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정치!’
열려라 ‘정치!’
  • 뉴스서천
  • 승인 2004.02.27 00:00
  • 호수 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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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시끄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보도되는 정치권의 소식들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연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느니, 차떼기니 비자금의 저수지니, 정치권으로 흘러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일일이 다 기억하기 벅찰 정도다.
더럽고 구리기는 여야를 가릴 것이 없는데, 서로 더러운 놈이라고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기가 받은 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면 사퇴하겠다는 발언까지 하고 있는 이 와중에, 한나라당 불법자금 최소 820억, 노무현 측근비리 포함 84억여원이라는 검찰수사 발표까지 나왔다.
앞으로 얼마가 더해질지, 그래서 과연 대통령은 사퇴를 해야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이제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진흙탕의 개싸움, 보기조차 민망한 이런 상황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월 9일 국회에서는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짜리 채권을 받아 구속된 서청원의원 석방결의안, 한칠레 FTA 비준안, 이라크 파병안이 나란히 상정되었는데 이 안건들은 9일, 13일, 16일 차례로 가결되었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 안건들이 “야당탄압”이라는 이유로,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차례로 통과된 것이다.
농업을 파탄내고 농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아가면서 지켜야할 ‘국익’은 무엇인지,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할 국익은 또 무엇인지 대답하지 않는 국회, 불법자금 문제로 몸서리를 치는 국민들 앞에 불법자금을 받은 정치인을 석방시키는 데 앞장선 지금의 이 국회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 것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국민들의 태도야 말로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는 핵심원인이다.
돈 받은 놈은 나쁜데 당선될 것 같아서 찍어주고, 고향사람이라고 찍어주고, 같은 학교출신이라고 찍어줘왔던 국민들의 선택이 지금의 국회를 만든 것이다.
당선된 후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말을 바꿔도, 간쓸개 다 빼줄 것 같은 후보의 감언이설에 또 다시 찍어주고야 마는 국민들의 심성은 착한 것인가 우매한 것인가?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들 같고 마법에 걸린 사람들 같다.
하기사 당선만 되면 다른 약속,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기억상실증이거나 마법에 걸린 사람들 같기는 한가지다.
그러고 보면 기억하는 일부터가 정치를 바꾸는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환멸 때문에 무관심했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뀐다.
무관심이야 말로 불법과 비리, 독선과 부패의 온상이다. 지금까지 찍어왔던 그 선택이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면 이제는 다른 이유와 기준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필요한 무엇을 위해 누가, 어떤 당이 복무해 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잘난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이 누구편에 서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자신의 생각과 일치된 정책을 누가 제대로 실천해왔고 실천해 갈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 정도의 수고로움으로 제대로된 국회를 만들기만 한다면야, 국민의 뜻과 달리가는 국회를 바로잡기만 한다면, 마다할 일인가? 국민 무서운 줄 아는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 생각만큼 어려운 일 아니다. 마음을 열고 뜻을 두면 된다.
무관심을 거두고 개입할 생각만 하면 된다. 정치는 국회의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흔들어놓는 정치는 삶의 문제고 생존의 문제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정치는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 내가 결심하면 정치가 바뀐다는 생각, 그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를 열리게 할 것이다.
정치를 바꾸는 힘, 국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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