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5)부안갯벌
■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5)부안갯벌
  • 허정균,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3.07.19 20:18
  • 호수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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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 사라지고 진펄만 쌓여가는 칠산어장

강과 바다 차단한 새만금간척사업이 원인

동진강 하구갯벌과 곰소만 갯벌을 낀 부안군은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한 고장이었습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고창갯벌의 연장선에 있는 변산반도 주변의 부안 갯벌은 고창갯벌보다 규모가 크고 칠산어장의 중심이었던 위도를 끼고 있어 서해안에서 매우 중요한 갯벌입니다. 뉴스서천 기획취재팀은 지난달 15일 위도와 곰소만 일원의 갯벌을 살펴보았습니다.<편집자>

▲고기잡이 배를 찾아볼 수 없는 파장금항
▲고기잡이 배를 찾아볼 수 없는 파장금항

텅 빈 파장금항, 고기잡이 어선 한 척도 없어

전북 부안군 위도면은 변산면 격포항에서 15km 떨어진 섬으로 격포항에서 하루 6회 카페리가 운항한다. 격포항을 떠난 배가 50여분 지나자 위도 파장금항으로 들어섰다.

섬의 형태가 고슴도치 모양이어서 위도(蝟島)라 하는데 위도는 본도 외에 식도(食島), 거륜도(車輪島), 정금도(井金島), 상왕등도(上旺登島), 하왕등도(下旺登島) 등의 유인도와 임수도(臨水島)와 형제도(兄弟島) 등의 크고 작은 무인도를 합쳐 30여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고려조 이래 위도는 부안군에 속했으나 1896년에 전라도를 전라남북도로 나눌 당시 고군산군도와 함께 전남 지도(智島)군으로 편입되었다. 그 후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고군산군도는 옥구군으로, 위도는 전라남도 영광군으로 속하게 되었다. 그 후 196311일 시행한 행정구역 개편에서 전라북도의 금산군이 충청남도로 편입되고 위도는 다시 부안군으로 편입되었다.

칠산어장의 중심에 놓여 있는 위도 근해에서는 조기를 비롯하여 민어, 홍어, 병어, 회문어, 전어, 가오리, 갯장어, 삼치, 박대, 서대, 장대, 새우, 등뼈가 있는 오징어, 갈치 등 각종 생선이 잡히고 대구와 청어도 잡혔다.

위도 근해에서는 동해안에서는 물론 일본에서도 고깃배가 와서 조업을 했었다고 하며, 위도 치도리에는 일본인 어부를 위한 유곽까지 들어서기도 했다.

특히 조기가 많이 잡히는 3월에서 6월까지 파시가 들어서면 파장금 맞은 편에 있는 식도에까지 칠팔백 척의 고깃배가 빽빽이 들어서 닻을 내려 밤이 되면 일대가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들이 잡는 조기의 양은 배 한 척당 평균 50~60동이었다. 1동은 1000마리이니 대략 이곳에서만 4000만 마리 이상의 조기가 잡혔던 셈이다.

그러나 취재팀이 도착한 파장금 항은 텅 비어 있었다. 현재 위도에 고기잡는 어선이 단 한 척도 없다는 현지 주민의 말을 들었다. 맞은편 식도에 멸치잡이 하는 어선 몇 척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어족자원이 고갈돼 칠산어장이 사막화 된 이유는 새만금간척사업 때문이다. 33km의 방조제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틀어막아 고기의 먹이가 되는 육지에서 내려오는 유기물이 단절되고 조류의 흐름이 느려져 진펄이 쌓여 산란을 위해 회유해 들어오는 고기떼가 더 이상 이곳 근해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축구하며 놀던 갯벌에 진펄만 가득

1993년 카페리호 조난 사고 이후 정부에서 일주도로를 내주었다. 버스 한 대가 섬을 일주하며 위도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버스 운전기사 백씨는

전에 이 섬에 인구가 50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1000명이예요. 마을마다 학교가 있었고 분교가 있었어요. 제가 위도초등학교 30회 졸업생인데 그때엔 한 반에 80명이었는데 지금 전교생 21, 위도중고등학교는 전교생이 9명입니다

칠산어장을 내려다보는 원당을 오르내리며 띠뱃굿을 하던 대리마을로 들어섰다.

