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여 ! 힘을 모읍시다
농민들이여 ! 힘을 모읍시다
  • 최현옥
  • 승인 2003.11.21 00:00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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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빚 적자인생 설 곳 잃은 농민들 오씨는 절망속 희망을 꿈꾼다.
"나는 나쁜놈 입니다. 아버지가 평생 애지중지 해서 사놓은 산까지 팔아먹고 집도압류 들어간지 오래고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죠. 휴∼ 정말 대책이 안서는 군요”
긴 한숨을 내쉬는 농사꾼 오병규(52·마산면 지산리)씨. 평생 농사를 지으며 남은 건 빚밖에 없는 그는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 가사 말처럼 헛 짚은 인생살이로 절망감마저 느낀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돼 겠더군요. 그래서 두 달 전부터 돈벌이를 위해 고물을 수집하고 있어요. 4년 전부터 장항 항운노조에서 하역하는 일을 틈틈이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일이 없어서요”
눈덩이처럼 불어날 대로 불어난 빚에 연체이자까지 시달리며 몸마저 수척해진 오씨는 최근 돈벌이를 위해 다리철거작업 철근, 샤시, 농기계 등 고철류를 수집하고 있다. 서천군을 비롯해 멀게는 홍성 까지 지역을 불문하고 고철이 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작업에 나선다.
“이거 어떻게 된 것이 농사를 지으면 오히려 빚이 늘어납니다. 올해 논을 대농해서 지었는데 농자재 값 치르고 나니까 본전치기도 안돼요”
정부의 일관성 없는 농업정책과 자연재해로 인한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는 오씨. 그는 한때 수박농사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물론 마산면에서 4-H 회장을 엮임하며 장학금 사업, 경로잔치, 꽃길 조성 등 우수 운영 사례로 선정, 전국에서 대상을 차지한바 있다. 그러나 지금생각하면 일장춘몽 그 자체다.
“농업은 나의 근본이다는 생각으로 재배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밤을 낮 삼아 일했는데… 너무나 억울합니다. 그때 양액재배만 안 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과거를 생각하며 울분에 말을 잇지 못하는 오씨. 그는 논농사를 짓다가 지난 92년 자비를 들여 수박농사를 시작했고 품질과 당도에서 인정받으며 3년 뒤에 융자 2천만원을 비롯한 총 4천만원으로 시설을 확장, 빚도 차근히 갚아가고 있었다.
“참 우스워요. 정부가 사업을 권장 할 때는 지역 실정에 맞는지 먼저 시험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희 순진한 농민들이 뭘 압니까?”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끝없는 설득작업에 시설 투자만도 1억4천만원을 융자받아 양액재배를 시작한 오씨.
그러나 지역의 수질이 양액재배에 불 적절한 것이 밝혀졌을 때는 모든 것이 늦은 상태였다. 이에 동분서주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그는 끝내 빚더미에 앉았다.
“저와 같이 양액재배 같이 시작한 농가들 지금 거의 망했죠. 설상가상으로 IMF까지 겹치고 기름값이 한달 5∼6백만원 나오는데 어떻게 감당합니까?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말도 안나오네요”
고개를 돌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오씨는 현재 2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으며 그동안 시설투자가 아까워 빚을 얻어서 농업에 종사했으나 이젠 농협에서도 푸대접이다.
“사실 희망을 버릴 수 가 없었어요. 이렇게 내가 노력하고 정성을 들이면 하늘도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농업에 혼신을 기울였는데 글쎄요.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더군요”
부채를 안고 버티다 지난해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논을 대농해서 짓고 있는 오씨는 매일 속이 시커먼하게 타 들어간다.
“부인은 모든 것 다 정리하고 도시로 떠나자고 해요. 공사현장에 가서 일하면 이보다는 나을 것 아니냐고. 근데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40줄의 나이에 어디로 가겠습니까?”
마산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늦은 결혼으로 아이들 교육비 대기도 빠듯한 그, 농업의 끈을 놓지 못한다.
“농민들 이제 뭉쳐야 합니다. 정부는 농민들의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칠레 무역협정을 맺고 쌀 수입을 개방한다 난리입니다. 벼랑끝으로 농민들을 내몰아 놓고 죽으라는 말밖에 더 됩니까”
생존권 수호를 위해 19일 개최되는 농민대회는 성사돼야 하며 참여의지를 밝히고 오씨. 정부가 하루 빨리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농업보호 정책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요즘 농촌에 저 같이 재산 날린 사람 많습니다. 이거 농산물을 심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는데… 농산물을 수입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인 수입도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침울함과 비장함으로 말을 잇던 오씨는 자신이 건넨 농담으로 간만에 웃음을 띈다.
아무리 농업이 어렵다고 해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농사에 임하고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는 농산물 수입이 어쩔 수 없다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한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정부는 농민들의 단체행동을 무조건 막으려 하지말고 농민들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대안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오씨, 그는 외친다.
“농민들이여 뭉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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