈한이었다. 이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신도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살얼음판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다. 어린 정조의 삶에는 내일이 없었다. 그저 오늘 죽지 않고 살았을 때 한 글자라도 더 외워두는 것만이 그나마 낙 아닌 낙이었다.

세종과 정조의 공부법을 굳이 표현한다면 계고稽古와 삼불三不이다. 세종의 계고는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빈번히 나오는 단어로 옛일을 상고詳考하라는 뜻의 계고稽古다.<세종 즉위년 9월 25일. 2년 11월 5일. 2년 9월 29일 ...> 소학의 편명이기도 한 이 말은 본래 사필사고事必師古의 주에서 나온 말인데 어떤 일을 할 때 반드시 옛 사람들이 성공하고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지금 내게 이롭고 해로운 점을 참작하라<감고인지성패鑑古人之成敗 작금일지리해酌今日之利害>는 말로<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17년8월10일> 숨김없이 밝히어 보이라는 말<물비소시勿秘昭示>, 즉 공부는 했다하면 끝장을 보라는 말이다.

정조의 삼불은 마음 속에 깊이 감춰둔 다짐으로<심학深壑> 하루 공부계획을 어기지 않겠다는  불위不違가 일불一不이고, 하루 공부를 마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일어서지 않겠다는 불립不立이 이불二不이고, 공부한 것을 다 외우지 못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불퇴不退가 삼불三不이다.

춘추시대 제자백가서인 관자 권수 편 왈, “일년지계一年之計 막여수곡莫如樹穀 십년지계十年之計 막여수목莫如樹木 종신지계終身之計 막여수인莫如樹人”이라 했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음이요 10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음이요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가르치는 일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또 잇기를 “일수일획자一樹一獲者 곡야穀也 일수십획자一樹十獲者 목야木也 일수백획자一樹百獲者 인야人也” 라 했다. “하나를 심어 하나를 얻는 것은 곡식이고, 열을 얻는 것은 나무이며 백을 얻는 것은 사람이다.” 라는 말이다. 이를 《대학大學》에서는 득중득국得衆得國 실중실국失衆失國 이라 한다. 풀어 말하면 “이런 사람을 얻으면 나라를 얻을 것이고 이런 사람을 잃는다면 나라도 잃는다.” 라는 말이다. 맹자孟子는 어려서부터 이런 ‘사람 정도’에 이르는 똑똑한 사람을 찾아서 가르치는 것이 곧 군자의 기쁨 중 하나라고 까지 했다.<득천하영재得天下英才 이교육지而敎育之 삼락야 三樂也. 孟子盡心篇章句> 

고래로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딸자식 교육은 엄마의 품에서 시작되고 아들 교육은 아버지의 등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쉽게 말해서 가정에서 자녀가 먼저 부모를 통해서 몸과 마음이 바루어진 연후에 집밖에 나아가 스승을 통해서 자기를 완성하여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주자는 제자 채침을 통해서 부모와 스승을 섬기는 도리를 말했는데 부모의 그림자 앞에서는 ‘굴신屈伸’<부모의 그림자만 봐도 자식은 사지를 꺾어서 절을 한다.> 이 되는 것이고, 스승의 그림자 앞에서는 ‘답영踏影’<제자는 스승의 그림자 조차도 밟아서는 안된다>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모두 들어있는 가정의 달 5월이 이제 막 지났다. 5월이 가정의 달이듯이 옛 선비는 1년 열 두달에 각 달마다 한자를 넣어 자신을 경계했는데 5월의 한자는 ‘징懲’이다. 징懲은 시경 소비편小毖篇에 나오는 글로 ‘여기징이비후환予其懲而毖後患’의 징懲으로 “나를 미리 징계해 후환을 없앤다”는 말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이란 말이 여기서 따온 말이기도 한 이 말은 자녀교육에 있어 꼭 필요한 말로 자녀는 어려서부터 가정의 부모와 가정 밖의 스승으로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늙어서 후환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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