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리를 디자인 한다
다양한 소리를 디자인 한다
  • 최현옥
  • 승인 2004.02.13 00:00
  • 호수 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별난 세상 별난 취미, 소리 마니아 임종성씨
그는 소리가 공해가 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찾고 있다. 더듬이를 쫑긋 세우고 지진계 바늘처럼 아주 작은 잡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소리를 즐긴다.
화양면 사거리에서 장항방면으로 1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허름한 창고. 이곳은 소리 마니아 임종성(58)씨의 작업실을 겸한 소리 감상실이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음향기기의 역사가 한자리에 펼쳐진다. 60년대 구식 오디오에서부터 현재 전자식 오디오까지 10여종에 이르는 오디오 기기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스피커만 해도 5종이나 된다. 그리고 작업실 뒤편에 소파 하나가 놓여있다. 소리 음역대에서 임씨는 눈을 감고 소리를 감상 중이다.
“나는 모차르트, 베토벤이 누군지 잘 몰라요. 그저 소리가 좋아서 귀가 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죠”
매일 감도가 뛰어나고 생생한 소리를 찾기 위해 오디오와 씨름하는 임씨는 소리를 즐기기 보다 오디오 기기의 발전을 즐기는 사람 같기도 하다. 자신의 귀에 맞는 소리를 찾다보니 다양한 기기를 구입했으며 창고 밖에는 버려진 기기도 몇가지나 된다.
“점점 소리에 빠지며 최적의 소리를 찾다보니 많은 음향 기기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 것이 아닌 다른 기기로 들으면 좀더 음이 좋을 것 같다는 욕심 때문예요”
소리만 나오면 가슴이 벌렁거려 제 흥에 빠져든다는 임씨는 3년 전부터 소리에 열광하며 조금 더 나은 소리를 찾아 소리틀을 연구, 다양한 기기를 구비하게 됐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취미이지만 자신의 귀에 맞는 음을 찾다보면 조금 더 좋은 기기와 소리 속에 푸~욱 빠져든다고.
“이 기기는 제가 현악만 들으려고 직접 제작한 건데요. 음을 잡는데 무려 1주일이나 걸렸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기자의 이런저런 질문에 임씨는 다양한 기기의 음을 들려준다. 찬송가의 감미로움과 부드러움, 판소리의 걸죽함, 클래식의 맑고 섬세한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같은 곡도 음향기기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가 열정에 빠진 이유를 알듯하다.
사실 그가 소리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은 학창시절부터다. 경제 사정이 넉넉지 못해 라디오를 수리하고 직접 제작해 듣기도 했으며 좀더 어린 시절로 거슬러 내려가면 집에 축음기가 있어 소리에 친숙할 수 있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과거의 기억이 살아나듯 임씨는 성인이 되며 잠시 잊었던 소리에 대한 열정이 최근 다시 살아난 것뿐이다.
“마니아는 완벽한 음을 추구하게 되잖아요. 잡음을 줄이기 위해 기기를 바꾸고, 선 하나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기기와 씨름하다보면 하루 해가 짧기만 해요”
건설업에 종사하는 임씨는 일이 없는 날은 대부분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침 9시에 이곳에 오면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새벽 2시까지 소리를 듣는다고 하니 정말 마니아이다. 그의 별난 취미가 입소문이 나면서 군산, 익산 등 인근 지역 소리 마니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끔 최적의 설정을 해놓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어쩌면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정말 오디오 속에 가수가 들어있고, 악단이 들어있는 듯한 착각에도 빠집니다”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의 시름도 잊어버린다는 임씨는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놈 같기도 하다고.
“소리는 저의 친구예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쓸쓸하고 안정이 안될 때 평온을 찾거든요. 무언의 언어를 나누는 것이죠”
득음을 위해 피를 토해가며 연습하는 소리꾼처럼 좀더 좋은 소리를 위해 좋은 선을 사고, 스피커를 만지고 오디오를 장만하는 임씨. 자기 고유 취미를 개발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