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魔야 꼼짝마라’
‘火魔야 꼼짝마라’
  • 최현옥
  • 승인 2004.01.09 00:00
  • 호수 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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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비상근무 체제 완료! 그의 봉사는 주의의 귀감이 된다
불길이 솟구치는 화재 현장. 너나없이 몸을 피하는 순간에도 목숨을 담보로 불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불과 싸우며 불꽃처럼 뜨겁게 사는 사나이, 그는 주민들의 안전 지킴이 노승부(57)씨다.
“그동안 소방업무를 맡으며 비난도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면 만감이 교차할 따름이죠”
장항소방파출소 부소장으로 근무하는 이씨는 올해 정년을 앞두고 있다. 정년을 앞둔 소감에 대해 묻자 그동안 가슴에 담아놨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30여 년 서천을 위해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일해온 그는 소방 역사의 산증인으로 사명감과 애착이 누구보다 크다.
게다가 성실한 그의 모습은 지역 소방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되고있다.
“이제 저에게 안전점검은 일상이 됐습니다. 건물 내와 거리 곳곳, 그냥 보여지는 곳이 없거든요. 그리고 화재 진압 장비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화마여 꼼짝마 입니다”
안전불감증 시대, 그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화마는 일말의 양심도 없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 아침 출근길부터 화재 진압장비 안전점검에 나선다는 그.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언제든지 화재현장에 뛰어나갈 만발의 준비를 한다.
“지금은 화재진압장비가 다양해지고 소방공무원들의 업무가 확립됐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 그 자체입니다”
과거 생각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이씨,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소방관이었다. 화재현장에서 봉사정신으로 일하는 소방관모습에 반한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많은 꿈을 가지고 시작한 소방업무는 현실과 달랐다. 소방관의 처우에서부터 화재진압기기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수준이었다. 과거가 돼버린 것들. 하지만 그 당시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화재진압은 초기가 중요합니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임무를 숙지하는 것이 우선이죠. 제가 상시 소방관들에게 주문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화재진압현장에서 젊은이 못지 않은 활동성을 보이며 화재진압을 지휘하는 그, 평상시 자상한 아버지처럼 직원들을 대해도 화재 현장에서는 엄해지기 일쑤다.
“가끔 주민들은 급한 마음에 늦장 출동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저희는 잠 잘 때도 작업복을 벗고 자는 법이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죠”
이씨는 관할구역 내 소방용수, 도로 및 교통상황, 지형 및 소방대상물의 상황 등을 파악, 단 1초라도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가끔은 자신이 생각해도 조급증 환자 같기도 하다고.
화마가 이글거리는 현장에서 죽음을 넘나들며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나면 검게 그을린 얼굴에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는 이씨,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명복을 빌기도 한다.
화재 진압을 끝내고 연기와 먼지로 상한 기관지를 삼겹살과 소주 몇 잔으로 위안 받으며 직원들을 격려하는 그는, 주민들의 고맙다는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겨울철을 맞아 화재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이씨는 대부분의 화재가 전기 부주의로 발생, 사전 안전점검과 가정 소화기 설치를 권장했다.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걸려온 화재발생 신고, 화재출동지령이 발령되는 순간 대기 중에 있던 소방공무원은 신속한 동작으로 소방차량에 탑승한다.
‘웅∼’ 경쾌한 경적음을 울리며 그는 외친다.
“화마야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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