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죽으면 저절로 쉬게 되니 살아있을 때 공부하라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죽으면 저절로 쉬게 되니 살아있을 때 공부하라
  • 송우영
  • 승인 2023.09.07 10:43
  • 호수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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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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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때의 거유 정호程顥의 문도였다가 정호가 죽자 그의 동생 정이程頤를 스승으로 모시고 섬긴 인물 중에 네 명 고제가 있는데 양시楊時·유작遊炸·여대림呂大臨·사량좌謝良佐이다. 이를 정호와 정이의 문하라는 의미의 이정二程 4문도라 한다.

스승 정이가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있었는데 부모에게 있어서 가장 크고 두려운 일 하나를 들라면 아들의 공부가 게으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한다. 훗날 이 말은 주자에게까지 전해져 주자가 섭하손葉賀孫이라는 제자를 가르치면서 했다는 말로도 전해지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는데 우암 송시열리 사계 김장생 문하에서 공부하다가 사계 공이 연로하자 그의 아들 김집金集에게 글을 승학繩學했다. 김집은 율곡栗谷 이이李珥, 우계牛溪 성혼成渾,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 부친 김장생金長生에게서 공부를 한 바 있다. 김집에게도 4문도가 있는데 우암尤庵송시열宋時烈,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초려草廬 이유태李惟泰, 미촌美村 윤선거尹宣擧를 꼽는다.

옛사람의 글공부라는 것은 흔히 10년을 상수로 하여 123차로 나뉘는데 6-7세에 공부가 시작되어 10년 상수로 끝나는 17세가 1차 공부의 마침이 되는 때이다. 이는 공자께서 말씀하신 십유오이지우학에 기준하는데 그 출전은 논어 위정爲政2-4문장이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나는 15세에 공부에 뜻을 두었으며<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이 되어 설 수 있었으며<삼십이립三十而立>, 마흔이 되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으며<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갓쉰이 되니 하늘의 명을 알 수 있었으며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 되니 들음에 순할 수 있었으며<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 되니 뭘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노라<칠십이종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이 말씀은 자서自序라 하여 공자님께서 제자를 가르치시면서 틈틈이 하셨던 말씀으로 알려져있다. 공자님의 가르침은 대중 강의 형식은 아니고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를 앉혀놓고 가르침을 주거나 많을 때는 4명 정도가 논어에 기록된 가르침의 전부이다. 오십유오이지우학이 말이 논어에는 1회만 기록되었으나 실제로는 제자를 가르치시면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라는 게 정설이다. 근접한 예로 제자 전손사顓孫師 자장子張이 공자님께 행에 관하여 물으니 공자님께서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답변하셨고 이를 자장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띠에 적어 잊지 않으려 외웠다고 전한다.

또 논어 양화편 17-19문장에도 기록하기를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내가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자욕무언子欲無言>. 그러자 제자 자공이 놀라서 되묻기를<자공왈子貢曰> 선생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자욕불언子欲不言> 소자는 뭘 적으란 말입니까<즉소자하술언則小子何述言>”

이러한 기록에서 보듯이 공자님께서 말씀하시면 다는 아니지만 몇몇 제자들은 공자님의 말씀을 기록으로 남겨서 잊지 않기 위해 읽고 쓰고 외우고를 반복하면서 공부를 했던 것이다. 이를 공부의 정범으로 삼은 이가 주자의 제자 정춘 선생靜春先生 유자징劉子澄이다.

그는 스승 주자의 가르침을 받으면 이를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내내 읽고 쓰고 외우고를 쉬지 않았다는데 이런 식의 공부를 청장관 이덕무는 사소절 동규편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공부는 새벽부터 배우기를 힘쓰고<조면수업早勉受業> 모르는 것은 물어서라도 더욱 자신을 이롭게 하며<청익질문請益質問> 모르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부득방과不得放過> 그러므로 공부라는 것은 하루라도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다.”

순자 대략편에 이런 글이 있다. 하루는 자공이 공자님께 말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에 너무 지쳐서 이제는 좀 쉬고 <돈을 더 많이 벌고자 합니다> 그러자 공자님 말씀에 저 무덤을 봐라, 죽으면 저절로 쉬게 되느니라.<망기광望其壙>”

이에 자공은 크게 깨닫고 다시 공부에 전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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