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를 많이 한 후에 치국의 길로 들어선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를 많이 한 후에 치국의 길로 들어선다
  • 송우영
  • 승인 2023.08.10 13:13
  • 호수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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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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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강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이렇게 물었다.<진강백어문어왈陳亢問於伯魚曰> 
“백어 선생님은 아버지 공자님으로부터 특별히 가르침 받은 것이 있습니까?<자역유이문호子亦有異聞乎>”
백어가 말한다.<대왈對曰> “특별한 가르침 받은 것은 없느니라.<미야未也> 다만 일찍이 아버지께서 홀로 서 계실 때<상독립嘗獨立> 내가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데<리추이과정鯉趨而過庭>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왈曰> 시를 공부했느냐라고 물으셔서<학시호學詩乎> 나는 대답하기를<대왈對曰> 아직 공부 못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니<미야未也>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들 앞에서 말을 할 수 없게 되느니라 하시기에<불학시무이언不學詩無以言> 나는 물러나 시를 공부했을 뿐이니라<리퇴이학시鯉退而學詩>”
위의 글에 나오는 진강陳亢이란 인물은 자字가 자금子禽으로 백어보다 21세가량 어린 꽤 문제적 인간이다. 여타의 선비들은 진강을 자공의 제자로 보기도 하는데 진강은 자공을 공자보다 더 위대한 사람으로 믿고 따르며 또 남들에게도 그렇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이런 장면이 논어 자장편 19-25문장에 기록되어있다.
“진자금이 스승 자공에게 이렇게 말한다.<진자금위자공왈陳子禽謂子貢曰> 자공 선생님께서 공손하셔서 그렇지<자위자공子爲恭也> 중니가 어찌 자공 선생님보다 더 현자 이시겠습니까?<중니기현어자호仲尼豈賢於子乎> 이에 자공이 황망해하며 말한다<자공왈子貢曰> 군자는 말  한 마디로 앎을 드러내기도 하며<군자일언이위지君子一言以爲知> 말 한마디로 알지 못함을 드러내기도 하느니라.<일언이위부지一言以爲不知> 말이란 삼가지 않을 수 없느니라.<언불가불신야言不可不愼也>”
매사가 이런 식이니 이로 인해 공자님의 서열 세 번째 위치한 제자 자공은 난처한 경우에 처할 때가 더러 있었다 전한다. 공자님께서는 제자를 가르치심에 한 명, 또는 두세 명을 놓고 가르치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하기에 공자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따로 속제자를 두는데 자로子路의 경우는 자고子羔, 고시高柴를 속제자로 두었고 자로는 계씨의 재상으로 있을 때 자신의 속제자 자고, 고시를 계씨 땅의 가장 크고 중심되는 성읍인 비費땅의 읍재로 고시를 천거하여 읍재를 삼은 바 있다. 후일 이런 일을 들으시고는 공자님께서 자로를 책하셨는데 논어 선진편11-24문장에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자로가 자고를 비땅의 읍재로 보내니<자로사자고위비재子路使子羔爲費宰> 훗날 이 일을 아시고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남의 집 귀한 아들을 해치는 일이니라.<적부인지자賊夫人之子>”
그러자 자로가 발끈해서 스승 공자님의 말씀을 되받아치는 장면이 어찌보면 무례한 듯 고약스러운 듯 자세하게 이렇게 기록되어있다. “자로는 말한다.<자로왈子路曰> 거기도 ‘민’도 있고 ‘인’도 있습니다.<유민인언有民人焉> 또 사직도 있습니다.<유사직언有社稷焉> 하필이면 책을 읽은 연후에라야 공부라 하는지요.<하필독서연후위학何必讀書然後爲學>”
이말을 쉽게 풀어쓰면 “비땅에도 민<백성>도 있고 인<관료:벼슬아치>도 있고 사직<백성들이 농사지어 제사 지내는 곳> 도 있으나 다만 이를 다스를 재상이 없으니 내가 자고, 고시를 비땅의 재상인 읍재로 추천했으니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라는 것이 모르면 배워가면서 하면 될 일이고...”라며 항변한 것이다.
좌구명의 춘추좌씨전 애공31년조에 정나라 재상 자산子産이 말한다. 옛날에는 공부를 높이 한 후에 정치에 들어섰나니<교문학이후입정僑聞學而後入政> 정치하면서 배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미문이정학자야未聞以政學者也> 공자님께서 아드님께 시를 공부하라하신 것은 훗날 치국을 염두에 두심이다. 백성을 다스리고 관청의 지방 하리에서부터 고위관료를 이끌어 치리함에 업무의 소통방식은 무조건 말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치국의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라면 말 한마디에 있어서도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되며 또 치국의 자리는 그때 상황에 따라 공부해서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답을 주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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