어낭창~ 가래야~” 가래질 소리에 맞춰 만선을 이룬 조기를 퍼내던 포구엔 진펄만 쌓여가고 있다.

▲방치된 폐어구. 전막리 마을
▲방치된 폐어구. 전막리 마을

대리에서 서쪽으로 더 들어가면 전막리 마을이다. 전막이라 어살을 말한다. 노인들만 남아 지키는 마을에 해양수산부의 어촌마을뉴딜사업이 벌어졌다. 바다를 매립해 드넓은 그물작업장을 만들었지만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있고 잡초 옆에 폐그물, 폐어구들이 방치되어 있다.

방파제를 쌓고 마을 공터에 모정을 짓고 전망대를 짓는 데 수백억원이 들어갔다. 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변산에서 영광까지 칠산어장엔 해상풍력발전단지 풍차가 들어서고 있다.

새로 막은 방파제에 어선 몇 척이 정백해 있어 주민에게 물어보았다. 모두 낚싯배라는 것이다.
저 방파제를 막을 때 밑으로 물이 드나들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어요. 방파제가 물길을 막아 안에 펄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졌어. 지금은 무릎까지 차올라 들어갈 수도 없지요

▲물길을 차단해 펄 퇴적을 가중시키는 방파제. 안쪽에 낚싯배들이 정박하고 있다.
▲물길을 차단해 펄 퇴적을 가중시키는 방파제. 안쪽에 낚싯배들이 정박하고 있다.

대리에서 전막리에 이르는 갯벌은 예전에는 딴딴해서 축구를 하며 놀던 곳이었다. 50여명의 학생들이 있던 대리초등학교의 운동회 때에는 운동장이 좁아 이곳 갯벌에서 운동회를 열었다 한다.

전막리 사람들은 이웃 대리 마을에 갈 때 갯벌로 내려서서 걸어갔었는데 지금은 푹푹 빠져 갯벌로 갈 수 없어 구불구불한 길을 빙 돌아간다고 말했다.

a04▲어촌마을뉴딜사업으로 만든 전망대.▲위도 전막리에서 영광쪽으로 바라본 바다.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어촌마을뉴딜사업으로 만든 전망대.
전막리에서 영광 쪽으로 바라본 칠산어장.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전막리에서 영광 쪽으로 바라본 칠산어장.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퇴적된 펄밭에 번식하는 갯굴, 환경 재앙 우려

이튿날 취재팀은 변산반도 방면 갯벌을 찾았다. 변산면 도청리 모항 마을은 주꾸미 잡이로 이름난 작은 포구였다. 이곳에서 주민 이명식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에는 소라그물을 넣으면 소라방마다 빠짐없이 주꾸미가 들어있었는데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주꾸미잡이를 포기했습니다

▲부안군 변산면 모항 포구. 만에 펄이 쌓이며 해수면이 높아지자 바닷가에 방파제를 쌓았다.
▲부안군 변산면 모항 포구. 만에 펄이 쌓이며 해수면이 높아지자 바닷가에 방파제를 쌓았다.

이곳에서도 어촌마을뉴딜사업이 벌어져 방파제를 연장해서 쌓았다. 방파제 쌓은 후 마을 안으로 파고든 만에 펄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부안군 진서면에 있는 곰소항에서도 진펄이 퇴적되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펄밭에 갯굴이 번식해가고 있었다. 순천만에서는 이같은 갯굴이 방치되자 암초처럼 커져 조류 흐름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안쪽이 썩어들어가 독소인 황화수소를 내뿜는 것으로 확인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곰소만에서도 이같은 환경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곰소만 갯골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갯굴.
▲곰소만 갯골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갯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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