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애쓴 두 여인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애쓴 두 여인
  • 송우영
  • 승인 2023.07.20 06:36
  • 호수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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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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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여자의 일생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남편이 벼슬하여 당상관에 오르면 그 아내의 첩지는 정경부인의 지위에 오른다. 또 아들이 당상관에 올라도 그 모친은 정경부인의 첩지를 받게 된다. 이런 소이로 그 시대에는 딸이라고 해서 어려서의 글공부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는 없다.

딸은 여자로서의 도리인 장차 시집을 가서 시부모님 모시는 도리부터 집안일이며 하인 다루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배우는 틈틈이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인 사서를 공부하는데 그 강도가 꽤 심하기까지 하다. 그 시대에 있어서 공부라는 것은 읽고 쓰고 외우고를 기본으로 하며 글을 지을 줄 아는 제술이 포함된다.

하여 어지간한 사대부가 여인들은 대부분 일정량 공부가 되어있었다. 그래야 시집을 가서 위로는 시부모님을 섬기며 좌우로는 남편을 보필하며 아래로는 자녀들을 공부시켜 등과 후 가문을 일으킴은 물론이려니와 치국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편과 아들 들이 등과하여 벼슬하는 것이 곧 자신의 지위가 된다. 그 중심에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영수합令壽閤 달성 서씨徐氏부인과 삼의당三宜堂 김해 김씨金氏부인이 그다. 영수합令壽閤이나 삼의당三宜堂은 당호로 모두 남편이 지어준 이름이라 한다. 여자의 몸으로 당호를 갖는다는 것은 이미 시를 지을 줄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를 지을 줄 안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집에서 글공부를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자의 몸으로 글공부를 했다는 말은 친정 어머니가 글을 안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시漢詩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스승으로부터 일정량 형식을 배워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배운 뒤에 크고 작은 난사회의 모임에서 압운押韻에 따라 시를 짓는 등단登壇라는 공개검증을 받아낸 후에 시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수합 서씨부인의 시는 남편 홍인모의 문집 족수당집足睡堂集 6 부록附錄 영수합고令壽閤稿편에 시 191수가 전한다.

그녀는 글 짓는 것 못지않게 자녀를 아주 훌륭히 길러낸 인물로도 손꼽힌다. 슬하에 32녀를 두었는데 아들딸 구분 없이 모두 문장으로 명성이 천하를 울렸다. 큰아들이 정조19179521세 때 식년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여 벼슬이 대제학에 오른 인물 홍석주洪奭周이다. 삼의당三宜堂 김해 김씨金氏부인은 마을 안 혼인으로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담락당 하립河砬19세부터 27세까지 장장 8년간 한양 땅에 책이 있다는 선비 집만 골라 찾아다니며 얻어 읽은 책이 무려 만권에 이른다는 인물로 이 소문에 놀란 훗날에 지위가 영의정에 이른 당시 전라감사 두실斗室 심상규沈象圭의 초빙으로 그의 관저에 머물며 시문을 교류했다 전하는 인물이다.

두실斗室이 담락당湛樂堂보다 3년 년배요 벼슬이 감사임에도 지위와 나이를 불문한 벗으로 지냈다 전한다.

문제는 하립이 등과를 못했다는 데 있다. 만권의 책을 읽고 시문을 짓는 데 천하의 비재인 그가 정작 과거시험에만 가면 낙방을 했다고 한다. 결국 등과를 못한 낙방거자로 방외지사가 된 인물이다. 그동안 아내 삼의당 김씨부인은 남편의 과거시험 뒷바라지하느라 안 해 본 일이 없다 하는데 빨래며 바느질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잘라서 파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한다. 그런 애씀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종내 관운이 따라주지 못했다 한다.

두 여자의 삶에는 도도히 흐르는 맥이 있다. 가문이 그것이다. 영수합令壽閤 달성 서씨徐氏부인은 친정집 자체가 이미 거슬러 올라가면 약봉 서성에까지 이르는 의리으리한 명문거족이다. 여기다 또한 시집 온 시댁도 풍산 홍씨 문중으로 어마어마한 집안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자녀를 공부시켰고 자신도 그에 부끄럽지 않는 여인이 되기 위해 시문을 지었던 것이다. 삼의당三宜堂 김해 김씨金氏부인은 친정도 가난했고 시집간 시댁도 가난했다. 그래서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안 할 짓도 못 할 짓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한 여자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애써서 지켜냈고 또 한 여자는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애는 썼으나 결과는 시원찮았다. 다만 시99편과 산문19편이 수록된 삼의당고三宜堂稿 2권이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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