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앨범(7회)
아빠의 앨범(7회)
  • 뉴스서천
  • 승인 2003.12.05 00:00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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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집으로 돌아온건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고모가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습니다. 할머니는 그 앨범을 한번 보자고 하셨습니다. 난 아빠가 있는 부분을 펼쳐 보여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돋보기를 쓰고 사진속 아빠 얼굴을 손으로 자꾸 쓰다듬으셨습니다.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고서.
화장실에 다녀와서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나는 할머니의 작은 혼잣말을 들었습니다.
‘우성아, 우성아, 내 아들 우성아. 미안허다. 그렇게 핵교에 가고 싶어했는디, 두 달만 더 다니면 졸업이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는디. 우성아, 이 에미 용서혀라. 응? 그땐 왜 그렇게 먹고 살기 힘들었든지, 둘씩이나 한꺼번에 가르치기가 너무 어려웠다. 우성아, 미안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앨범을 품에 안고 계셨습니다.
동상처럼 멈춰서있던 내 발등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수술날입니다.
아침에 잠깐 안개가 끼었었는데 곧 맑은 날이 되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혼자 토끼장 앞에 앉아있는데 바로 옆 수돗가에서 대현이가 불렀습니다.
“명수야! 니네 아빠 오늘 수술이야?”
“응.”
“걱정마, 잘 될거야.”
“고마워.”
“그런데 너 지난번에 우리집 와서 앨범 보고 어디다 뒀어?”
“왜?”
“없어졌어. 어제 만두 가게 앞을 지나는데 보라네 아빠가 먼지 일어난다고 우리한테 물 뿌렸거든.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사과도 하지 않더라고. 그래서 복수할려고 앨범 찾았는데 없어.”
“복수?”
“그거 알잖아. 수염 그리고 점 찍고.”
“아아∼”
“너 정말 딴 데다 둔거 아니지?”
“응.”
“이상하다……. 아무튼 아빠 수술은 너무 걱정하지마. 나 지금 5반 애들이랑 축구 붙으러 가는데 갈래?”
“아니, 다음에.”
“그래. 나 간다.”
대현이는 운동장 쪽으로 재빨리 뛰어갔습니다. 달려가는 대현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젯밤 할머니처럼 나도 혼잣말이 흘러나왔습니다.
“대현아, 그 앨범 우리 집에 있어. 지금보다는 훨씬 젊고, 사진 속 너네 아빠들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운 우리 아빠가 그 앨범 속에서 웃고 있어. 대현아 우리 아빠가 날 보고 웃고 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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