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정신을 보여주자
장항정신을 보여주자
  • 뉴스서천
  • 승인 2003.12.12 00:00
  • 호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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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은 1929년 갈대 숲을 메워서 만든 도시이다. 도시기반 시설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은 일본인 편동화삼이다. 그는 미래의 장항을 위하여 자기자본을 과감히 투자하였다. 당시 경남 철도 역전 부지를 제공하였으며 장항 사람들을 규합하여 장항번영회를 조직한 일본 식민지 정책의 앞잡이다. 그는 장항뿐만이 아니라 서천, 익산의 지주로써 황등 농장을 소유한 대지주이며 실업가이었다. 그는 서천수리조합장 처음으로 역임하기도 하며 서천 길산에 대 농장을 소유할 정도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장 서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또 장항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인물 중에 한 사람이 미야자키이다. 그는 정의 여중고 자리를 궁기 농장이라는 지명을 남겨 놓을 정도로 장항의 큰 재력가이었다. 그의 아들 역시 대를 이어 장항에서 대지주로 활동하였다.
이 두 사람은 갈대밭을 장항으로 만든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다고 말할 정도로 힘겨운 도시 기반 조성 사업을 하였다. 도지사, 군수, 번영회장 등이 중심이 되어 영화롭던 도시를 만들었다. 큰 사업으로 경남선인 장항선 유치, 장항항 구축, 장항제련소 설립 등이었다. 그 후 장항은 기적소리가 끊이지 않는 희망의 도시, 밤새 노랫소리로 흥청되는 장항 등으로 당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물론 장항이라는 도시는 충청남북도 물자를 오오사카로 운송하기 위해서 일본인들이 만든 도시이다. 도시 기반을 만들 당시의 장항은 식민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조성된 도시이다.
해방 후 장항은 중앙 정부로부터 관심을 받아 일본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살 맛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이승만의 장항제련소 방문, 박정희 의장의 방문 등 국가적인 관심이 장항에 집중된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딸 가진 부모들이 장항 제련소 직원에 시집보내고 싶어했다. 아니 장항 제련소 직원이라면 묻지 않고 딸을 시집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 장항 이야기는 어두운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밤거리가 어둡다는 둥, 전출 인구가 무척 늘었다는 둥, 가게를 내 놓기만 했지 나가질 않는 둥, 아니 장항에서 ‘헐꺼시 없다’‘돈이 안 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더욱 무서운 말은 장항을 팔아버리자는 말도 있다. 참담한 장항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들이다.
이런 장항 사람들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칠 때가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장항 도심에 현수막이 선거 철보다 더 많이 걸린 것을 기억할 것이다. 선거 공약이었던 장항 국가공단을 믿고 조기착공을 해달라는 현수막이 장항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항 국가공단 조성 사업은 별반 진행이 없이 장항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는 서천 사람들을 너무 얕보고 있다. 먼저 1965년 비인공업단지 유치를 10여년 후 백지화하였으며 1990년대 장항국가 공단 조성 사업을 유야 무야 하고 있다. 그래도 서천 사람들은 그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산다. 어떠한 몸부림을 치거나 아우성을 치는 것도 아니다. 착한 서천사람들이다.
장항 국가 공단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말로만 공단을 착공한다고 해놓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시린 가슴이 더 좋은지 모른다. 장항국가공단이 만들어져 환경 오염으로 고생하는 후손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현재 착한 서천 사람들의 모습이 더 고상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장항 사람들이여 이제 장항 국가 공단을 기대하지 말자. 장항을 그렇게 황폐화시킨 요인도 어쩌면 너무나 큰 기대감에 우리 스스로 장항을 장항답게 만들지 못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야한다. 장항국가공단에 기대한 나머지 장항의 도시 기반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장항 발전의 주체는 장항사람들이다. 장항사람들을 중심으로 장항의 정체성을 구명하고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 장항은 처음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그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장항사람들이 모여서 장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논의해야한다. 한탄만 하고 이사만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항 문제를 논의하는 작은 모임들이 있다고 한다. 군청에서 계획한 장항 소도읍가꾸기 사업, 푸른 서천 21의 세미나, 장항발전포럼 등이 있다. 이런 모임의 주체가 바로 장항 사람들이어야 한다. 장항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친환경적인 도시 건설 사업, 옛 문화 재현 사업, 금속 박물관, 장항역을 중심으로 한 거리 미술 전람회, 김인규 선생이 제안한 영화 제작 세트장 등으로 장항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항 주민이 나서야 한다. 장항 주민이 모여서 어떻게 해야 장항을 장항답게 만들 수 있는지 토론을 해야한다.
관에 의존하지말고 선거 때만 되면 공약하는 사람들에게 장항을 맡기지 말고 장항 사람 스스로 청사진을 만들자. 본인도 힘이 된다면 기꺼이 참석하여 역사적인 상황과 연계한 관광 코스계발에 동참하겠다. 장항사람들이여 일어나자. 잠든 장항을 깨우자. 장항정신을 보여주자.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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