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예소아카이브에서 만나는
장항 예소아카이브에서 만나는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8.30 22:46
  • 호수 1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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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
▲‘당신의 숙 올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예소아카이브
▲‘당신의 숙 올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예소아카이브

장항 문화예술창작공간(미곡창고)을 왼편에 두고 북으로 200여미터 올라가면 예소아카이브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장항로 172번길 16) 이곳은 안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민속학자 노영미 박사의 개인 아카이브이다.

아카이브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검색하거나 관리할 수 있도록 모아 둔 소장품이나 자료를 말한다. 한때 장항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식당이었던 이곳에 2018년 노 박사가 소규모 민속 아카이브 공간을 차린 것이다. 예스럽고 소박한 생활 문화와 관련된 기록을 생산, 수집, 보존, 전시, 교육, 연구하는 공간이며 주민들이 언제든 와서 이들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지난 5월부터 흥미있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예소아카이브의 다섯 번째 전시인 당신의 숙 올림이다.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 1975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7개월 동안 군 복무중인 남자친구 에게 보낸 편지 38점이 전시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간 순으로 배치되어 있는 연애편지들을 읽다보면 남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꼼꼼하게 정독을 하게 된다. 문장도 어색한 표현이 없고 맞춤법 틀린 글자 하나도 없다. ‘참으로 정성을 들여 썼구나하는 감탄이 나온다. 문장을 하트형으로 배치하여 멋을 낸 편지도 있다. 연애편지를 쓰면 문장력이 는다고 하는데 과연 허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장에는 글쓴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도 잘 나타나 있다.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으며 이들의 관계가 점점 발전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면회 다녀온 이야기도 나온다. 급기야 남자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러나 편지의 주인공 숙은 부모님께 우리의 미래에 대해 더욱 확실하게 말씀드릴 때까지 미루자며 답장을 보낸다. 참으로 현명한 여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많았던 시기였다. 이 개인 기록물 전시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을 펼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70년대의 순수한 청춘남녀를 만날 수 있다.

▲1976년 6월 24일에 쓴 편지 4쪽중 1쪽
▲1976년 6월 24일에 쓴 편지 4쪽중 1쪽

이처럼 또박또박 글씨를 써서 마음을 주고 받은 결과는 바로 결혼’. 결혼 후 숙은 남편이 그동안 자신이 보낸 편지 130여쪽을 스크랩북에 붙여둔 뭉치를 발견하게 되었고 자신의 개인사가 담긴 이 기록물을 소중하게 보관해오다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 전시를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보령시 미술관에서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지도하고 있는 김환영 화가는 당신의 숙 올림전시를 관람한 후 개인 기록을 넘어 한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기록물이고 훌륭한 기획전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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