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지요”
“고향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지요”
  • 윤승갑
  • 승인 2003.12.05 00:00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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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빛깔이 탈색되고 없다면 그 어떤 아름다움이 있으랴...
삶이라는 여행길이 늘 평안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듯 삶의 종착역은 우리가 온 고향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런 것이죠. 늘 평안한 길을 가길 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고난과 절망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결국에는 넉넉히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은 고향이 있기 때문이겠죠”
인위적으로 채색되지 않은 독특한 색깔을 내보이며 자꾸만 무너져 가는 시간 위에 서천인의 이름으로 다시 내일을 설계하며 살아가는 구기찬(51·대전시 행정부시장)씨.
발걸음을 재촉해 만난 이 사람은 “삶 속에서 잃어버린 아름다운 빛깔을 고향에서 찾겠다”고 한다.
하늘이 푸르고, 꽃이 울긋불긋 화려하더라도 마음에 고향의 빛깔들이 탈색되고 없다면 어떤 아름다운 것들도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이다.
거리를 걷다가 하나의 나뭇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것도 예사로운 인연은 아닐진대, 같은 고향에 뿌리를 두는 일이란 그러기에 얼마나 깊은 인연의 법 때문일 런지….
“내고향 시초면 선동리 들판을 수놓았던 푸른빛들도 상록의 잎을 제외하면 자기의 빛을 잃거나, 새봄을 위해서 이미 옷을 벗어버렸겠죠? 부엉바위 밑에서 동무들과 고기 잡던 생각이 아련합니다”
가을이 가는 만큼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는 만큼 봄이 오는 것.
구기찬씨의 고향생각은 겨울바람을 재촉하는 겨울빗속으로 주륵주륵 내린다.
선동초등학교 6학년, 어린 나이 서울 유학길에 오른 그의 맘속에 어중간하게 놓여 있던 고향은 이제 삶의 경계선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고향만은 아니다.
선동리 냇가에서 만난 물고기와 함께 물장구 치던 동무들과의 어울림은 서울 유학생에게는 아직도 잊지 못할 고향색깔이다.
바람 불면 잊혀질법한 동무들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잊혀지지 않는 까닭은 삶의 가려진 시간사이로 새 빛깔을 안겨주는 고향이 주는 안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년생 덩굴에서부터 다년생 덩굴들까지 돌담을 꼭꼭 감싸고 있기에 돌담이 더욱 더 튼튼하게 자리잡아 가듯 40여년 동안 선동리 냇가와 고기 잡던 동무들은 그에게 고향이라는 그리움을 가슴 가득 안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단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광역시청 행정부시장실은 구기찬씨의 일터다.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와 9남매. 5살 박이 꼬마가 8살의 형, 누나들과 같이 공부를 시작하게된 이유이다.
누이를 따라다니다 어깨 넘어 배워온 공부가 도움 돼 이른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됐고 6학년 서울 유학길에 올라 어깨 넘어 배운 지식으로 서울대법대를 졸업하고 78년 이른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자의 몸이 됐다.
외모에서 풍기는 공직자의 모습만큼 지금까지 서천인 구기찬씨가 공직자로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그동안 충청남도청 사무관, 충청남도 교육원장을 거쳐 그의 나이 39세 보령군수를 역임하는가 하면 청와대 행정관,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단체 뉴욕사무소 소장을 역임하고 월드컵문화시민운동본부 운영국장을 거쳐 현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까지.
특히 전 세계 경제, 문화의 핵심이었던 뉴욕 월드트윈센터 78층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행정가로서의 견문을 더욱 넓히는 기회로 한국의 지방행정 발전에 일조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지금까지 서천과 항상 희노애락을 같이하지 못했지만 서천은 그에게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주었으며 삶이 고난이라는 것을 동반할 때마다 그 고난까지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게 했단다.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고향이며 그러기에 서천인 구기찬씨는 고향 서천이 더욱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향,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신비하고,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감칠맛이 나고,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하는 고향을 생각하면 그대로의 순수함이 있지만 새로운 모습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서천인이라면 모두 그러하겠지만 언젠가는 서천을 위해 도움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흙 한번 밟아 보지 못하고 살아가던 도심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 고향 서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려는 마음이 인상에서도 느껴지는 구기찬 대전시 행정부시장.
고향 서천을 따뜻한 가슴으로 늘 지켜보며 행운을 빌고 있다.
다른 곳과 별다른 느낌이 없는 늘 보는 서천의 모습이었는데 대전광역시에 근무하는 서천인 구기찬씨를 만나고 돌아온 뒤부터는 가로수 하나하나, 발길 닿는 길마다 따스한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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