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대 보기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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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3.12.12 00:00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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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뭐야? 난 몰라.”
세수하고 방에 들어서니 형이 태권도복을 이리저리 살피며 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왜?”
“너지?”
“내가 뭘?”
“너 어제 싸인펜으로 그림 그린다고 했잖아. 그리고 싸인펜 뚜껑 닫았어? 안 닫았어?”
“물론 닫았지.”
“그런데 이래?”
형이 내민 하얀 옷엔 빨강물과 노랑물이 예쁘게 들어있었습니다. 잘 닫은것도 같은데 아마 너무 졸렸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깟 일로 저렇게 화를 내는 형이 좀 얄밉기도 했습니다.
“뭐? 예쁘기만 하네. 보라색도 더 칠해줘?”
“너!” 형은 주먹으로 내 어깨를 때렸습니다.
보통 힘이 들어간 주먹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어깨가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 엄마! 엉엉”
난 엄마를 부르며 방을 뛰쳐나갔습니다. 출근 준비에 바쁜 엄마는 울고 있는 내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형이 그깟일로 아침부터 동생을 때려? 형이면 형답게 좀 너그러워야지? 한번만 더 때렸단 봐라.” 엄마는 건성으로 내 어깨를 주물러주고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책가방을 챙기는 형 뒷모습이 오늘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중요한 서류를 놓고 왔다며 먼저 내려가있으라고 말했을 때 형은 잠깐 미소를 지은것도 같습니다.
단 둘이 엘리베이터에 남게 되자 형은 먼저 발로 내 신발을 툭 건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발을 차고 다리를 차고 엉덩이까지 찼을 때 “띵” 소리와 함께 1층에 도착했습니다. 아팠지만 울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엄마가 내려올때까지 계속 울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툭툭 바지에 묻은 먼지만 털어냈습니다.
“너 두고 봐!”
형은 큰 소리로 이 말을 남기고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오늘도 학교까지 걸어갈 모양입니다. 난 주차장에서 엄마가 내려오길 기다렸습니다.

아침 읽기 시간에 선생님은 칠판에 시 한편을 적으셨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시를 선생님은 우리에게 들려주십니다. 오늘은 “아기 발자국”이라는 이문구 선생님의 시였습니다.

아기 신은 꽃신
작은 꽃신
마당에 제비꽃
뒤란에 냉이꽃
아기 발자국마다 작은 꽃이 피고.

엄마 신은 꽃신
큰 꽃신
논둑에 쇠별꽃
밭둑에 민들레
엄마 발자국마다 큰 꽃이 피고.

<함께읽는동화 designtimesp=1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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