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대 보기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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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3.19 00:00
  • 호수 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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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에 가는데 같이 가자. 할머니가 장 구경 시켜주신다고 했어.”
“형아 가자. 응?”
철수도 명석이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아, 안돼. 우리 할머니한테 말도 안 했고, 그리고 내일 다사리 애들하고 연날리기 시합하기로 해서 연도 만들어야 돼.”
명석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히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분명 버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보는 것일 겁니다.
“연? 그럼 우리가 도와줄게. 우리도 연 만드는 법 책에서 봤어. 셋이 함께 하면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잖아.”
“……그렇다고 해도, 할머니가 걱정하실텐데.”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어서 가서 말씀 드리고 와. 우리가 기다릴게.”
“알았어.”
명석이는 망설이던 조금전 모습과는 달리 쌩 바람소리가 나도록 몸을 돌려 달려갔습니다.
집 옆에 달린 조그만 창고에서 하루종일 모시 일을 하고 계실 할머니에게 달려가는 겁니다.
드디어 버스가 저 멀리 초등학교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모두 “끙” 소리를 내며 아픈 다리에 힘을 주십니다.
넓힌다고 파헤쳐 놓은 길은 지난 밤 추위에 심하게 얼어 울퉁불퉁해져 있었습니다.
“형아, 버스가 춤추는 것 같다. 그치?”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려오는 버스를 보며 철수가 말했습니다.
“응. 그런데 명석이가 아직 안 왔잖아.”
“정말? 버스는 안 기다려주는데? 지난번 운전 기사 아저씨는 막 화만 냈잖아.”
“내가 가보고 올까?”
“안돼. 그럼 형아도 못 타잖아. 할 수 없어. 그냥 가자.”
“어떻게 그러냐? 한번 같이 가자고 해놓고.”
내가 초조하게 명석이네 집 쪽을 보고있자 할머니께서
“명석이 못 올란가보다. 걔 할머니가 남한티 신세 지는걸 죽도록 싫어해서 안 보낼란갑다.
어서 이쪽으로 와라.” 하시며 우릴 부르셨습니다.
생각보다 버스는 정류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분씩 버스에 오르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만 남았습니다. 재촉하는 철수 손짓에 나도 한 발을 버스에 올려놓았습니다.
‘와라, 와. 명석아.’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버스에 오르는데 명석이 모습이 작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힘차게 뛰어오는지 그림 속에서 본 황소 같았습니다.
“아저씨! 잠깐만요! 한 명 더 와요.”
나는 한 손은 명석이를 향해 흔들고 다른 한 손은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계속 designtimesp=19982>

<함께읽는동화 designtimesp=19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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