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지각생은 없다
배움의 지각생은 없다
  • 최현옥
  • 승인 2003.10.17 00:00
  • 호수 1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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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다가왔다/ 밝은 내일이 있기에 한 가닥 희망에 날개를 달고/ 저 푸른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리…
군산평화중학교 1학년 1반에 재학 중인 노춘화(50·마서면 신포리)씨. 국어 작문숙제로 작성한 것이 다며 수줍게 내놓는다. 글 속에는 그녀의 꿈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하다.
“어휴∼ 지난번 시험을 보는데 너무 떨려서 백지밖에 안보였는데 이번엔 어떠할지 걱정이에요.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나이 50에 만학의 길을 걷는 그녀는 곧 있을 시험준비와 가을걷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에 쫓기며 주로 밤 시간에 틈틈이 책을 보는데 졸음이 몰려오면 눈꺼풀은 천근, 만근이다.
지난해 월기문화원에서 한문교육을 받은 노씨는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에 이루지 못한 학업을 위해 올해 3월 용기를 냈다.
“12과목을 배우는데 영어도 어렵고 수학은 공식만 대입하면 된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처음에는 며느리한테 물어봤는데 나중에는 좀 창피한 생각도 들더군요”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마음 같지만은 않다는 노씨는 나이 탓인지 수학 공식도 이해하는데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영어도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 발음이 어렵다며 푸념이다. 더딘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 하지만 정갈하게 필기해 놓은 공책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열의가 느껴진다.
“처음 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설 때면 동네 사람들 보기 부끄러웠는데 늙게 나마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감사하다”는 노씨는 학교에 다니며 과거 회상을 많이 한다.
최근에 다녀온 소풍, 짝꿍, 운동회, 도시락 등 가끔씩은 젊어진다는 생각마저 들어 혼자 킁킁거리며 웃을 때도 많다.
“평생 가족 뒷바라지에 대농을 지으며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이 생겼다”는 노씨. 만학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수업 대부분이 오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농사일에 시달릴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는 노씨는 남편의 배려에 이런 기회가 주어져 학업에 더욱 매진한다.
“막상 공부를 해보니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주변에도 배움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함께 시작하면 좋겠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르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노씨. ‘아는 것이 힘이다’며 시험준비를 위해 공책에 글씨를 꾹꾹 눌러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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