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효자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효자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07.04 17:50
  • 호수 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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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시민기자
송우영 시민기자

효자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당신의 부모님은 안녕하십니까)

 

공자는 50세에 이르러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널리 알리고 관철시키기 위해 자로 등 제자들과 함께 14년간 주유철환周遊轍環한다. 어느 날 제나라 직하의 번화가에 이르자 자로는 한눈 팔던 시간이 길어진 탓에 스승 공자와 일행을 놓쳤다. 급한 마음에 밭에서 김을 매는 농부 노인에게 묻기를 우리 선생님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러자 농부노인의 말이 가관이다.

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 다섯 가지 곡식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어찌 선생이라 할 수 있소”<四體不勤 五穀不分 孰爲夫子. 논어論語미자편微子篇>라는 말만 한 뒤 하던 일을 할 뿐이었다.

밭을 직접 갈거나 곡식을 심을 줄도 모르는 인간을 어떻게 선생이라고 존경해 부를 수 있냐는 뼈아픈 질책이다. 가까스로 공자 일행을 찾은 자로는 조금 전 늙은 농부의 말을 전하니 공자는 그가 보통 노인이 아님을 알고 얼른 달려가 찾아보았지만 늙은 농부도 김을 맸다는 밭도 온 데 간 데 없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임에는 분명했다. 이후 농사의 일은 선비의 수신덕목 중 하나가 됐다.

사람이 땅을 파면 선해진다. 땅을 팠음에도 선해지지 못했다면 그 속에 화가 있어서다. 효도라는 글자가 생뚱맞게 흙토자로 시작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효도 효자를 파자해보면 흙토. 삐칠 별丿. 아들자. 로 구성된다. 여기서 삐칠 별丿은 휘어진 괭이자루를 의미한다. 효는 아들이 괭이자루가 휘어질 때까지 땅을 파서 곡식을 거둬 부모를 봉양한다는 말이다. 훗날 맹자에 이르러 의식주만 해결하는 괭이자루 효도에서 마음과 뜻까지 헤아리는 양지양능지효養志養能之孝로 정립된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이 선생은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가 3천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죄는 바로 불효하는 죄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세상에는 용서받지 못할 죄가 삼천 가지가 있는데 그중 제일은 부모를 돌아보지 않은 불효불고죄라 했다<불서지죄삼천不恕之罪三千 기중제일즉其中第一則 불효불고지죄不孝不顧之罪>

아성 맹자는 맹자 이루장구 하편에서 불효 죄를 말하길 세상에는 불효不孝라고 말해도 되는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세속소위불효자오世俗所謂不孝者五> 손발이 게을러서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제일 불효요<일불효야一不孝也 타기사지惰其四肢>, 노름과 술에 빠져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제이 불효요<이불효야二不孝也 박혁호음주博奕好飮酒>, 돈만 벌고 아내만 챙기느라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제삼 불효요<삼불효야三不孝也 호재화사처자好財貨私妻子>, 귀와 눈의 욕심만을 채우느라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이 제사불효요<사불효야四不孝也 종이목지욕從耳目之欲이위부모륙以爲父母戮>, 용맹한 것을 좋아하여 싸우고 성질내어 부모를 근심하게 하는 것이 제오불효다.<오불효야五不孝也 호용투흔好勇鬪很 이위부모以危父母>” 이를 줄여서 '불효자오不孝子五'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짓는 당대의 불효 죄는 나중에라도 깨닫고 고치면 되지만 아버지가 지은 죄에 대해서 자식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조선 육창六昌이라 불리는 김문의 6형제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 영의정 김수항이 1689년 숙종 154월 마지막 날 기사환국의 여파로 진도로 유배 사사된다. 그의 여섯 명의 창자昌字돌림 아들들은 호조참의 김창협金昌協의 상소를 필두로 신은 불효의 죄가 위로 하늘에 닿은 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신불효지죄臣不孝之罪 상통어천上通於天 고이구의固已久矣>라며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는 데 일생을 걸었다. 결국 숙종이 답하길 조용히 생각해 보건대, 이것은 나의 허물이다. 이제 지극한 원한을 깨끗이 씻었고, 여러 간사한 소인들은 변방으로 쫓겨났으니, 그대에게 무슨 편치 못함이 있겠는가”<상병답왈上竝答曰정언사지靜言思之 식여지과寔予之過 지원소설至冤昭雪 군간병예群奸逬裔 어이유하불안자재於爾有何不安者哉.肅宗實錄 2055>라는 말로 아버지의 죄를 신원해 주었다. 아버지 사후 5년만의 일이다.

고래로 효를 일러 백 가지 행동의 근본이라 했다. 어린 자녀가 처음 배운다는 사자소학에서는 효를 이렇게 설명한다.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며<신체발부身體髮膚 수지부모受之父母 불감훼상不敢毁傷 효지시야孝之始也> 몸을 바로 세우고 도를 행하여 그 이름을 후세에 드날리어 그것으로서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곧 효도의 마침이다”<입신행도立身行道 양명어후세揚名於後世 이현부모以顯父母 효지종야孝之終也. 元典:小學.孝經>맹의자가 공자에게 효를 묻자 공자는 짤막하게 답한다. “어김이 없게 하는 것 그것이 효다.”<맹의자문효孟懿子問孝 자왈子曰 무위無違. 論語爲政>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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