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날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날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다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2.13 13:52
  • 호수 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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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는 6세 되던 여름에 이웃 마을 50줄 낙방거사 선비에게 천자문을 읽으면서 소학을 병행 한다. 여기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천자문과 소학의 부안설扶安說을 붙인다.

천자문은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의 명으로 학자 주흥周興이 종래에 전해져 내려오던 글을 모아 이었다 하여 양주흥사<: 주흥이라는 사람이 이어서 붙였다는 뜻>라고 이름 붙여진 책인데 글자 수가 모두 1000자로 된 사성압운四聲押韻이 갖춰진 고시古詩이고, 서명은 문이지만 형식은 14250구로 구성된 한시漢詩이며, 실제로는 999자로 마지막 한 글자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같은 자 아우를 병자를 다른 체로 바꿔 외관상으로는 천자를 완성했으나 후대에 아우를 병자가 겹친다는 논란이 있는 글이다. 그날 하룻밤의 고민이 너무 깊어 머리가 다 희었다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전한다.

소학小學은 송나라 주자朱子가 어려서 몽학스승에게 배운 몽양지학蒙養之學을 어른이 된 후 그의 제자들 중에 어린 자녀를 둔 제자들이 자녀 소양 교육문제로 고심함을 보고 그의 문도 유자징劉子澄에게 명하여 정리하도록 한 책으로 내편內篇 4권 외편外篇 2권 전6권으로 되어 있으며 어린이로 하여금 훌륭한 몸가짐을 이루게 하는 책으로는 동서고금 이만한 책을 없다는 평가를 아직까지도 받고 있는 책이다. 이처럼 어려서 뉘집 자녀든 최소한 천자문과 소학 책만 읽어두면 면무식해서 부모 얼굴에 욕보이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하여 옛 사람들은 자녀에게 두 권의 책을 기본으로 읽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어린 퇴계의 글공부가 논어 옹야편 10문장까지 읽었다 한다. 그래서 퇴계의 어린 시절 공부를 흔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금녀획今女畫이라하기도 한다. 학이 시습은 논어 학이편 첫 문장이고 금녀획은 논어 권6 옹야편 10문장 끝 구절을 말한다.

염구가 말하길<염구왈冉求曰>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비불열자지도非不說子之道> 힘이 부족하여 어렵습니다.<역부족야力不足也> 공자가 말한다<자왈子曰> 힘이 부족한 사람은<역부족자力不足者>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법인데<중도이폐中道而廢> 너는 해보지도 않고 네 한계를 미리 긋는구나<금녀획今女畫.雍也第六-10문장> 여기서 나온 유명한 고사가 역부족力不足이다.

옹야편 10문장은 자신의 한계를 단정짓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해 보라는 덕담으로 세간에는 여러 개의 판본으로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가 불사지지不舍至止이다. 공부란 놓지만 않는다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퇴계가 어려서 이웃마을 서당에서 초급 과정 공부를 마칠 때 훈장이 덕담으로 해줬다고 전하는 말이 종신불퇴終身不退하면 하시필성何時弼成이니 옥루무괴屋漏無愧하라는 말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할 수 있다. 풀어보면 공부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뒷산 여시가 도와서라도 꼭 이룰 것이니 행여 옹색한 집에 살더라도 양심에 부끄럼 없이 살아야 한다 라는 말이다.

아무리 낮은 곳에 살아도 하늘은 보이듯이 공부란 평민들이 고개를 들어 희망을 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요 통로요 매개체다. 우리의 태어난 모습이 우리를 결정짓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자신에게 너그러워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난 환경과 처지가 나를 결정짓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평민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꼭 평민으로 살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똑같은 평민이지만 위대한 평민으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린 퇴계는 누가 시켜서 공부한 게 아니다. 12세에 이르러 병으로 휴직하고 집에 와 있던 숙부 송재공松齋公 이우李隅를 찾아가 논어를 읽는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에서 발분망식發憤忘食<밥 먹는 것도 잊고 공부함>’을 하며 공부를 했다 한다. 퇴계집에 전하는 제자 김성일이 회고한 말을 옮겨보면 숙부 송재공松齋公 이우李隅는 퇴계를 부를 때 이마가 넓은 아이 라는 뜻의 광상廣顙이라 부르며 장차 가문을 일으킬 아이라는 격려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여 글을 읽도록 했는데 글을 가르치심에 매우 엄격하셨으며 말도 없으셨고 표정도 없으셨다. 논어를 주자朱子의 집주集註까지 다 외웠음에도 단 한 마디의 칭찬도 없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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