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리 어촌뉴딜 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
송림리 어촌뉴딜 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2.06.29 11:25
  • 호수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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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잔교 설치·갯벌 탐사선 운항 “절대 안돼”

세계자연유산 등재 취지에 맞게 관리해야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 주요 대상지 송림항 앞 솔리천 하구갯벌 갯골
▲송림항어촌뉴딜300사업 주요 대상지 송림항 앞 솔리천 하구갯벌 갯골

서천갯벌은 수많은 조류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이미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중 솔리천 하구의 갯벌은 바닷물이 썰물이 되어 빠져 나가면 갯벌에서 먹이를 먹던 조류들이 바닷물이 밀물이 되어 만조가 되면 마지막에 모여드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다.

그래서 이곳 솔리천 하구의 갯벌에서 최대로 많을 때면 봄철과 가을철에 중간기착하는 도요물떼새가 1만 마리나 되고, 봄철부터 가을철까지 서식하는 수십 마리의 저어새를 비롯해 갈매기 등 여름철새들, 그리고 겨울철에 월동하기 위해 찾아오는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큰고니, 흑두루미, 오리류 등 많은 조류들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솔리천 하구에는 바닷가에 서식하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을 비롯해 법적보호종인 흰발농게와 붉은발농게, 칠게, 방게 등 다양한 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고 생태적 가치가 아주 우수한 곳이다.

그동안 양식있는 국내외 연구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서천갯벌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국내외에 보전과 생태관광 등 현명한 이용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또한 해양수산부와 서천군청, 문화재청의 관련 책임자를 만나 습지보호지역 지정, 람사르 습지 지정, 세계유산 등재 등을 제안해 왔고, 다행히도 지역 주민의 동의 아래 지난해 723일에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과연 서천군과 해양수산부, 문화재청이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취지에 맞게 올바른 관리와 현명한 이용을 위해 합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대한 많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를 받는 것은 물론, 습지지보호구역 지정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앞장서서 연구하고 보전을 촉구해온 연구자 및 환경운동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 현재 서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송림항 어촌뉴딜300(어촌어항개발)사업이며, 지금이라도 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뉴스서천 624일자에서 보도한 대로 솔리천 하구의 갯골을 따라 생태탐방로로 이용한다는 부잔교 설치는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송림항과 유부도를 연결하는 갯골탐험선 운항도 마찬가지로 절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어민들이 어업을 위해 갯골을 따라 왕래하는 정도로만 허용해야 하고, 관광객을 위해 갯벌탐험선을 운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곳 갯골과 주변 갯벌에는 수많은 새들과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 갯골의 수심이 낮기 때문에 현재도 송림항을 이용하는 어선들은 대부분 2톤 이하의 소형 선박(선외기)뿐이다. 그런데 한번에 25명을 태우고서 하루에 두 번씩 왕래하려면 10톤 이상의 탐험선이어야 하는데 운영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솔리천 하구 갯골의 깊이나 폭이 순천만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데도 순천만에서 운영하는 탐사선 정도 크기의 탐사선을 그대로 도입하겠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같이 커다란 탐사선이 운영된다면 갯골과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갯벌이 파져나가 갯벌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송림항에 설치하려는 갯벌탐험선 접안시설도 필요가 없게 된다. 굳이 어민들에게 필요한 접안시설이라면 동의할 수 있으나 불필요하게 큰 접안시설을 해서는 안 된다. 송림항 부지 바로 옆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가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 탐험선 2척을 통해 하루에 100명이 유부도로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유부도로 매일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가급적이면 하루에 유부도로 들어가는 인원을 최대 20명 내외 정도로 축소해야 하고, 유부도의 생태적 수용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방문객 숫자를 제한해야 할 것이다. 유부도로 출입하는 배는 새로 건설된 장항항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 신설된 장항항은 접안시설이 잘 되어 있고 수심이 깊어 배를 운영하기도 편리하다.

갯벌 주변에 벌이는 토목 공사 안돼
탐조객 위해 밀폐형 탐조대 설치 필요
국제 수준에 맞는 관리·행정 펼쳐야

송림항에 계획 중인 3층 규모의 갯골안내센터도 건설해서는 안 된다. 갯벌 바로 옆에 안내센터를 건립하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한 소음과 이곳에서 밖으로 비치는 빛 공해 등으로 인해 솔리천 하구의 갯벌에 서식하는 조류들과 다른 생물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이러한 센터 건물은 마을 밖 4차선 도로변으로 옮겨서 건설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갯벌 주변에 이러한 건물을 짓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서천군 행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주차장은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으며, 가급적이면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마을 앞 4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송림항으로 들어가는 진입도로는 현재의 도로를 약간만 정비해서 사용하면 된다. 굳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많은 비용을 들여서 공사를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사업을 재검토해서 남는 예산이 있다면 주민들의 주택개량사업과 각 주택의 지붕과 마당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소득향상과 복지에 도움이 되도록 예산을 새롭게 조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을지를 발간하고, 그 내용을 활용해 기존 건물을 매입해 수리해서 마을박물관을 조성하기를 바라며, 어촌공동체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노력도 시행하기를 바란다.

▲솔리천 하구갯벌을 찾은 도요새 무리
▲솔리천 하구갯벌을 찾은 도요새 무리

그리고 솔리천 하구와 송림항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조류를 관찰하고 생태탐방을 하는 등 생태관광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몇 군데에 밀폐형 탐조대를 설치하기 바란다. 이 또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생태계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해안탐방로 끝에 만들어 놓은 탐조대는 우선 순위가 아니며, 잘 만들어진 탐조대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지역 주민이 생태해설사가 되어 상주하도록 해서 방문객들이 단순 관광이 아닌 올바른 생태관광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생태해설사에 대한 적절한 인건비 지원과 복지 등 처우개선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 320일 유부도에서 한국농어촌공사에 의해 아까시나무 군락을 무단 벌목이 벌어진 것도 송림리 어촌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발생한 일이었다. 본지(뉴스서천)에서 여러 차례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099(2022429일 발간)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서천군 해양수산과의 업무 행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서천군이 송림리 어촌뉴딜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 해양수산부와 문화재청도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세계유산 등재를 하는 데 노력을 한 만큼 서천갯벌에서 벌어지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국제 수준에 맞는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더 이상 탁상행정에 머무르지 말고, 이해당사자간 협의와 국제 수준에 맞는 행정을 펼칠 것을 기대해 본다.

<주용기 시민기자.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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