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리 부녀회 ‘최고’
화산리 부녀회 ‘최고’
  • 최현옥
  • 승인 2003.10.24 00:00
  • 호수 1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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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만나는 부녀회마을 발전 위해우먼파워를 과시한다
“부녀회 화합 비결? 글쎄… 따로 없어요. 그저 마을에 모여 살다보니까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자연스럽게 알게된 거지. 한마디로 모두 한 가족인 것 그게 전부예요”
지난 15일 월례회에 모인 40여명의 종천면 화산리 부녀회 회원들. 10여 년 전 부녀회가 결성된 후 한번도 빠짐없이 모임을 꾸리는 등 화합의 비결을 묻자 회원 구영화(62)씨가 말문을 열었다. 회원들은 그녀의 답변에 이심전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외지에서 남편만 바라보고 화산리에 뿌리를 내린 우리들이에요. 말보다는 가슴으로 대하며 이해로 서로를 바라보고 보듬어야 하지 않겠어요”
구씨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순자(57)씨가 거든다. 농촌 고령화로 40대가 가장 젊은 층인 화산리 부녀자들은 적게는 20살에서 많게는 30살까지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으뜸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특히 회원 중 고령의 나이에도 정정함을 자랑하며 모임에 항상 참석하는 김복연·최연순씨 등 터줏대감들이 그 중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화산리 부녀회는 단순한 친목단체를 떠나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우먼파워를 자랑하고 있는데 지난 5월 그동안 마을 차원에서 진행되던 노인잔치를 자체적으로 성사시켰다.
“주민들이 참석해서 맛있게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며 피곤한 줄 몰랐어요. 이번 행사를 바탕으로 부녀회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화합 도모를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부녀회 뒤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자청하는 조유순(51) 회장. 그녀의 노력이 오늘의 부녀회를 만들고 있다. 회원들의 권유로 연임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부녀회의 활약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녀회는 겨울철 영농교육이 실시할 때 2회에 걸쳐 회원들이 기증한 농산물로 1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벌써 3년째 운영되고 있는 1일 식당은 수입금을 떠나 마을 화합의 장을 제공한다. 게다가 수입금 전액은 마을 발전을 위해 쓰고 있는데 노인회관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텔레비전과 냉장고, 시계 등 가전제품은 모두 그녀들의 배려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부녀회는 행사도 잦아지는데 칠월칠석날 마을 차원에서 대 청소를 할 때 음식을 제공했으며 윷놀이를 하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그녀들의 지역 사랑이 단순한 마을 청소를 단합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부녀회는 일명 ‘효녀 부녀회’로도 통한다. 과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3년 동안 거리제를 지낸 후 인근의 금매복지원에 방문해 음식물을 나누며 수입금을 기탁했고 명절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작은 정성을 나눴다.
“회원들이 자청해서 마을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지만 저희들 매일 일만 하는 것 아닙니다. 봄철에 떠나는 야유회는 얼마나 즐거운 지 몰라요”
매월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야유회를 간다는 부회장 김강난(66)씨는 올 봄 진해로 벚꽃놀이를 갔다왔으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서로의 가슴에 정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며 자랑이다.
“저는 도시에서 살다가 몇 해전 이곳에 이사왔거든요. 사실 놀랐어요. 요즘 농촌사회도 각박해져 이런 모임 꾸리기가 어렵거든요. 아무튼 이사는 잘 온 것 같아요”
부녀회를 통해 고향의 정을 느낄 때가 많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유미자(62)씨. 앞으로 부녀회의 터줏대감이 될 것을 다짐한다.
“물론 회원들의 도움으로 부녀회가 활성화 됐지만 사실 한 단체를 이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예요. 항상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3번 이상은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부녀회원들이 저를 도와주고 제가 또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부녀회는 더욱 발전할 것을 확신합니다”
회장 조씨는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주민 화합은 기본이며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 이렇듯 8시부터 시작된 부녀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다양한 꽃이 피어난다는 화산(花山)리, 지명이 왜 화산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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