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긴급수배 한 현직 경찰 - 송봉현·정병택
새벽 2시 긴급수배 한 현직 경찰 - 송봉현·정병택
  • 공금란
  • 승인 2004.02.20 00:00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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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기 ‘끈끈한 우정’ 쭈욱~
우리 모두는 기쁜 이야기, 슬픈 이야기, 억울한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하나쯤 같고 싶어한다. 나아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눈빛으로 통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은 일이겠다.
여기 두 남자의 끈끈한 우정을 소개한다.
평소 지인 정병택 경사에게 동료 중에 이 지면에 게재할만한 사람의 소개를 부탁했다. 마치 조건반사적으로 “내 친구 송봉현”이라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일단 사진발 좋고, 자기업무에 충실하고, 쉬는 날이면 어머니 운동시켜드리려 함께 산보하는 착한 녀석”이란다. 기자가 아는 한 정경사가 그렇다면 그런 사람일 것이다.
정병택 송봉현, 이 두 사람은 한산중학교, 한산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서른여덟, 이제는 중년이라고 말해도 될만한 나이다. 이들은 나란히 13년째 경찰생활을 하는 20년 지기로 “중학교 때부터 도시락을 함께 까먹은 친구”라는 게 정경사의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 거기에 올리면 기자 님 욕먹어요”라며 일언지하에 취재를 거절, 미남에 효자에 겸손지덕까지… 송봉현경장은 첫 통화에서 기자의 촉각을 사뭇 자극했다.
그렇다면 16일 월요일 동부지구대 야간순찰 근무라는 것을 입수했으니 근무 중 불시에 긴급출동 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송경장의 행적을 알기 위해 장항 원수동에 있는 동부지구대를 찾은 것은 새벽 2시, 다시 한산면 일대 순찰 중이라는 것을 알고 한산 파출소 앞에서 잠복을 시작한 후 10분정도 지났을까 어둠을 밀고 들어오는 순찰차에서 듬직한 경찰관이 내린다.
다짜고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왜 잠 안자고 돌아다니세요? 우리야 일이 그렇지만” 이정도 성의는 보여야 취재에 응해줄 것 같았다는 말에 “사실이 그러네요” 기자의 오기 아닌 오기에 할말을 잃었다며 더 이상 사양 없이 취재에 응해주는 송경장.
“가끔 흉한 소리도 듣기도 하고 곤란한 일이 발생해 늦은 밤에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낯선 번호의 전화 받기를 꺼려하는데 오늘 이상하게 전화 받아 거절도 못하겠다”며 본지 독자 떨어지는 거 아니냐며 겸손을 떤다. .
1녀3남 중 막내지만 68세 되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막내고 뭐고가 다 어디 있대요. 서로 편하면 되는 거지” 곰삭은 인간미가 흐르는 말이다.
조직사회에서 둘이 너무 친하게 지내노라면 가끔은 동료들의 시기도 받을 법한데 “정 경사, 그 친구가 애경사며 워낙 다른 동료들을 잘 챙기는 편이라 그렇지 않다” 말한다.
송경장 보다 6개월 빨리 경찰에 투신한 정경사는 문산파출소 민원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유난히 앳된 얼굴에 구김살 없는 정경사는 한산에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다. 그는 2년 전에는 본서에서 경비계를 맡고 있어 농민집회의 혼잡대비 업무에 자주 투입됐다.
“우리 아버지도 농사짓고 계셔서 농민들 어려움 당할 때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직무와 농부의 아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장항읍에서 시작해 마서, 화양, 한산 그리고 마산면까지 야간순찰을 돌던 송경장은 새벽녘 잠시 한산파출소에 들러 커피한잔으로 피곤을 던다. 그리고 이내 순찰차에 올라 새벽 4시 무렵 장항파출소에서 13시간 야간업무를 정리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친다.
반면 정경사는 아침 8시에 출근해 관할지역을 한바퀴 돌며 주로 주민들과 격없는 만남으로 경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민들의 평을 들으며 오후 7시까지 일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종일 혼자 근무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주민들도 순수한데다 조용한 마을로 도닦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 글 한 줄을 읽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마치 득도한 듯한 말투다.
하긴 그래서 올 진급시험에 딱 합격해 얼마 후면 경위로 승진, 파출소장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정경사의 성품을 대변하는 일이 한가지 있다. 지역 식당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거둬다 온몸이 하얀 풍산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며칠 전 그 개가 저와 닮은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아 젖을 물리고 있었다.
두 친구의 업무시간이 달라 자리를 함께 만들지 못한 것이 이내 서운하지만, 서로의 칭찬에 침이 마르는 사나이들의 끈끈한 우정,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벗에게 전화를 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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