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대 보기 (15회)
키 대 보기 (15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4.03.26 00:00
  • 호수 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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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마다 한 번씩 열린다는 장은 아주 활기차 보였습니다.
좁은 통로에 죽 늘어서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이 “싸게 줄게.”하며 사람들을 불러세우는 소리, 리어카에 가득 과일을 담고 서서 소리치는 아저씨, 오랜만에 만나 서로 큰소리로 건강을 묻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시골 장은 가을 운동회날 같았습니다.
“이, 손자들 앞세우고 장이 왔구먼.”
“아, 그놈들 든든하게도 생겼다. 박이장 큰아들 쏙 빼닮았구먼그려.”
“할머니, 오늘 좋아보이시네요. 손자들이 와서 그런가?”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서도 할머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주 천천히 장을 돌았습니다.
단단히 얼어, 그 눈까지 얼어, 너무 괴로워서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동태 3마리, 집에서 길러왔다는 말에 강아지인줄 알고 돌아보니 키가 껑충하니 서있던 콩나물 천원어치, 제주도에서 막 도착해서 뜨겁기까지 하다는 귤은 삼천원어치나 산 할머니의 장바구니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부풀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다리 아프지? 저기로 가자.”
할머니가 앞장선 곳은 이미 두 세 개의 의자에 서너 사람이 좁게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풀빵을 파는 노점 앞이었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가 눈 코 뜰새없이 풀빵 기계를 돌리고 뒤집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쟁반에 풀빵이 쌓일 틈이 없이 틀에서 나온 풀빵은 봉지로 봉지로 사라져갔습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종이봉투에 든 풀빵 열 개를 받아들었을 땐 학교에서 상장이라도 받은 듯 기뻤습니다. 명석이하고 나하고 철수는 3개씩 먹고 할머니는 한 개만 드셨습니다.
하나 더 드시라고 해도 할머니는 배부르다며 한사코 앞장서서 걷기만 하셨습니다.
“할미는 이제 저 점방 가서 몇 가지 살 것이 남았은게 명석이가 얘들 데리고 더 구경시켜줘라. 가다가 맛난 것도 사먹고.”
시장 끝머리 높이 솟아있는 마트 건물 앞에서 할머니가 내 손에 2천원을 쥐어주셨습니다.
“어디 갈래?”
명석이가 날 보며 묻습니다.
“여기도 PC방 있냐? 시골도 다 있다던데. 게임에 굶주린 날이 벌써 며칠째냐?”
나는 혹시라도 있을지모를 철수 녀석의 비상금을 겨냥하며 말했습니다.
“형! 벌써 엄마 말 잊었어?”
“뭐? 엄마가 PC방 가지 말라는 말은 안했잖아.”
“치, 나는 장구경 더 하고 싶은데, 그리고 떡볶이도 사먹고 싶고.”
“명석아 들었지? 저 녀석은 맨날 먹는 것 타령이야. 가보자. 다니다보면 이 근처 어딘가에 있겠지.”
나는 우리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명석이가 뒤따라 왔고 철수 녀석이 불만에 찬 표정으로 저만큼 떨어져서 따라왔습니다. 얼마쯤 가다보니 뒤따라오는 줄 알았던 명석이와 철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황해서 큰소리로 철수를 부르며 주변을 살펴보는데 반짝이는 리어카 앞에 두 녀석이 서 있는게 보였습니다. <계속 designtimesp=20031>

<함께읽는동화 designtimesp=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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