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8.10.25 10:46
  • 호수 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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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들어야한다

공부란 첫째는 나를 알아가는 도구요, 둘째는 그 앎을 통해서 너를 이해하는 통로요, 셋째는 그 앎과 이해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하는 매개체이다. 유학에서는 이를 두 개의 ‘공부과정 절문節文’으로 명문화 하는데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과 ‘예악사어서수지문禮樂射御書數之文’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마당 쓸고 청소하고 효도하여 행동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의 수신修身에 이르는 몸 공부만을 하는 어린이 공부와, 격물치지를 근본으로 하는 사물의 이치탐구와 제가齊家 이후의 수양을 우선으로 하여 안으로는 나와 집안을 다스리고 밖으로 사회와 국가의 정사에 참여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는 예악사어서수지문禮樂射御書數之文의 어른 공부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자신이 배움을 통해서 또는 삶을 통해서 깨달은 지식과 지혜를 삶 속에 실천하여 이웃과 사회를,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소학은 생활실천에 대한 학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곡 필요한 행동들을 소학을 통해서 온몸 구석구석 뼛속까지 습관화 시킨다. 이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몸가짐을 배우므로 해서 제 앞가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소학을 통해서 제 앞가림 공부를 마쳤으면 이제는 대학을 통해서 주변을 먹여 살리면서 주변을 바꿀 수 있는 리더로서 역량을 키운다.

여기서 잊지말아야 할 것은 대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생각의 치환을 돕는 마치 동화책처럼 읽는 책이 있는데 박세무가 쓴 ‘동몽선습童蒙先習’과 나의 무식함을 까부수자 라는 뜻의 율곡이이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읽는다. 동몽선습이나 격몽요결은 스승께 배우는 책이 아닌 홀로 읽는 책이다. 물론 두 책은 조선의 선비들이 성현의 말씀을 간추려 엮은 일종의 요약본쯤 된다. 그러므로 공부를 하려는 이는 반드시 출전이 되는 원전을 읽어야 한다.

역사에는 어려서부터 고전을 원전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꽤 된다. 그중 하나가 위나라 현자 거백옥이다. 한국정치사에 비운의 영원한 2인자 운정 김종필은 죽기 3년 전쯤 자신의 묘비명을 썼는데 공자왈맹자왈보다는 거백옥蘧伯玉의 말을 인용한 걸 보면 거백옥이라는 사람이 수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임에는 분명할 터.
공자는 주유철환 중 위나라에 머물 때<공자거위孔子居衛> 일찍이 거백옥의 집에서 그를 주인으로 모셨다<상주어기가嘗主於其家>. 그리고 훗날 주유철환을 마치고 마침내 노나라로 돌아오니<기이반노旣而反魯> 거백옥은 심부름꾼을 보내와 공자의 안부를 묻는다<고백옥사인내야故伯玉使人來也>. 그 내용이 논어 헌문편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있다.
“거백옥이 공자에게 심부름꾼을 보내니<사인어공자使人於孔子/사인使人은 상대방의 신분에 맞는 하인을 심부름시켰다는 말인데 언해본은 使를 ‘시’로 읽었다> 공자가 그와 마주 앉아서 묻기를<여지좌이문언왈與之坐而問焉曰> 거백옥 선생님은 어찌 지내십니까<부자하위夫子何爲> 심부름꾼이 대답하길<대왈부자對曰夫子>, 선생님께서 잘못을 적게 하고자 애는 쓰시는데 그게 쉽게 안 되시는가 봅니다<욕과기과이미능야欲寡其過而未能也>. 심부름꾼이 돌아가니<사자출使者出> 공자께서 말한다. 거백옥 선생님은 참 훌륭한 심부름꾼을 두었구나<자왈사호사호子曰使乎使乎>라고 칭찬을 한다”

공자에게 있어서 거백옥은 이상형이었다. 그는 공자의 효빈效顰<본받고 싶은 인물>으로 위나라 현자이다. 춘추시대 공자보다 30년 앞서 살다가 갔는데 공자는 일생에 거백옥을 두 번 만났다. 마지막 만남이 거백옥 나이 90에 이르렀을 때다. 이런 거백옥을 군자의 뜻을 이룬 선생님이라는 뜻에서 후세 사람들이 ‘성자成子’라고 불렀으며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 회남홍렬해淮南鴻烈解 권일卷一 한고유주漢髙誘注’에 “거백옥을 말하기를 거백옥은 나이 50에 이르자 지난 49년이 헛된 것 같았다<년오십이유사십구년지비年五十而有四十九年之非>”고 기록하는데 이 말은 50 나이에 과거를 돌아보니 많은 부분에서 잘못 살아온 데가 많다는 자기성찰이다. 이에 대해 장주가 주석을 달았다. 장주가 거백옥에 대해 말하길<안장주칭백옥按莊周稱伯玉> 50세를 살자 49년 동안 잘못함을 알았다고 하고<행년오십이지사십구년지비行年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이때부터 50세를 지비知非라고도 말한다> 또 거백옥은<우왈백옥又曰伯玉> 나이가 60세가 되어서도 공부를 해서 자신을 변화<발전>했다고 한다< 행년육십이육십화行年六十而六十化.장자莊子 잡편雜篇 즉양則陽> ‘장자 우언’에 공자도 이 같은 말을 했다고 장자가 혜자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장자위혜자왈莊子謂惠子曰 공자행년육십이육십화孔子行年六十而六十化 시시소시始時所是 졸이비지卒而非之 미지금지소위시지비오십구비야未知今之所謂是之非五十九非也>.
이 말이 주는 함의는 간단하다. 20세가 되면 19년의 삶을 돌아보라는 얘기고 30세가 되면 29년의 삶을 돌아보라는 말이다. 이른바 춘추전국시대판 10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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